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산모 뺑뺑이 원인, 병상과 전문 인력 부족?...유족은 반발

2026-04-07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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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실 병상 부족으로 4시간 방황한 산모, 쌍둥이 한 명 잃다
병원 거부로 수도권까지 간 고위험 산모, 의료 공백의 현실

대구에서 조산 증세를 보인 고위험 임신부가 병원을 찾지 못한 채 약 4시간 동안 이송 지연을 겪다 쌍둥이 중 한 명을 잃은 사고와 관련해, 당국은 신생아 집중치료실 병상과 전문 인력 부족이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7일 대구광역시와 대구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달 1일 오전 1시 39분쯤 대구 동구의 한 호텔에서 시작됐다. 임신 28주 차였던 미국 국적 산모 A씨(26)가 복통을 호소한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고, 구급대는 즉시 현장으로 출동했다. 그러나 이후 병원 수용 과정에서 잇따른 거절이 이어지며 긴급 이송이 지연됐다.

구급대는 오전 1시 53분부터 약 40분간 칠곡경북대학교병원, 경북대학교병원,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등 지역 주요 의료기관과 대형 산부인과 7곳에 수용 가능 여부를 문의했지만, 모두 환자 수용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권역모자의료센터는 신생아 집중치료실 병상 부족을 이유로 들었고, 일부 병원은 산부인과 전문의 부재와 치료 역량 부족을 사유로 제시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특히 응급환자 수용 공백을 막기 위해 도입된 ‘다중이송전원협진망’도 이번 상황에서는 작동하지 않았다. 시 관계자는 고위험 산모와 조기 출산 상황을 동시에 감당할 수 있는 의료 여건이 부족해, 협진망을 통한 병원 지정이 현실적으로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는 제도적 장치가 존재함에도 실제 의료 인프라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 사례로 평가된다.

결국 병원을 찾지 못한 남편 B씨는 오전 2시 44분쯤 자차를 이용해 수도권 의료기관으로 이동을 결정했다. 이동 중 시어머니의 요청으로 구급차와 접촉해 경북 선산IC 인근에서 만났지만, 인근 의료기관들 역시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면서 다시 자차 이동이 이어졌다. 이후 재차 구급차 이송이 진행돼 산모는 충북 감곡IC 인근에서 구급차로 옮겨 타고 최종적으로 분당서울대학교병원으로 이송됐다.

A씨는 신고 접수 약 4시간 만인 오전 5시 35분쯤 병원에 도착해 응급 수술을 받았으나, 장시간 이송 지연의 영향으로 쌍둥이 중 첫째는 다음 날 오전 1시21분께 저산소증으로 사망했다. 둘째 아이는 뇌 손상을 입어 현재 치료를 받으며 경과를 지켜보고 있는 상태다. 산모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헬기 이송이 이뤄지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이 이어졌다. 소방 당국은 산모가 자궁경부 봉합 수술을 받은 상태였던 점을 고려해, 기압 변화에 따른 공중 분만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항공 이송 대신 지상 이송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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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고는 지역 내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를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 의료 체계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신생아 집중치료실 병상 부족과 산부인과 및 신생아과 전문 인력 부족이 맞물리면서 응급 상황 대응에 큰 공백이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대구시는 재발 방지를 위해 병상 확충에 나섰다.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은 신생아중환자실 병상을 기존 37개에서 42개로 늘렸고, 칠곡경북대학교병원은 31개에서 39개로 확대했다.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역시 올해 중 병상을 48개까지 확충할 계획이다. 또한 경북대학교병원에는 고위험 산모·태아 집중치료실 병상이 새롭게 마련될 예정이다.

다만 시는 병상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관계자는 “산부인과와 신생아과 전문의 및 전공의 부족이 심화되고 있어 의료 인력 확보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상급종합병원과의 협의를 통해 미수용 사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고로 자녀를 잃은 유족 측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등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수용 거부와 이송 지연 과정에서의 책임 소재를 둘러싸고 향후 법적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사건은 응급의료 체계가 실제 위기 상황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고위험 임산부와 신생아 치료가 동시에 필요한 상황에서, 의료 인프라와 인력 부족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남게 됐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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