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회 “우리도 일하러 지하철 탄다...청소, 경비하러 새벽 출근“
2026-04-05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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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무임승차 제한, 생계형 이동권 박탈 우려
고령화 시대 교통 복지와 재정 부담의 딜레마
대한노인회가 출퇴근 시간대 노인 대중교통 무임승차 제한 검토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

대한노인회는 지난 3일 청와대 정무라인과 간담회를 갖고 출퇴근 혼잡시간 노인 무임승차 제한 방안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홍익표 정무수석과 전성환 경청통합수석비서관, 배진교 국민경청비서관, 임을기 보건복지부 노인정책관 등이 참석했다.
노인회 측은 특히 출퇴근 시간대 노인의 이동이 단순한 여가 목적이 아니라 생계형 이동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들은 “노인들의 대중교통 이용은 오전 5시에서 7시 사이에 집중되며, 이는 건물 청소나 경비 등 새벽 근무를 위한 이동이 대부분”이라며 “이 시간대 무임승차를 제한하는 것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또한 “혼잡시간 이용을 이유로 노인을 제한할 경우 사회적으로 노인을 ‘비생산적 존재’로 낙인찍는 부정적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며 정책이 초래할 수 있는 사회적 파장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대신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이 시차 출퇴근제나 유연근무제를 확대해 혼잡을 분산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 대안이라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홍 수석은 “어르신 세대의 복지를 축소하는 방향의 정책은 검토하지 않고 있으며, 무임승차를 제한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출퇴근 혼잡 문제는 근무시간 조정과 재택근무 활성화 등을 통해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며 공공부문이 먼저 제도를 도입하고 민간으로 확산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번 논란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국무회의에서 출퇴근 시간대 대중교통 혼잡 완화를 위한 방안으로 노인 무임수송 제한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촉발됐다. 당시 발언은 에너지 절감과 대중교통 이용 효율화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혼잡 시간대 수송 부담을 줄이기 위한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도시철도 무임수송 제도는 노인복지법 시행령에 근거해 만 65세 이상 노인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도입됐다. 제도 도입 당시에는 고령 인구 비중이 낮고 도시철도 이용 규모도 상대적으로 작아 재정 부담이 크지 않았다. 그러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통계에 따르면 현재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전체의 21%를 넘어서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에 따라 도시철도 무임수송 비용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서울, 인천, 대전, 대구, 광주, 부산 등 6개 주요 도시의 무임수송 비용은 2020년 4456억 원에서 지난해 7754억 원으로 약 70% 증가했다. 향후 고령 인구가 더 늘어날 경우 2035년에는 9000억 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무임수송 제도는 고령층 이동권 보장이라는 공익적 가치와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재정 부담이라는 현실적 문제가 맞물린 정책 영역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도시철도 운영 적자의 상당 부분이 무임수송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제도 개선 필요성에 대한 논의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다만 전문가들은 단순한 이용 제한보다는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무임수송 비용을 중앙정부가 일부 지원하는 방안, 교통 혼잡 시간대 분산 정책, 고령층 맞춤형 교통 서비스 확대 등 다양한 대안이 함께 검토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여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동권 제한이 노동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고려 요소로 꼽힌다.
정부는 당장 무임승차 제한 정책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고령화에 따른 재정 부담 문제는 계속해서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노인 복지와 공공교통 재정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가 향후 정책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