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300만원 이상 받는다"…5060 우르르 몰리는 '효자 자격증'

2026-04-16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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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 재취업 자격증 51만 명 추적 결과
타워크레인·에너지관리사 '상위권'

기대수명은 늘어나는데 정년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들이 바라는 은퇴 나이는 평균 65세지만, 실제 평균 퇴직 나이는 56세에 불과하다. 정년도 채우지 못한 채 일터를 떠난 뒤 남은 20~30년을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시대, 대한민국 5060 세대가 다시 시험장으로 향하고 있다.

일자리 채용 한마당 찾은 60세 이상 고령 구직자. 지난달 28일 오후 경기 수원시 팔달구 화성행궁광장에서 열린 '2025년 제17회 노인일자리 채용 한마당'에서 60세 이상 고령 구직자들이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다. / 뉴스1
일자리 채용 한마당 찾은 60세 이상 고령 구직자. 지난달 28일 오후 경기 수원시 팔달구 화성행궁광장에서 열린 '2025년 제17회 노인일자리 채용 한마당'에서 60세 이상 고령 구직자들이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다. / 뉴스1

지난해 국가기술자격 접수자는 304만 명을 넘어섰고, 50세 이상 중장년층 접수자 수는 10년 전보다 약 2.7배 늘었다. 자녀에게 손 벌리지 않겠다는 각오로 문제집을 펼친 이들이 선택한 자격증은 무엇이고, 실제로 얼마를 벌 수 있을까.

월 300만 원 훌쩍 넘는 자격증, 5060이 몰리는 이유

고용노동부와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만 50세 이상 65세 미만 국가기술자격 취득자 51만 명을 추적한 결과, 자격증 취득 후 첫 재취업처에서 가장 높은 임금을 받은 자격증은 타워크레인운전기능사(평균 월 369만 원)였다. 대졸 신입사원 초임인 300만~310만 원 수준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작업중인 타워크레인. / 뉴스1
작업중인 타워크레인. / 뉴스1

그 뒤를 천공기운전기능사(326만 원), 불도저운전기능사(295만 원), 기중기운전기능사(284만 원), 철근기능사(284만 원)가 이었다.

이 자격증들의 공통점은 건설·중장비 분야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젊은 층이 기피하는 직종이기도 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50대 이상도 충분히 채용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분야다. 숙련도가 임금 수준을 좌우하기 때문에 늦게 시작해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임금이 높다고 해서 취업이 쉬운 건 아니다. 자격증 취득 후 6개월 이내 취업 성공률이 가장 높은 자격증은 공조냉동기계기능사였다. 취득자의 54.3%가 6개월 안에 취업에 성공했다. 그 뒤를 에너지관리기능사(53.8%), 산림기능사(52.6%), 승강기기능사(51.9%), 전기기능사(49.8%)가 이었다.

고용 안정성 측면에서도 공조냉동기계기능사는 1위를 차지했다. 취득 후 고용보험 가입 기간 비중이 46.7%로 가장 높았으며, 에너지관리기능사(45.2%), 승강기기능사(42.7%), 산림기능사(42.0%), 전기기능사(41.4%)도 장기 고용 유지에 강점을 보였다.

취업률·안정성·임금 세 마리 토끼를 잡은 자격증은?

임금 수준, 취업률, 고용 안정성, 기업 채용 수요를 모두 종합했을 때 가장 유망한 자격증은 '에너지관리기능사'로 집계됐다. 취업률 2위, 고용 안정성 2위를 기록하면서도 전반적인 균형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구인 게시판 살펴보는 구직자들. 지난달 28일 오후 경기 수원시 팔달구 화성행궁광장에서 열린 '2025년 제17회 노인일자리 채용 한마당'에서 60세 이상 고령 구직자들이 구인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 뉴스1
구인 게시판 살펴보는 구직자들. 지난달 28일 오후 경기 수원시 팔달구 화성행궁광장에서 열린 '2025년 제17회 노인일자리 채용 한마당'에서 60세 이상 고령 구직자들이 구인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 뉴스1

에너지관리기능사는 보일러·냉난방 설비, 공장 에너지 시스템 등을 관리하는 자격으로, 제조업·건물관리업 등 비교적 안정적인 사업장에서 수요가 꾸준하다. 특별히 화려한 이력이 없어도 자격증 하나로 정규직 취업을 노릴 수 있다는 점에서 5060 세대에게 현실적인 선택지로 꼽힌다.

중장년층이 선택하는 자격증에는 성별 차이도 뚜렷했다. 50~60대 남성이 가장 많이 신청한 시험은 지게차운전기능사였고, 50~60대 여성에게는 한식조리기능사가 압도적인 인기를 끌었다. 남성은 물류·건설 현장 재취업을, 여성은 외식업·급식업 취업을 겨냥한 선택이다.

70대도 이력서 내는 시대

구직 활동 자체도 갈수록 활발해지고 있다. 일자리 플랫폼 벼룩시장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50대 이상 구직자 이력서 등록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76.7% 증가했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증가 폭은 더 컸다. 60대 이상은 104.4%, 70대 이상은 152.0% 늘었다.

은퇴 후 소득 공백에 대한 불안이 커질수록 재취업 의지도 강해지는 구조다. 기대수명 100세 시대에 56세 은퇴는 40년 이상의 공백을 의미한다. 국가기술자격증은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정부도 이 흐름에 발맞추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한국폴리텍대학 중장년 특화훈련 규모를 지난해 2800명에서 올해 7700명으로 약 2.75배 확대할 계획을 밝혔다.

중장년 특화훈련은 직업훈련 이력이 없거나 오랫동안 현장을 떠나 있던 이들도 체계적으로 기술을 익힐 수 있도록 설계된 프로그램이다.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하는 훈련과정이 포함돼 있어, 독학으로 준비하기 어려운 중장년층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50세 이후의 노동시장 재진입은 과거엔 낯선 개념이었다. 지금은 선택이 아니라 준비해야 할 현실이 됐다. 시험장에 앉은 50대의 뒷모습은, 생존을 향한 가장 조용한 몸짓인 셈이다.

2019~2023 국가기술자격 응시추이. / 고용노동부
2019~2023 국가기술자격 응시추이. / 고용노동부
home 김태성 기자 taesung1120@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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