스토킹 피해자, 이제 법원에 직접 보호 요청한다…소병훈 발의안 본회의 통과
2026-03-3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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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 거치지 않고 접근금지 등 보호명령 신청 가능…신속 대응 길 열려
절차 지연·기각 따른 보호 공백 보완…피해자 중심 제도 전환 의미

[세종=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스토킹 범죄는 신고 이후에도 피해자를 곧바로 안전하게 지키지 못한다는 점이 늘 제도의 약점으로 지적돼 왔다. 수사기관을 거쳐야만 접근금지 같은 조치를 요청할 수 있는 구조 탓에, 실제 현장에서는 승인 지연이나 기각으로 보호 공백이 발생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스토킹처벌법 개정안이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앞으로는 피해자가 법원에 직접 보호를 요청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이번에 본회의를 통과한 스토킹처벌법 개정안의 핵심은 ‘피해자보호명령 제도’ 도입이다. 이에 따라 스토킹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은 검사나 사법경찰관을 거치지 않고도 법원에 직접 접근금지 등의 보호명령을 신청할 수 있게 된다. 기존 제도는 수사기관을 통해 잠정조치를 요청하는 방식이어서, 실제 보호가 필요하더라도 절차가 길어지거나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한계가 있었다. 개정안은 이런 구조를 피해자 중심으로 바꾸는 데 초점을 맞췄다.
법 개정으로 가능해지는 건 단순한 최초 신청만이 아니다. 피해자 또는 법정대리인은 보호명령의 취소와 종류 변경, 기간 연장도 직접 신청할 수 있다. 여기에 법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정식 피해자보호명령 결정 이전이라도 임시보호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급박한 위험 상황에서 본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가동할 수 있게 한 셈이다.
이번 제도 변화는 단순한 절차 간소화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스토킹 범죄는 특성상 피해자가 지속적인 불안과 공포에 놓이는 경우가 많고, 사건이 장기화되거나 가해자의 집착이 심해질수록 초기 대응 속도가 피해 정도를 좌우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피해자가 직접 법원 문을 두드릴 수 있게 된 것은 국가 보호체계가 한 걸음 더 현실에 가까워졌다는 평가를 가능하게 한다. 제도가 늦게 작동해 벌어지는 2차 피해와 불안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이번 개정안에는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이 2024년 6월 대표발의했던 피해자보호명령 도입 내용이 반영됐다. 소 의원은 본회의 통과 뒤 제도 도입까지 여러 논의와 조율 과정이 있었지만 피해자 보호를 위한 입법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잠정조치 기한 연장과 미성년자 대상 스토킹 가중처벌 등 추가 제도 개선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다만 법 통과가 곧바로 현장 안전으로 직결된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실제 성패는 피해자가 얼마나 쉽게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지, 법원이 임시보호명령과 본안 결정을 얼마나 신속하게 내릴 수 있는지, 경찰과 법원이 얼마나 촘촘히 연계해 피해자 보호를 이어갈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결국 입법의 완성은 조문이 아니라 현장에서 피해자가 체감하는 안전으로 증명돼야 한다.
이번 스토킹처벌법 개정은 수사기관 중심에서 피해자 중심으로 무게추를 옮긴 제도 변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스토킹 범죄가 더 이상 단순한 갈등이 아니라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 범죄라는 인식이 제도에도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법 통과의 의미를 현실의 보호로 연결하는 일이다. 피해자가 도움을 요청했을 때 더 빠르고 실질적인 안전망이 작동하는지, 이제는 제도의 운용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