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정신적 붕괴 중”...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6주 고립된 2만 선원의 절규 (인터뷰)
2026-04-10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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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협 속 심리 붕괴 직전... 90% 선원 항행 거부

이란의 전격적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조치로 인하여 해당 수역 인근 해상에 꼼짝없이 발이 묶여 고립된 2만 여명의 다국적 선원들이 겪고 있는 절망적인 상황이 임계점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6주째라는 기나긴 시간 동안 바다 한가운데서 계속된 극도의 군사적 긴장감과 생존의 위협 속에 방치된 선원들은 결국 정신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하며 한계 상황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차라리 직업을 포기하고 귀국하겠다"라고 부르짖는 선원들의 뼈저린 절규는 현재 호르무즈 해협 일대의 해상 상황이 얼마나 참혹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영국 일간 가디언은 9일(현지 시각) 현장의 참상을 상세히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인근 해상에 갇힌 이들 선원은 이란의 무차별적인 드론 공격 위협과 바다 아래 도사린 기뢰의 폭발 위협 속에 사실상 인질과 다름없는 상태로 방치돼 있다.
매체는 이러한 참담한 현실을 조명하며 국제적인 차원의 인도주의적 대책 마련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는 점을 강력하게 지적함과 동시에 현장에 억류된 유조선 선원과의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현재 아랍에미리트(UAE) 인근 해상에 정박 중인 대형 유조선에서 근무하고 있는 선원 A 씨는 현지의 처참한 분위기를 생생하게 증언했다. A 씨는 "정신적 충격을 최소화하려 노력하지만 이제는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호소하며 6주간 누적된 공포로 인해 심리적 방어 기제가 완전히 무너졌음을 고백했다.
이어 "주변에는 기름을 가득 실은 유조선 수십 척이 꼼짝도 하지 못한 채 떠 있다"라고 말해 작은 불씨 하나만으로도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화약고 같은 주변 환경의 위태로움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실제로 2주 전에는 고립된 선원들의 눈앞에서 끔찍한 사건이 발생해 공포감을 극대화했다. 인근 해상에 머물던 쿠웨이트 국적의 유조선이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 공격을 정면으로 맞고 거대한 불길에 휩싸이는 충격적인 장면을 수많은 선원이 직접 목격한 것이다.
가연성이 매우 높은 화물을 싣고 있는 선박 위에서 타국의 배가 화염에 휩싸이는 것을 바라봐야만 했던 선원들의 뇌리에는 언제 자신들의 배도 표적이 될지 모른다는 극심한 공포감이 깊게 자리 잡게 됐다. 미국과 이란 사이에 극적으로 휴전 합의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해상 현장의 공포는 조금도 잦아들지 않고 있으며 생존을 위해 당장 귀국하겠다는 절규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이유다.
양국 간의 휴전 합의 직후에도 선원들을 위협하는 상황은 지속되고 있다. 휴전 선언이 무색하게 머리 위 상공에 미사일 요격 흔적이 선명하게 나타나는 등 생명을 위협하는 군사적 상황이 조금도 나아질 조짐을 보이지 않자 생명의 위협을 느낀 많은 선원이 항행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A 씨는 "이미 한 달 전 선장에게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할 의사가 없다고 통보했다"고 밝히며 무리한 운항 지시를 수용할 수 없음을 명확히 했다.
또한 그는 "동료 선원 중 90%가 항행 거부권을 행사하고 싶어 한다"고 현장의 팽배한 분위기를 전했다.
극도의 스트레스가 빚어낸 참상도 보고됐다. A 씨의 동료 중 한 명은 장기간 지속된 생명의 위협과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심각한 정신적 붕괴 증세를 보이고 있으며 불상사를 막기 위해 동료들의 상시 감시를 받는 처지에 놓였다고 밝혔다.
국제운수노조연맹(ITF)에 따르면 전쟁 발생 이후 300여 척의 선박에서 1000여 건의 다급한 상담 문의가 접수됐다. 상담을 요청한 선원 10명 중 2명은 직무를 포기하더라도 생존을 위해 조기 귀국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리적 공포와 더불어 이란의 해협 봉쇄로 고립이 장기화하면서 식량과 식수는 물론 필수적인 연료 부족 문제까지 겹쳐 선원들의 고통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해운업계 전문가들은 고립 선원들이 겪고 있는 심각한 정신적 외상을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며 인도주의적 개입을 촉구했다. 극도의 공포에 짓눌린 이들을 구조하고 대체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고 일제히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