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경력 반영해 '승진' 시켜주는 건 '불평등'...소송 낸 건 직원

2026-04-19 20:20

add remove print link

군 경력 보상,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나
승진 기회 앞당기는 채용, 성차별인가

군 복무 경력을 인정해 입사 단계부터 직급과 승진 기회를 달리한 인사 제도가 성차별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오면서 채용·인사 관행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이번 판결은 군 경력 보상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양순주 부장판사)는 최근 A씨가 국가인권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진정신청 기각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한 사단법인에 공개채용으로 입사한 뒤 해당 기관의 인사 규정이 성차별적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논란이 된 인사 제도는 대졸 신입직원 채용 과정에서 군 복무 여부에 따라 직급과 호봉을 다르게 책정한 것이었다. 군 경력이 없는 지원자, 특히 여성의 경우 6급 10호봉으로 채용된 반면, 군 복무 2년을 마친 지원자는 2호봉이 가산돼 5급 12호봉으로 입사했다. 겉으로는 단순한 호봉 차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직급 자체가 달라지면서 이후 인사 과정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였다.

A씨는 이 같은 차이가 단순한 임금 문제를 넘어 승진 기회에서도 불이익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2025년 2월 “합리적 이유 없이 여성을 불리하게 대우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진정을 기각했다. 이에 A씨는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군 복무 경력의 반영 범위를 임금과 승진으로 나눠 판단했다.

재판부는 우선 임금 부분에 대해서는 위법성이 없다고 봤다. 군 복무로 인해 사회 진출이 지연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를 일정 부분 보전하기 위한 호봉 가산은 허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관련 법령 취지와도 맞닿아 있는 판단이다. 실제로 제대군인지원에 관한 법률은 군 복무 경력을 일정 범위에서 인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입사 직급을 달리 부여한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히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해당 기관 인사 규정상 6급에서 5급으로 승진하는 데 약 2년이 걸린다는 점에 주목했다. 군 경력을 인정받은 신입사원이 입사와 동시에 5급으로 시작할 경우, 다른 직원보다 2년 앞서 승진 기회를 확보하게 되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보상이 아니라 조직 내 경쟁 조건 자체를 달리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특히 이러한 구조는 결과적으로 특정 성별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한국 사회에서 군 복무는 사실상 남성에게 집중돼 있는 만큼, 직급 차등이 유지될 경우 채용 단계부터 성별에 따른 격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를 두고 합리적 이유를 넘어선 불리한 차별로 판단했다.

또한 재판부는 남녀고용평등법을 근거로 들며, 사업자가 승진 등 고용 조건에서 성별을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군 경력을 인정하는 것이 가능하더라도, 그 방식이 결과적으로 승진 기회를 앞당기는 구조라면 법 취지에 어긋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인권위가 “이미 제도가 개선됐기 때문에 소송의 실익이 없다”고 주장한 부분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기존 입사자들에게는 여전히 이전 규정이 적용되고 있는 만큼, 차별적 효과가 남아 있다고 판단했다. 단순히 규정을 바꿨다는 이유만으로 과거의 문제까지 해소됐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이번 판결은 공공기관뿐 아니라 민간기업의 인사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군 경력을 이유로 직급을 상향해 채용하는 관행이 일부 존재해왔지만, 앞으로는 이러한 방식이 법적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채용 단계에서의 직급 차등이 승진 구조와 맞물릴 경우 더욱 엄격한 기준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단을 두고 군 복무 보상 자체를 부정한 것이 아니라, 그 방식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한 사례로 보고 있다. 군 복무로 인한 기회비용을 보전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다른 집단의 기회를 구조적으로 앞서는 형태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판결이라는 평가다.

결국 이번 사건은 보상과 차별의 경계를 어디에 둘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 군 복무에 대한 정당한 보상과 고용 평등 원칙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설정할 것인지가 향후 제도 설계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

관련기사

NewsChat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