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길 만든 서명숙 이사장 별세…대한민국 걷기 여행 열풍의 주역

2026-04-07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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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년 68세…2007년부터 27개 코스·437㎞ 올레길 완성

생전의 서명숙 이사장. / 제주올레
생전의 서명숙 이사장. / 제주올레

가장 제주다운 길이자 치유와 성찰의 길을 만들어 온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이 7일 별세했다. 향년 68세. 최근 아웃도어 열풍에 따라 전국에 생긴 둘레길, 비렁길, 황톳길 등 도보 여행 코스들의 시초격으로 대한민국의 걷기 여행 열풍의 주역이다.

제주 서귀포시 출신인 고인은 시사지 최초 여성 편집장을 역임하는 등 22년간 언론에 몸담았다가 30년 만에 귀향해 제주올레 길을 만들어왔다.

제주올레 길은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영감을 얻어 개발한 트레일 코스다. 민간에서 시작했으나 지역경제 활성화, 여행 트렌드 변화, 지역 문화 변화 등 다양한 파급 효과를 일으키며 제주특별자치도를 비롯한 정부와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제주올레 길에는 ‘여행자와 지역민, 그리고 자연이 함께 행복해야 한다’는 고인의 철학이 스며있다.

행정과 자본 중심의 개발이 아닌 자원봉사자와 지역 주민이 주체가 되는 민간 주도 방식으로 제주의 옛길을 살려내고 곶자왈과 해안, 마을을 잇는 생태적 도보 여행길을 만드는 게 고인의 목표였다.

생전 고인은 “걷는 길은 우리 국토 곳곳에 이미 존재하고 있다. 다만 우리가 걷지 않았고, 잊어버렸고, 상실한 것일 뿐”이라며 “지친 현대인들이 걷고 싶어하는 길은 세련된 산책길이 아니라 자연이 살아 숨 쉬고 조상들의 땀과 숨결이 밴 소박한 흙길, 돌길, 마을길”이라고 강조했다.

관광객들이 제주올레 11코스 서귀포시 하모리 해안가를 걷고 있다. / 뉴스1
관광객들이 제주올레 11코스 서귀포시 하모리 해안가를 걷고 있다. / 뉴스1

고인은 지난 2007년 사단법인 제주올레를 발족하고 제주올레 1코스를 개장했다. 2022년 27번째 코스인 18-2코스를 오픈하면서 제주를 순수 도보로만 여행할 수 있는 총 27개 코스, 437㎞ 길이의 제주올레 길을 완성했다. 모두 완주하려면 보통 한 달 정도 걸리며, 상업성 관광지와 무관한 제주도의 일상적인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엄밀히 말해 제주올레는 사전적 의미의 올레는 아니다. 올레의 사전적 의미는 집에서 거리로 나가는 골목길을 뜻하는데, 제주올레라는 이름에는 제주와 육지를, 제주와 세계를 연결하는 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 있다. 마을길, 해안도로, 숲속 오솔길 등 다양하게 이루어진 제주올레에는 '제주에 올래?'라는 따뜻한 초대의 의미도 함께 깃들어 있다.

고인은 제주올레 길을 통해 대한민국에 걷기 열풍을 일으키고 도보여행과 생태여행 문화를 확산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 ‘아쇼카 펠로우’에 선정된 데 이어 2017년 ‘국민훈장 동백장’ 대통령 훈장을 수상했다.

안은주 제주올레 대표는 “고인은 일본 규슈와 미야기, 몽골 등에 제주올레의 철학을 수출하고 산티아고 순례길 등 세계 여러 길과 우정을 맺음으로써 ‘길이 단순히 이동하는 통로만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 문화가 공존하는 살아있는 유산’이라는 가치를 전파하는데 애썼다”고 평가했다. 이어“누군가에게는 힘, 누군가에게는 희망, 누군가에게는 치유가 된 이 길을 내어준 고인을 제주올레를 사랑하는 많은 분과 함께 가슴 깊이 추모한다”고 전했다.

고인은 서귀포초등, 서귀포여중, 신성여고, 고려대 교육학과를 졸업했다.

고인의 빈소는 서귀포의료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영결식은 오는 10일 오전 9시 제주올레 6코스 서복공원 잔디광장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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