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고 김창민 사건 '쌍방폭행'으로 판단한 이유...'돈가스 칼' 때문이었다
2026-04-09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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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돈가스 칼 목격담만 믿고 '쌍방 폭행' 판단한 이유
6명 이상 가해자 중 단 1명만 송치된 초동수사의 빈틈
고 김창민 감독 사망 사건 관련, 경찰이 당시 상황을 '쌍방 폭행'으로 판단했던 이유가 밝혀졌다.
9일 뉴스1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사건 당일 고인을 특수협박 혐의로 조사 대상에 올렸다. 사건을 수사한 경기 구리경찰서는 지난해 10월 20일 사건 발생 직후 식당 내부와 인근 골목의 CCTV 영상을 확보해 분석에 나섰다. 당시 고인은 발달장애를 가진 아들과 함께 식당을 찾았다가 A씨(30) 일행과 소음 문제로 시비가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에는 고인이 식당 밖에서 A씨 일행과 함께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담겼고, 이후 식당 안으로 들어온 뒤 테이블에서 물건을 집어 들고 일행 쪽으로 다가가는 장면이 포착됐다. 다만 해당 물건을 실제로 휘두르는 모습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상황은 급격히 악화됐다. 일행 중 한 명이 고인의 목을 조르는 장면이 있었고, 밖으로 나온 뒤에도 실랑이가 이어지면서 A씨가 고인의 얼굴을 가격했다. 이어 또 다른 일행은 쓰러진 고인을 골목으로 끌고 가 추가 폭행을 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당시 식당 종업원의 “고인이 돈가스 칼을 들고 달려들었다”는 진술과 CCTV 내용을 토대로 상황을 판단했다. 그 결과 초동 수사 단계에서는 고 김창민 감독과 가해자 간 ‘쌍방 폭행’으로 분류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후 고인이 사망하면서 해당 특수협박 혐의는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사건이 뒤늦게 알려지며 비판 여론이 커지자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7일 이번 사건에 대해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실체적 진실을 밝혀 가해자들에게 엄정한 처벌이 뒤따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젊은 영화감독이었던 피해자가 발달장애 자녀와 식당을 찾았다가 집단 폭행을 당해 뇌사 상태에 빠졌고 끝내 사망했다”며 사건의 중대성을 강조했다.
유가족 측은 초동 수사의 미흡함을 강하게 지적하고 있다. 폭행 당시 CCTV에는 가해자 일행이 최소 6명 이상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초기에는 단 1명만 피의자로 송치됐고 이후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와 유가족의 문제 제기 이후에야 추가 피의자가 특정됐다는 것이다. 또한 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되면서 가해자들이 불구속 상태로 일상생활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 역시 유가족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정 장관은 “유가족들이 겪고 있는 정신적 고통과 불안이 매우 큰 상황”이라며 “중증 발달장애 자녀를 남겨둔 채 세상을 떠난 고인의 사정까지 고려하면 그 비통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초기 수사의 빈틈을 철저히 보완하고, 사건의 전모를 명확히 밝혀 책임 있는 자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검찰은 사건을 넘겨받아 재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의정부지검 남양주지청은 사건의 전반적인 경위를 재검토하기 위해 전담팀을 구성하고 관련자 추가 조사와 증거 보강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과정에서 당시 상황에 대한 사실관계와 책임 범위가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고 김창민 감독은 이 사건 때문에 지난해 11월 7일 뇌출혈로 사망했다. 당시에는 단순 질환으로 알려졌으나, 이후 폭행에 따른 뇌출혈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고인의 여동생은 SNS를 통해 “뇌사 판정 이후 장기기증을 통해 4명에게 새 생명을 나누고 떠났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