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공천, 결국 난장판 됐다…법원이 제동 건 '현역 찍어내기'

2026-04-01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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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지사 경선 원점, 선거 60일 앞두고 공천시스템 붕괴

김영환 충북지사가 지난달 23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상대 가처분 신청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 뉴스1
김영환 충북지사가 지난달 23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상대 가처분 신청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 뉴스1

6·3 지방선거를 불과 60여 일 앞둔 시점에서 국민의힘 공천 시스템이 사실상 붕괴했다. 당 스스로 정한 규칙조차 지키지 않은 채 현역 광역단체장을 밀어내려 했던 무리수가 법원 판단으로 낱낱이 드러나면서, 공당으로서 최소한의 절차적 정당성마저 괴멸됐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단순한 공천 갈등을 넘어 ‘정치적 사유화’ 수준의 공천 개입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는 전날 김영환 충북지사가 국민의힘을 상대로 낸 공천 배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국민의힘이 김 지사 컷오프(공천 배제) 결정 과정에서 당헌·당규를 위반했거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다.

핵심은 명확하다. 국민의힘이 정상적인 공천 절차를 스스로 뒤집었다는 것이다. 적법하게 공천 신청 공고를 내고, 접수와 자격 심사를 모두 마친 뒤에도 김 지사를 일방적으로 배제하고 추가 공모를 진행한 것은 절차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법원의 결론이다. 공정성과 객관성 역시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을 재판부는 분명히 했다.

결국 “현직 도지사를 내쫓기 위해 당 규칙까지 무시했다”는 비판이 법원의 판단으로 공식 확인된 셈이다. 공천 과정이 정치적 판단이 아니라 특정 의도를 위한 ‘결과 맞추기’였다는 의심을 스스로 입증한 꼴이다.


김 지사는 현역 광역단체장으로는 처음으로 컷오프 통보를 받은 인물이다. 그는 이를 "치밀하게 짜인 밀실야합이자 각본에 의한 정치공작"이라고 반발하며 삭발까지 감행했다.

당시에는 과도한 정치적 수사로 치부되기도 했지만, 이번 법원의 결정은 그의 주장이 단순한 정치적 공세가 아니었음을 뒷받침했다. 오히려 당 지도부의 일방통행식 공천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이었는지를 드러낸 사례로 남게 됐다.


후폭풍은 즉각 나타났다. 추가 공모를 통해 경선에 합류하며 ‘내정 논란’의 중심에 섰던 김수민 전 충북 정무부지사는 “절차 자체가 당규 위반이라는 법원 판단에 따라 후보 자격을 상실했다”며 사퇴를 선언했다. 공당의 공천 경쟁자가 법원 판단으로 자격을 잃는 전례 없는 상황이 현실화된 것이다.


경선판 자체도 이미 뒤죽박죽됐다. 조길형 전 충주시장과 윤희근 전 경찰청장은 잇따른 내정설과 당내 갈등 속에 공천 신청을 철회했다. 공천 과정이 공정 경쟁이 아닌 ‘정해진 결론을 향한 형식적 절차’로 전락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후보군 자체가 붕괴한 셈이다.

이제 국민의힘은 충북지사 후보 선출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설계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선거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후보조차 확정하지 못한 채 법적 분쟁을 수습해야 하는 초유의 혼란이다. 무리한 ‘현역 찍어내기’의 대가가 고스란히 선거 준비 공백으로 돌아온 것이다.

문제는 이 사태가 충북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밀실 공천, 절차 무시, 현역 찍어내기로 요약되는 국민의힘의 공천 행태는 다른 지역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당이 스스로 정한 규칙도 지키지 않는다는 사실이 법원을 통해 공식 확인된 이상,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공천이 얼마나 많은 곳에서 불씨를 안고 있는지 가늠조차 어렵다.

당내 갈등을 조정할 리더십도, 절차를 지키려는 의지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국민의힘 공천은 이제 ‘리스크’ 그 자체가 됐다. 남은 기간 동안 얼마나 더 많은 지역에서 유사한 분쟁이 터질지 어림하기조차 어렵다. 선거를 앞둔 정당이 아니라, 공천 파행을 수습하는 조직처럼 보인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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