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 트럼프가 요청한 내년도 국방비... 역사상 없었던 '초현실적 규모'
2026-04-04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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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 1조5000억달러... 이란전 비용 폭증 배경
미국 백악관이 2027 회계연도 국방예산으로 1조5000억달러(약 2265조원)를 의회에 요청했다고 로이터·AP통신 등 미국 매체가 3일(현지시각) 일제히 보도했다. 이란과의 전쟁이 5주째 이어지는 가운데 마련된 이번 예산안은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국방비 요청이다. 전년과 비교해 무려 44%나 증가한 수치다.

브레이킹디펜스에 따르면 이번 예산안은 기본예산 1조1500억달러와 예산조정(reconciliation) 절차를 통해 별도로 처리될 3500억달러로 구성된다. 기본예산이 처음으로 1조달러를 넘어서는 것이기도 하다.
AFP통신은 이번 증가폭이 2차 세계대전 이후 단년도 국방비 증가율로는 가장 가파른 수준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요청한 1조5000억달러(약 2265조원)의 국방예산은 올해 한국 정부 전체 예산 728조원의 약 3.1배에 이른다. 한국의 올해 국방예산 65조8642억원과 견주면 약 34배에 이른다.
"탄약 재고 확충·황금돔 건설"…이란전이 지출 구체화
CNN은 이번 예산안의 핵심 용도로 △탄약과 해군 함대 확충 △트럼프 대통령이 역점 추진 중인 '황금돔(Golden Dome)' 미사일 방어체계 건설 △군인 급여 5~7% 인상 등을 꼽았다.
에너지부 예산에도 국방 관련 지출이 반영됐다. CNN은 에너지부 예산에 국가핵안보국(National Nuclear Security Administration) 예산을 35억달러 이상 늘려 신규 탄두 개발, 기존 탄두 현대화, 미래 해군 시스템 기술 개발에 투입할 계획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AFP통신은 이란전 비용이 하루 최대 20억달러에 달한다는 의회 비공개 브리핑 내용을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고 전하며, 이 같은 전비 부담이 예산 편성의 직접적 배경이 됐다고 분석했다.
브레이킹디펜스는 12개 핵심 탄약 생산 확대가 펜타곤의 "최우선 자금 조달 항목"으로 명시됐으며, PAC-3 요격 미사일과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등 다년도 무기 생산 계약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핵심 광물 및 국내 공급망 투자가 "대폭 확대"된다고 행정부가 밝혔다고 전했다.
국방 증액의 역설… 이란전 예산은 별도 추가 요청 예정
알자지라는 이번 1조5000억달러 요청이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전쟁에 따른 긴급 추가예산 2000억달러 요청과는 별개라고 보도했다. 이란전쟁은 지난 2월 28일 시작됐으며, 백악관은 이 전쟁 관련 별도 긴급 추가예산을 이달 말 또는 다음달 중 의회에 요청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NPR은 현재 미국의 연간 재정적자가 약 2조달러에 달하고 국가채무가 39조달러를 넘어선 상황에서, 이번 예산안이 향후 10년간 연방 부채를 수조달러 추가로 늘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예산안에 재정적자 전망치를 포함하지 않았다.
비국방 예산 10% 삭감… 복지·환경 예산 대폭 축소
국방비의 반대편에서는 복지 예산이 대거 삭라됐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방비 증액과 함께 보건 연구, K-12·고등교육, 재생에너지·기후 보조금, 저소득층 주거 에너지 지원 프로그램, 지역개발 지원금 등을 포함한 비국방 연방 지출을 730억달러 삭감할 것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CNN은 이번 예산안이 "저소득층 주거 지원 프로그램을 삭감하면서도 멜라니아 트럼프 청소년 독립 지원 이니셔티브에는 500만달러를 배정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92쪽 분량의 예산안에 '깨어있음(woke)'이라는 단어가 34차례 등장한다고 지적했다.
야당 "선심성 전쟁 예산"... 일부 공화당도 "충분한 내용 없어"
의회 반응은 엇갈렸다. NPR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인 상·하원 군사위원장 로저 위커 상원의원(미시시피)과 마이크 로저스 하원의원(앨라배마)은 공동성명에서 "2차 대전 이후 가장 위험한 국제 환경"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국방비 증액 요청을 지지했다.
반면 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상원 세출위원회 간사인 패티 머리(워싱턴) 의원은 브레이킹디펜스 인터뷰에서 "무모한 외국 전쟁에 군인을 파병하는 대통령이 국방예산을 좌우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하원 세출 국방소위 간사인 베티 맥컬럼(미네소타) 의원은 "국방부에 백지수표를 줄 의사가 없다"며 "펜타곤은 자금 문제가 아닌, 의회가 제공한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고 회계 처리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상원 세출 국방소위 위원장인 미치 매코널(캔터키) 의원은 브레이킹디펜스에 "국방비 증가를 환영한다"면서도 예산조정 절차가 연례 예산 편성 과정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경고했다. 현재 의회는 현 회계연도 예산안을 둘러싸고 여야 간 교착 상태에 빠져 있으며, 정부는 49일간의 부분 셧다운에 돌입한 상황이다.
'전시 예산'의 정치학… 국방 대 복지 구도로 중간선거 설정
이번 예산안이 단순한 전비 조달 요구를 넘어 정치적 목적으로 설계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NPR은 이번 예산안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의 선거 메시지를 ‘국방 증강 대 국내 복지 지출’ 구도로 설정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공개 백악관 행사에서 "우리는 전쟁 중이다. 탁아소를 돌볼 수 없다"고 발언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된다고 NPR은 전했다.
AFP통신은 "일부 공화당 의원들도 연방 재정적자 심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어 행정부의 구상이 자당 내에서도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CNN은 매년 발표되는 백악관 예산안이 "행정부의 우선순위를 반영하는 상징적 문서"에 그치는 경우가 많으며, 실제 예산 결정권은 의회가 갖고 있다고 짚었다. 과거 행정부 예산안의 상당 부분이 의회에서 무시되거나 변경된 전례가 있다.
이번 예산안에 담긴 구체적인 프로그램별 내용은 오는 21일 펜타곤이 세부 예산안을 공개한 이후에 확인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