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깨운 단종의 비극… 계룡산 자락에 500년 충절 흐른다

2026-04-01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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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일 동학사 숙모전서 ‘춘향대제’ 봉행… 단종과 충신 341위 넋 기려
김시습의 초혼제로 시작된 충의의 성지… 공주시, 국가유산 활용 교육 확대

공주 숙모전_단종과 정순왕후 위패 / 공주시
공주 숙모전_단종과 정순왕후 위패 / 공주시

최근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으로 비운의 왕 단종을 향한 역사적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가운데, 그의 넋을 위로하고 서슬 퍼런 칼날 앞에서도 절개를 지킨 충신들을 기리는 수백 년 전통의 제례가 충남 공주에서 거행된다.

공주시와 사단법인 숙모회는 오는 5월 1일(음력 3월 15일) 계룡산 동학사 인근 숙모전에서 ‘2026년 숙모전 춘향대제’를 엄숙히 봉행한다고 밝혔다. 숙모전은 단종과 정순왕후의 위패를 모신 정전을 중심으로, 단종 복위를 위해 목숨을 바친 사육신과 생육신, 그리고 안평대군과 금성대군 등 충신 341위의 충혼이 서려 있는 대한민국 충의(忠義)의 성지다.

숙모전의 역사는 피로 얼룩진 계유정난의 비극 속에서도 꼿꼿이 피어난 선비 정신에서 시작됐다. 1456년 생육신 김시습이 동학사 삼은각 인근에 단을 쌓고 사육신의 넋을 기리는 초혼제를 지낸 것이 시초다. 이후 1458년 동학사를 찾은 세조가 이 이야기를 듣고 억울하게 희생된 이들을 위해 ‘초혼각’을 짓게 했으며, 유교적 제례와 불교적 의식이 결합된 독특한 형태의 제사가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제례는 오전 10시 동학사 대웅전에서 스님들이 혼을 불러 모으는 불교식 ‘천혼재’로 문을 연 뒤, 인재문에서 충혼을 한 분씩 부르는 초혼례를 거쳐 참신례, 초헌례, 음복례 등 유교식 절차를 밟아 망료례로 마무리된다.

정백교 숙모회 이사장은 “엄흥도가 1457년 청령포에서 단종의 시신을 거둔 뒤 어포(御袍)를 모시고 망명길에 올랐다가 김시습을 만나 동학사에서 통곡하며 제사를 지낸 것이 이 제례의 뿌리”라며 “계룡산을 찾는 방문객들이 잠시 숙모전에 들러 정의를 위해 자신을 던졌던 충신들의 정신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공주시는 이번 대제를 기점으로 2026년부터는 숙모회와 협력해 청소년 대상 충의 정신 함양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또한 2027년부터는 국가유산청 공모사업을 통해 일반인들이 전통 제례 의식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국가유산으로서의 숙모전이 지닌 가치를 전국적으로 확산시켜 나갈 방침이다.

home 양민규 기자 extremo@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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