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인의 한국살이] “속 안 좋을 때 무조건 마신다”…이란 사람들이 찾는 ‘이 차’ 정체

2026-04-16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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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배가 아프면 따뜻한 죽이나 생강차를 찾듯, 이란에는 집집마다 꺼내는 ‘비밀 음료’가 있다. 홍차에 황금빛 설탕을 넣어 마시는 ‘차이 나밧(Chai Nabat)’이다. 단순한 차 같지만, 이란에서는 “몸이 안 좋을 때 꼭 마셔야 하는 것”으로 통한다.

“아프면 약보다 이걸 먼저 마신다”는 음료

이란 사람들에게 차는 단순한 기호식품이 아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마시는 생활의 일부다. 그중에서도 ‘차이 나밧’은 조금 특별한 존재다.

사프란이 더해진 나밧(설탕 결정)과 홍차가 함께 놓인 모습. 이란에서 ‘차이 나밧’으로 즐기는 대표적인 조합이다. / 셔터스톡
사프란이 더해진 나밧(설탕 결정)과 홍차가 함께 놓인 모습. 이란에서 ‘차이 나밧’으로 즐기는 대표적인 조합이다. / 셔터스톡

차이 나밧은 홍차에 ‘나밧’이라고 불리는 설탕 결정 덩어리를 넣어 마시는 음료다. 나밧은 일반 설탕보다 훨씬 크고 단단한 결정 형태로, 황금빛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사프란이나 카다멈 향이 더해지기도 한다.

겉으로 보면 단순히 달콤한 차처럼 보이지만, 이란에서는 이 음료가 하나의 ‘집에서 쓰는 처방’처럼 여겨진다.

“배가 불편하다”는 의미, 한국의 ‘체했다’와는 조금 다르다

여기서 말하는 ‘속이 안 좋다’는 표현은 한국의 ‘체했다’와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한국에서는 음식을 잘못 먹었을 때 속이 더부룩하고 막힌 느낌이 들면 “체했다”고 표현하고, 손을 따거나 소화제를 찾는 경우가 많다.

반면 이란에서는 복통이나 메스꺼움, 경련 같은 증상을 보다 넓게 묶어서 ‘몸이 차가워졌다’고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한국에서 “체했을 때 손을 딴다”는 문화가 있다면, 이란에서는 비슷한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이렇게 말한다.

“속이 차가워졌어, 차이 나밧 마셔.” 같은 ‘배가 불편한 상황’이지만, 접근 방식이 전혀 다른 셈이다.

“속이 차가워졌어”…이란식 건강 개념

이란에서는 음식과 몸 상태를 ‘따뜻한 것’과 ‘차가운 것’으로 나누는 문화가 깊게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복통이나 메스꺼움 같은 증상은 몸이 ‘차가워졌을 때’ 발생한다고 믿는다. 차이 나밧은 ‘따뜻한 성질’을 가진 음료로 여겨지기 때문에, 몸의 균형을 다시 맞춰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유리 찻잔에 담긴 홍차와 함께 나밧이 곁들여진 모습. 이란에서는 차에 나밧을 넣어 마시며 일상적으로 즐긴다. / 셔터스톡
유리 찻잔에 담긴 홍차와 함께 나밧이 곁들여진 모습. 이란에서는 차에 나밧을 넣어 마시며 일상적으로 즐긴다. / 셔터스톡

약 대신 마시는 ‘집집마다 있는 해결책’

흥미로운 점은, 이란에서는 몸이 조금 불편할 때 바로 약을 찾기보다 이런 간단한 방법을 먼저 시도한다는 것이다.

차이 나밧은 그 대표적인 예다. 한국의 생강차, 혹은 체했을 때 따뜻한 물을 마시는 습관처럼, 이란에서는 자연스럽게 이 차를 먼저 찾는다. 복통, 생리통, 가벼운 소화 불량, 식중독 초기 증상까지 다양한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그래서 이란 사람들 사이에서는 “일단 차이 나밧부터 마셔봐”라는 말이 거의 습관처럼 쓰인다.

실제로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

단순한 문화적 믿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차이 나밧이 몸을 편하게 만드는 이유에는 실제적인 요소도 있다.

따뜻한 홍차는 위장을 이완시키고 소화를 돕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여기에 들어가는 설탕은 몸이 약해졌을 때 빠르게 에너지를 공급해 준다.

특히 사프란이 들어간 나밧의 경우, 전통적으로 긴장 완화와 통증 감소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은은한 향 자체가 몸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물론 이 음료가 의학적인 치료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벼운 불편함을 완화하는 데에는 충분히 의미 있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황금빛을 띠는 나밧(설탕 결정) 모습. 차에 넣어 녹여 마시거나 직접 찍어 먹는 형태로 사용된다. / 셔터스톡
황금빛을 띠는 나밧(설탕 결정) 모습. 차에 넣어 녹여 마시거나 직접 찍어 먹는 형태로 사용된다. / 셔터스톡

사실 더 중요한 건 ‘마음’일지도 모른다

이 음료가 특별한 이유는 또 있다. 차이 나밧은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어릴 때부터 아플 때마다 가족이 건네주던 기억과 연결돼 있다. “괜찮아? 앉아봐, 차 끓여줄게.” 이 한마디와 함께 나오는 것이 바로 이 차다.

그래서 차이 나밧을 마시면 몸뿐 아니라 마음도 편안해진다는 이야기가 많다. 익숙함과 안정감이 동시에 작용하는 것이다.

“원래 매일 마시던 건데… 아프면 약이 된다”

재미있는 점은, 이란 사람들은 평소에도 홍차를 자주 마신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프면 완전히 다른 걸 찾기보다 “평소 마시던 차에 나밧을 넣어 마신다”는 방식이 자연스럽다.

이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런 농담도 있다. “평소엔 그냥 차인데, 아프면 갑자기 약이 된다.”

결국, 이란 사람들에게 이 한 잔이란

차이 나밧은 단순한 음료가 아니다. 전통적인 건강 개념, 실제로 느껴지는 작은 효과, 그리고 어릴 때부터 이어진 기억과 감정이 모두 섞인 존재다. 한국에서 누군가 체했을 때 손을 따거나 따뜻한 음식을 찾듯, 이란에서는 차 한 잔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어쩌면 이 음료의 진짜 의미는 하나일지도 모른다. “괜찮지? 내가 차 끓여줄게.”


home 헬리아 기자 helianik@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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