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에서 10년만 일해도 퇴직금이 최소 32억원?
2026-04-10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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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성과급 평균임금에 포함하면 퇴직금 어마어마
대법원, 영업이익 기준 산정 성과급엔 해당성 부정

반도체 엔지니어 한 명의 퇴직금이 수십억원에 달하는 시대가 과연 열릴지에 관심이 쏠린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우면서 성과급 규모가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어서다. 이 성과급이 퇴직금 산정의 기준인 평균임금에 포함될 경우 장기 근속 직원이 퇴직 시 손에 쥐는 돈이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 된다. 다만 대법원은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은 평균임금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명확히 하고 있다.
퇴직금은 퇴직 전 3개월간 받은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사용자는 근속 1년마다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퇴직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평균임금이 커질수록 퇴직금도 커지는 구조다. 지난해 SK하이닉스 직원들이 연봉과 성과급을 합쳐 손에 쥔 돈은 평균 3억2000만원이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경우 10년 근속 직원의 퇴직금은 단순 계산으로 최소 32억원에 이른다는 추산이 가능하다.
올해 성과급 전망은 지난해와 비교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다. SK하이닉스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2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이익의 10%를 PS 재원으로 쓰는 현행 구조에서 내년 초 지급될 1인당 평균 성과급은 5억8000만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글로벌 투자은행 맥쿼리증권이 내다본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 447조원을 대입하면 1인당 평균 12억9000만원까지 불어난다. 이 수준의 성과급이 수년간 반복되고 평균임금으로 인정될 경우 퇴직금 규모는 수십억원을 훌쩍 넘는다.
삼성전자 역시 전례 없는 규모의 성과급을 앞두고 있다. 현재 노사 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사측은 영업이익의 10% 이상을 성과급 재원으로 쓰겠다는 안을 제시한 상태다. 맥쿼리가 추산한 삼성전자의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 477조원 기준으로 성과급 재원은 보수적으로 잡아도 50조원 안팎이다. 국내 임직원 수 약 12만8500명으로 나누면 1인당 평균 3억9000만원이다. 파운드리, 시스템LSI, 스마트폰, 가전 등 사업 영역이 광범위한 탓에 사업부별 차등 지급 가능성이 있지만, 메모리 부문은 SK하이닉스에 버금가는 수준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올해 기준으로는 반도체 부문 직원들의 성과급이 최소 평균 5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 돈이 퇴직금 계산에 들어가느냐다. 대법원은 올해 초 이 쟁점을 정면으로 다룬 판결을 잇따라 내놨다. 핵심 기준은 성과급이 개별 근로자의 노동 제공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느냐다.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이익 등 외부 재무 실적에 연동된 성과급은 시장 상황이나 경영 판단 등 근로자가 통제할 수 없는 요인에 좌우되는 만큼 근로의 직접적인 대가로 보기 어렵다는 게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이다.
대법원은 지난 2월 SK하이닉스 퇴직자 2명이 낸 퇴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를 확정했다. SK하이닉스의 취업규칙이나 급여규정에 경영성과급 관련 규정 자체가 없고, 지급 기준이 연도별 노사 합의로만 정해져 온 점이 근거가 됐다. 회사가 성과급을 계속 지급해야 할 법적 의무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현대해상화재보험, LX글라스, LG디스플레이, 한화오션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같은 취지로 경영성과급의 평균임금 해당성을 부정했다.
다만 성과급 설계 구조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주목된다. 대법원은 지난 1월 29일 삼성전자 사건에서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 인센티브(OPI)의 임금성은 부정하면서도, 목표인센티브(TAI)에 대해서는 임금성을 인정하고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TAI는 사업부별 목표 달성도와 개인 평가등급에 따라 지급률이 사전에 정해진 구조다. 지급 기준이 내부 규정에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고 근로 성과와의 연관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이 반영됐다. 사기업 경영성과급 중 대법원이 임금성을 인정한 사례는 현재까지 이것이 사실상 유일하다.
SK하이닉스의 PS는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삼는 구조여서 현재 대법원 판단 기준상 평균임금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그러나 반도체 호황이 수년간 지속되며 대규모 성과급 지급이 반복될 경우 관행 형성을 근거로 한 새로운 법적 분쟁이 불거질 가능성은 열려 있다.
두 회사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각각 600조원, 300조원을 투자할 계획인 상황에서 퇴직적립금 부담까지 현실화할 경우 재무 전략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역대급 성과급이 몰고 올 후폭풍의 크기를 재계가 예의 주시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