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때문에 억지로 공부해 인서울 들어갔다는 것이 미칠 정도로 화가 나”

2026-04-02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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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진심으로 나를 원망하고 있어요”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억지로 참고 공부한 게 화가 나서 미치겠다." 인서울 대학을 졸업한 20대 자녀가 어머니에게 내뱉는 말이다.

한 여성이 31일 82쿡에 올린 글이 적잖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어릴 때부터 사회성이 낮고 예민한 기질을 보였던 자녀를 겨우 인서울 대학에 보냈는데, 졸업 후 자신을 원망하며 분노를 쏟아낸다는 내용의 글이다.

글쓴이에 따르면 자녀는 어릴 때부터 또래 아이들과 달랐다. 사회성이 현저히 떨어지고 자기 표현이 서툴러 주변에서 아스퍼거 증후군 의심을 받을 정도였다. 체력도 약해 늘 골골댔고 극도로 예민한 기질 탓에 조금만 자극이 와도 힘들어했다. 학습 능력 자체가 낮은 것은 아니었지만 공부를 극도로 싫어했고, 글쓴이는 그런 자녀를 어르고 달래며 수년간 공부를 밀어붙인 끝에 인서울 대학에 입학시켰다.

입학 이후의 삶도 순탄치 않았다. 고등학교 내내 자퇴를 원했던 자녀는 대학에 들어가서도 마찬가지였다. 4년 내내 "괜히 대학에 왔다"며 입에 달고 살았고, 강의실과 캠퍼스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채 버티듯 졸업장을 받았다. 글쓴이는 그 시간 동안 피가 말랐다고 했다.

졸업 후 상황은 더 막막했다. 자녀는 전공을 살리기는커녕 학력과 무관한 단순 아르바이트와 저임금 직장을 전전했다. 일머리가 없다는 자각 때문인지 스스로 쉬운 일만 골라 지원했다. 현재 3년째 우울증 약을 복용 중이고, 일반적인 직장생활은 절대 불가능하다고 선을 긋고 있다. 그나마 물욕이 강해 일을 완전히 놓지는 않는다는 게 글쓴이 설명이다.

갈등의 불씨는 직장에서 튀어 들어왔다. 단순 업무를 하는 자녀를 보며 직장 상사들이 "학벌이 아깝다", "이 직장에 오래 있을 사람이 아니다"라며 한마디씩 건넬 때마다 자녀의 분노는 글쓴이를 향해 폭발했다. 이력서에 대학을 적지 않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 학벌을 써먹지도 못하는 처지가 자신을 억지로 공부시킨 어머니 탓이라는 것이다. "억지로 참고 공부한 게 화가 나서 미치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며, 이따금 분노가 극에 달해 폭발하기도 한다고 했다. 글쓴이는 "진심으로 나를 원망하고 있다"라며 자녀의 분노가 단순한 투정이 아님을 느낀다고 했다.

이 글에는 수십 개의 댓글이 달렸다. 반응은 크게 둘로 갈렸다. "성인이 돼서도 부모 탓이냐"는 쪽과 "아이 입장에서 보면 자기 의사와 무관하게 엄마를 위해 살아온 셈"이라며 자녀의 억울함을 이해하는 쪽이 엇갈렸다. 공통적으로 나온 조언은 자녀의 독립과 심리상담이었다.

해당 사연은 우리 사회에서 드물지 않은 풍경을 반영한다. 부모의 교육열이 자녀의 기질과 충돌할 때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통계는 경고등을 켜고 있다. 여성가족부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25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중·고등학생의 스트레스 인지율은 42.3%로 전년 대비 5%포인트 올랐고, 최근 1년 내 우울감을 경험한 비율도 27.7%에 달했다. 국립정신건강센터의 '2024년 국민 정신건강 지식 및 태도 조사'에서는 수일간 지속되는 우울감을 경험한 비율이 2022년 30.0%에서 2024년 40.2%로 2년 새 10%포인트 이상 뛰었다. 특히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대비 2024년 10대 이하 우울증 환자는 84.3% 증가해 전 연령대 중 증가폭이 가장 컸다.

글쓴이 자녀처럼 아스퍼거 증후군이나 ADHD 등 신경발달 특성이 의심되는 경우라면 상황은 더 복잡하다. 서울아산병원 질환 정보에 따르면 아스퍼거 증후군 아동은 사회성 발달 문제와 더불어 우울증, ADHD, 강박장애 등을 함께 겪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상담학회지에 게재된 국내 연구에서도 ADHD 증상 집단은 정상군보다 우울, 불안, 스트레스 점수가 유의미하게 높았고, 주의력결핍 증상은 우울과 불안의 예측변인으로 확인됐다. 국내 ADHD 청소년 관련 연구에서는 1차 증상으로 인한 2차 결과로 청소년기와 성인기에 학업 실패, 대인관계 문제, 우울증, 낮은 자아개념, 직업적 어려움을 겪는 비율이 높아진다고 보고한다.

문제는 이런 아이들이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오랜 기간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억누른다는 점이다. 겉으로는 학교를 다니고 졸업장을 받지만 내면에는 억압된 분노와 자기 부정이 쌓인다. 이것이 성인이 된 후 가장 가까운 사람인 부모를 향한 분노로 터져 나오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지연된 분노 표출'로 설명한다. 표현할 수 없었던 감정이 안전한 대상을 찾아 뒤늦게 분출되는 현상이다.

자녀가 "대학 졸업장이 무슨 소용이냐"고 말할 때, 그것은 단순히 학벌에 대한 불만이 아니다. 자신이 원하지 않은 삶을 강요받았다는 느낌, 자기 결정권을 박탈당했다는 감각이 그 말 뒤에 깔려 있다.

그렇다고 해서 부모의 선택이 전적으로 잘못됐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당시 자퇴를 허용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이 사연의 댓글 중에도 "자퇴했으면 그때부터 은둔형 외톨이가 되지 않았을까"라는 반응이 있었다. 선택의 기로에서 최선을 다한 부모의 고통도 외면할 수 없다.

지금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책임 공방이 아니라 실질적인 대응이다. 우울증 약물치료만으로 한계가 있을 땐 억압된 감정을 언어화하고 정리할 수 있는 심리상담이 병행돼야 할 수 있다. 부모 역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자녀를 독립시켜 물리적 거리를 두는 것도 두 사람 모두의 감정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학벌을 향한 사회적 압력이 강한 한국 사회에서 이 사연은 예외적인 것이 아니다. 자녀의 기질과 속도를 존중하는 것과 현실적인 생존 능력을 갖추도록 돕는 것 사이에서 어느 부모도 쉽게 답을 찾지 못한다. 다만 분명한 게 있다. 자녀가 보내는 신호를 '성격 문제'나 '배은망덕'으로만 읽을 때 그 간극이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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