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정치와 선 긋는 박수현…‘바른 정치언어상’이 던진 묵직한 질문
2026-04-14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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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품위상·백봉신사상까지…선거철 거친 언어 속 다시 주목받는 ‘정치의 품격
수상 자체보다 중요한 건 지속성…유권자는 말의 태도와 정치의 결과를 함께 본다

[충남=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선거가 다가올수록 정치권의 언어는 대체로 거칠어진다. 정책 경쟁보다 조롱과 비방이 앞서고, 짧고 자극적인 한마디가 긴 설명을 밀어내는 장면도 낯설지 않다. 그래서 정치인의 말이 다시 주목받는 순간은 대개 두 가지다. 누군가 막말로 비판받을 때, 혹은 반대로 그 흐름과 거리를 둔 인물이 드물게 눈에 띌 때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국회를 빛낸 바른 정치언어상’ 특별품위상 수상 소식이 그냥 상 하나 추가된 정도로만 보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수상은 단순히 말을 부드럽게 했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대변인 경험이 있는 현역 의원 가운데서도 정치 언어의 절제와 품위를 인정받았다는 상징성이 더 크다. 정치의 언어가 갈수록 공격성과 속도에 치우치는 흐름 속에서, 설득과 공감의 언어가 여전히 가치가 있는지 묻는 장면이기도 하다. 선거철마다 유권자들이 느끼는 피로감은 결국 말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상대를 낮추는 데 몰두하는 정치가 민생을 챙길 여유를 가질 수 있겠느냐는 회의도 그 지점에서 커진다.
박 의원은 이번 수상까지 포함해 같은 계열의 정치언어 관련 상을 여러 차례 받은 이력이 있다. 여기에 국회 안팎에서 품위와 신뢰를 함께 보는 상으로 알려진 백봉신사상에서도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중요한 것은 수상 횟수 자체보다, 정치권 안에서 그가 비교적 일관된 이미지로 축적돼 왔다는 점이다. 즉흥적 분노나 자극적 언어보다 메시지의 균형과 절제를 중시하는 정치인이라는 인식이 형성돼 있다는 뜻이다.
이런 평가는 대변인 경력과도 맞물린다. 대변인은 당의 입이자 방패이고, 때로는 가장 공격적인 최전선에 선다.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안을 다루면서도 당의 메시지를 정리해야 하고, 동시에 지지층과 중도층 모두의 반응을 의식해야 한다. 그래서 대변인의 언어는 정치인의 말 가운데서도 가장 시험대에 오르기 쉽다. 그 자리에서 상대를 몰아붙이되 도를 넘지 않는 것, 당의 입장을 분명히 하되 혐오와 조롱으로 흐르지 않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박수현 의원의 이번 수상은 바로 그 어려운 균형을 일정하게 유지해왔다는 평가로 볼 수 있다.
물론 상을 받았다고 곧바로 좋은 정치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유권자가 보는 기준은 훨씬 냉정하다. 말이 아무리 점잖아도 현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결국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반대로 날카로운 비판을 하더라도 사실과 논리 위에서 이뤄진다면 오히려 더 설득력을 얻는다. 결국 중요한 것은 말의 표면적 온도보다 그 언어가 어떤 정치 태도와 연결돼 있느냐다. 품격 있는 언어는 목적이 아니라 방식이다. 그 방식이 책임과 절제,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정치의 신뢰로 연결될 수 있다.
박 의원이 수상 소감에서 “정치의 언어가 바뀌면 정치가 바뀌고, 정치가 바뀌면 국민의 삶이 바뀐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다소 원론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최근 정치 현실을 보면 결코 가볍게 넘길 말은 아니다. 말은 태도를 만들고, 태도는 협치의 가능성을 좌우한다. 결국 타협과 입법, 예산과 행정도 모두 언어 위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상대를 악마화하는 정치에선 협상이 불가능하고, 협상이 불가능한 정치에선 민생이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번 수상은 개인의 영예라기보다 정치권 전체에 던지는 질문에 가깝다. 지금의 정치는 상대를 쓰러뜨리는 언어에 너무 익숙해진 것 아니냐는 질문이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더 독해지는 말의 경쟁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냐는 물음이기도 하다. 유권자들은 이미 알고 있다. 말이 거친 정치가 반드시 강한 정치는 아니라는 점을 말이다. 오히려 끝까지 품위를 잃지 않는 정치인이 더 오래 간다는 사실도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박수현 의원의 이번 수상은 그 점을 다시 상기시키는 계기로 보인다. 다만 진짜 평가는 지금부터다. 앞으로도 그는 품격 있는 언어를 유지하면서도 민생과 지역 현안을 실제로 풀어내는 정치로 이어가야 한다. 유권자는 이제 정치인의 말과 행동을 따로 보지 않는다. 결국 살아남는 언어는 멋있게 들리는 말이 아니라, 믿을 수 있는 정치로 연결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