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 소방관 예비신부 “우리 결말을 알고 있어도, 오빠를 선택할 거야“
2026-04-16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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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앞두고 순직한 젊은 소방관, 예비신부가 남긴 편지의 내용
3년간의 사랑, 그리움으로 바뀌다...예비신부의 절절한 고백
전남 완도군 냉동창고 화재 현장에서 인명 구조 후 순직한 고 노태영 소방교의 예비신부가 남긴 편지가 공개되며, 그의 희생을 둘러싼 안타까움이 깊어지고 있다.
두 사람은 최근 웨딩촬영을 마쳤고, 올 가을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다. 아시아경제의 지난 12일 보도에 따르면 고인은 새 출발을 위해 휴일도 반납하고 현장을 지켰던 성실한 청년이었다. 현장의 동료 소방관은 "성격 좋고 싹싹했던 젊은이가 곧 국수를 대접하겠다며 웃던 모습이 선한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느냐"며 눈시울을 붉혔다고 한다.
결혼을 앞두고 있던 젊은 소방관의 갑작스러운 비보와 남겨진 이의 절절한 심정이 전해지며 온라인을 중심으로 추모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예비신부 A씨는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고인을 향한 편지를 남겼다. 그는 “사랑한다는 말로도 부족한 바보같이 착한 우리 남편, 얼마나 뜨겁고 무섭고 두려웠을까”라며 “나는 아직도 4월 12일 아침에 머물러 있다”고 했다.
A씨는 “화재 출동 나갔는데 실종이라는 연락 받고 진짜 가슴이 먹먹해지고 내 세상이 무너졌다”며 “가정이 있어도 가장 먼저 들어가서 늦게 나올 것 같다고 오빠는 항상 말했다”고 회상했다. 위험한 현장에서도 늘 앞장서던 고인의 성격을 떠올리며, 그가 왜 마지막까지 현장을 지켰는지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A씨는 함께했던 시간에 대한 그리움과 동시에 남겨진 사람으로서의 후회도 솔직하게 드러냈다. 그는 “바보같이 착하고 나에게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잘해 준 기억만 남아 마음이 더욱 힘들다”며 “미운 모습이라도 있으면 그걸 탓하며 살 텐데 나는 탓할 것도 없이 내가 오빠에게 한 말, 행동들 후회만 한다”고 적었다.
그는 “우리 결말을 알고 있어도 똑같이 오빠를 선택할 것”이라며 “내 인생 중 가장 행복한 순간들을 만들어줘서 너무 고마워. 자주 보러 갈게. 우리 남편 사랑하고 또 사랑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오빠와 저의 가족, 지인, 동료분들 마지막 가는 길 외롭지 않게 찾아주시고 연락주셔서 한 번 더 감사드린다”며 주변의 위로에 대한 고마움도 전했다.

이 글이 공개되자 네티즌들은 “부디 편히 쉬시길 바란다”,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겠지만 깊은 애도를 보낸다”,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희생한 용기에 감사하다”는 등의 메시지를 남기며 고인을 추모했다. 예비부부의 사연과 고인의 마지막 선택이 알려지며, 슬픔과 존경이 뒤섞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노태영 소방교는 지난 12일 완도군 한 수산물 가공업체 냉동창고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에 출동해 인명 구조를 마친 뒤, 추가 구조를 위해 내부로 재진입했다가 갑작스럽게 번진 불길에 고립됐다. 이후 동료들에 의해 발견됐지만 끝내 목숨을 잃었다. 함께 현장에 투입됐던 박승원 소방위 역시 같은 사고로 순직했다.
해남소방서 북평119지역대 소속이었던 노 소방교는 2022년 임용된 젊은 소방관으로, 오는 10월 결혼식을 앞두고 있었다. 동료들 사이에서는 맡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 성실한 대원으로 평가받았으며, 인력 부족 상황에서도 구급 업무부터 운전, 화재 진압까지 도맡아 수행해온 ‘만능 소방관’으로 불렸다.

함께 순직한 박승원 소방위는 완도소방서 소속으로, 세 자녀를 둔 가장이자 19년 경력의 베테랑 소방관이었다. 후배들을 세심하게 챙기는 든든한 선배로 알려져 주변의 안타까움이 더욱 크다.
정부는 두 소방관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하고 1계급 특진을 결정했다. 전남도지사장으로 치러진 영결식에서는 국가적 애도 속에 마지막 배웅이 이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조전을 통해 “거센 화마 속으로 망설임 없이 뛰어든 고인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대한민국은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며 깊은 애도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