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기소 진상규명 국정조사] 박상용 검사 증인선서 거부로 파행
2026-04-04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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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박상용 녹취 추가공개... 국민의힘 "방북 대가 정황 분명"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검사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첫 기관보고에서 증인 선서를 거부하고 38분 만에 퇴장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날 오후 3시 13분 재개된 기관보고에서 박철우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한 증인 32명이 선서를 마쳤지만 박 검사는 홀로 자리에 앉은 채 선서를 거부했다. 서영교 국조특위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이유를 묻자 박 검사는 소명 의사를 밝히며 마이크를 잡았으나, 서 위원장은 "증인 선서를 하지 않았는데 마이크를 줄 이유가 없다"며 발언을 가로막았다. 박 검사는 "속기록에 남겨야 한다", "법의 영역"이라고 맞섰지만 결국 A4용지 7장 분량의 소명서를 제출하고 회의장에서 퇴정했다.

박 검사는 이날 오전 이미 언론을 통해 선서 거부 의사를 예고한 상태였다. 그는 채널A 인터뷰에서 "오늘 제가 선서하고 증언하는 내용 또한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특정 정당 다수에 의해 위증으로 고발될 것이 명확해 보인다"고 밝혔다.
퇴정 후에도 박 검사는 페이스북과 기자들과의 접촉을 통해 거부 이유를 거듭 설명했다. 그는 "피고인 이재명에 대한 공소 취소를 위한 발판으로 삼으려는 위헌·위법한 국정조사에 협조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국정조사안 발의에 참여한 의원 상당수가 국정조사를 피고인 이재명에 대한 공소 취소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뜻을 공공연하게 피력했다"며 국감법 제8조가 금지하는 '계속 중인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에 관여할 목적으로 하는 국정조사'에 해당해 명백한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회의장 밖에서는 "분명히 선서 거부 시에는 소명하게 돼 있는데 왜 법에 따른 절차를 못 하게 하느냐"며 서 위원장의 제지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어 "만약 특검에 의한 공소 취소를 안 한다고 약속해주시면 지금 바로 선서하겠다"고 했다. 박 검사는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내놨다. 정확한 출석 일정을 검찰이 통보조차 하지 않아 오전에 회의장에 왔다가 자신이 오후 출석 대상임을 뒤늦게 알았다는 것이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현 구자현 지휘부 검찰로부터 방치당하는 게 하루이틀은 아니지만 일정은 통보해 줘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은 증인이 형사 소추 또는 공소 제기를 당하거나 유죄 판결을 받을 사실이 드러날 염려가 있을 경우 선서를 거부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국민의힘은 이를 근거로 "대한민국 국민은 증언과 선서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고 옹호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위증의 벌을 받을 게 두려워 선서를 거부했다. 매우 비겁하고 참으로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박성준 의원은 "그렇게밖에 못 배워서 조작 수사를 하는 것 아니냐"고 했고, 전용기 의원은 "이런 사고방식의 검사가 있었기 때문에 맨날 검찰 공화국 이야기를 듣는 것"이라고 소리쳤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집단 퇴장하면서 오후 4시 30분쯤 중단됐던 국조특위는 오후 5시쯤 재개됐으나 국민의힘 의원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박 검사의 선서 거부를 둘러싼 파행과 별개로 국조특위에서는 쌍방울 대북 송금 수사의 실체를 놓고 여야 간 날카로운 공방이 이어졌다.
전용기 의원은 이날 박 검사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변호인 서민석 변호사 간 통화 녹취를 추가로 공개했다.
이 녹취는 이 전 부지사가 검찰에서 '쌍방울 측이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 방북 비용 등으로 800만 달러를 대납한 사실을 이 지사에게 보고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직후인 2023년 6월 19일에 통화한 내용으로 알려졌다. 녹취에서 박 검사는 "이재명 씨랑 공범으로 갈 거고 그렇게 되면 좀 지나면 이 부지사는 아마 나갈 것이다", "그렇게 기소되면 재판장이 선고할 수 없는 사이즈가 된다", "법인카드 이런 것도 그 무렵 되면 그렇게 중요할까 생각이 든다", "만족할 수 있는 결과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앞서 3월에도 민주당은 박 검사의 별도 녹취를 공개한 바 있다. 해당 녹취에는 박 검사가 서 변호사에게 "이화영 씨가 법정까지 유지해줄 진술이 필요하다", "이재명 씨가 완전히 주범이 되고 이 사람이 종범이 되는 식의 자백이 있어야 공익제보자니 이런 것들도 저희가 다 해볼 수가 있고 보석으로 나가는 거라든지 추가 영장을 안 한다든지 이런 게 다 가능해지는 것"이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
전 의원은 "(사건을) 설계하고, 이 부지사가 나갈 것이라고 하는데 원래 검찰 수사를 이렇게 하느냐"고 물으며 "검찰이 그림을 그려놓고 어떻게 짜 맞췄는지 민낯이 녹취를 통해 확인됐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과 대북송금의 연관성을 강조했다. 신동욱 의원은 "500만 달러는 스마트팜 사업, 300만 달러는 이 당시 지사의 방북 대가라는 것은 소설이 아니고 정황이라는 것이 분명히 있다"며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통령 모르게 일을 할 수 있느냐"고 따졌다. 윤상현 의원은 "상식적으로 김성태(쌍방울 전 회장)가 단지 주가 조작을 위해 800만 달러를 어떻게 북한을 믿고 송금하겠느냐"며 "대북 사업은 경기도지사가 알았고, 서로 역할을 분담했으니 결국 정범 관계가 아니냐는 추론이 있다"고 밝혔다.
이건태 민주당 의원은 국가정보원 자료를 근거로 반박했다. 그는 "김성태가 2019년 7월 필리핀에서 (북한 대남공작원) 리호남에게 이재명 방북 비용을 줬다고 하는데, 국정원과 통일부 보고서에 따르면 리호남은 그때 (필리핀에) 오지 않았다"며 "김성태 본인만 봤다는 것인데, 거짓말이지 뭐겠느냐"고 주장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이에 대해 "누가 며칠 어디를 방문했다는 정보는 가치가 있지만 방문하지 않았다는 정보는 작성한 사람이 확인을 못 했다 뿐이지 증명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북한 간첩인 리호남은 국정원에서 신분 확인을 못 하게 하고 (필리핀으로) 나갔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해 이종석 국정원장은 "쌍방울 관련 보고서와 작성자 등을 대대적으로 감찰했지만, 쌍방울과 경기도의 연관성 여부는 보고서에 없었다"며 "(수원지검의 국정원) 압수수색에서 대북송금 사건을 균형 있는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국정원 내부 자료들은 누락됐다"고 밝혔다. 서영교 위원장은 "국정원장의 말대로 대북송금을 했다는 얘기는 (국정원 자료에) 하나도 없다"며 "박상용 등이 '대북송금'이라는 말을 붙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기관보고에서는 박 검사가 이화영 전 부지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벌였다는 이른바 '연어 술파티' 의혹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수원지검 측은 2023년 5월 17일 저녁 쌍방울 관련자가 청사에 있었다는 출입 기록을 법원에 제출한 사실을 인정했다. 앞서 민주당 측은 당시 검사실에 소주를 전달한 사람이 쌍방울 관계자라는 주장을 제기한 바 있다.
박 검사의 선서 거부로 사실상 '맹탕'이 됐다는 평가를 받은 첫 기관보고와 달리 검찰 최고위층도 구체적 답변을 피했다.
구 대행은 '연어 술파티', '허위자백 회유' 등 당시 수사팀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적절하지 않다"며 엄정한 진상조사를 약속했지만, 수사 및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그는 이번 국조가 열린 것에 대해 "매우 착잡하고 무거운 마음"이라면서도 "(위헌·위법 소지) 우려 목소리도 있는 게 사실"이라며 선을 그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연어 술파티' 의혹과 관련해 "향후 진상조사가 완료되면 조사 결과에 따라 필요하고도 적절한 조처를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