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에서 쓰러진 필리핀 승객, '한국 의사' 7명이 살렸다

2026-04-01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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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마닐라 항공편에서 벌어진 응급 상황

인천에서 마닐라로 향하던 비행기 안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승객이 기내에 탑승 중이던 의료진의 신속한 대응으로 극적으로 회복한 사실이 전해지며 긴박했던 당시 상황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30일 김정환 강남을지대병원 교수가 페이스북을 통해 전한 이야기다.

같은 달 24일 오전 인천발 필리핀 마닐라행 항공편에서는 이륙 직후 기내 방송을 통해 “의사 승객이 있으면 도와달라”는 긴급 호출이 울렸다. 당시 항공기에는 세계가정의학회 참석을 위해 이동 중이던 의료진들이 다수 탑승해 있었다. 김정환 교수를 비롯해 김철민, 명승권 등 가정의학과 전문의 7명이 현장으로 즉시 이동해 응급 대응에 나섰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환자는 기내 화장실 인근에서 발견된 중년 여성으로, 발견 당시 안색이 창백하고 맥박이 급격히 떨어진 위중한 상태였다. 의료진은 즉각 기도 확보와 호흡 유지에 집중했다. 환자의 혀가 뒤로 말려 들어가면서 기도가 막힐 위험이 있는 상황으로 판단되자, 기내에 비치된 후두마스크를 삽입해 기도를 확보했다. 이어 수동식 인공호흡기인 앰부백을 이용해 호흡을 유지하며 산소 공급을 이어갔다. 동시에 다른 의료진은 청진을 통해 호흡 상태를 확인하고, 정맥로를 확보해 수액 투여를 준비했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자동심장충격기도 곧바로 대기 상태로 전환됐다.

그러나 환자의 상태는 쉽게 호전되지 않았다. 수축기 혈압이 80mmHg 이하로 떨어지며 생명이 위태로운 고비가 이어졌고, 한쪽 손에 힘이 들어오지 않는 신경학적 증상까지 나타나면서 뇌혈관 질환 가능성도 제기됐다. 의료진은 제한된 기내 환경 속에서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면서 상황을 주시했다. 특히 기장이 회항 여부를 문의하는 상황까지 이어지면서, 의료진은 환자의 상태와 비행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어려운 판단의 기로에 놓였다.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의료진은 역할을 나눠 체계적으로 대응했다. 일부는 환자의 호흡과 순환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리했고, 다른 의료진은 상태 변화를 기록하며 향후 치료에 필요한 정보를 정리했다. 좁은 기내 공간과 제한된 의료 장비라는 제약 속에서도 협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대응을 이어간 것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시간이 흐르면서 환자의 상태에는 점차 변화가 나타났다. 거의 반응이 없던 환자의 안색이 서서히 돌아오기 시작했고, 맥압과 호흡이 안정되는 양상이 확인됐다. 이후 혈압이 190~200mmHg 수준까지 상승하며 순환이 회복됐고, 환자는 의료진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반응할 수 있는 수준까지 의식을 되찾았다. 의료진은 환자가 위기 국면을 넘겼다고 판단하고 지속적인 관찰과 안정 유지에 집중했다.

의료진은 마닐라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약 3시간 30분 동안 교대로 환자 곁을 지키며 상태를 관리했다. 장시간 이어진 대응에도 불구하고 집중력을 유지하며 환자의 생명을 지켜낸 것이다. 항공기가 착륙한 직후 환자는 대기 중이던 현지 의료진에게 인계됐고, 이후 병원으로 이송돼 추가 치료를 받게 됐다.

현장에 있던 승무원들은 끝까지 환자를 돌본 의료진에게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례는 비행기라는 제한된 공간에서도 신속하고 정확한 응급 대응이 이루어질 경우 생명을 구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동시에 다수의 전문의가 한 항공편에 탑승해 협력적으로 대응한 점 역시 환자의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의료진 역시 이번 상황이 매우 이례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중증 환자가 기내에서 발생하는 경우 자체도 드문 데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의들이 동시에 탑승해 장시간 협력 대응을 펼친 사례는 흔치 않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응급 상황에서의 초기 대응과 협력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환기시키며, 기내 의료 대응 체계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이고 있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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