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루마니아인 한국생활] “한국을 나보다 더 잘 아네?” 외국인 유학생이 친구들 놀라게 한 서울 1만 원 이하 맛집 3곳
2026-04-20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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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친구들에게 서울의 가성비 맛집을 소개할 때마다 돌아오는 반응은 늘 비슷했다. “도대체 네가 나보다 한국을 더 잘 아는 것 같다”는 말이었다. 그만큼 요즘 서울에서 1만 원 이하로 제대로 먹을 수 있는 식당은 의외로 숨겨져 있다.

서울에서 학생으로 살다 보면 가장 먼저 현실이 되는 건 역시 밥값이다. 하루에 한 끼, 두 끼만 사 먹어도 금방 부담이 커지고, 그러다 보면 “싸면 맛이 없고, 맛있으면 비싸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기 마련이다. 그런데 서울에는 아직도 1만 원 이하, 심지어 5000~6000원 안팎으로도 든든하게 먹을 수 있는 곳들이 남아 있다. 더 놀라운 건 이런 곳들을 의외로 한국인 친구들조차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내가 이런 식당들을 친구들에게 소개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반응은 “도대체 네가 나보다 한국을 더 잘 아는 것 같다”는 말이었다.
서울에서 오래 지내다 보면, 특히 학생들이 몰리는 동네에는 단순히 ‘싼 집’이 아니라 진짜 계속 가게 되는 가성비 식당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이화여대와 신촌 일대는 그런 의미에서 여전히 특별하다. 임대료와 물가가 계속 오르는 서울 안에서도, 학생들이 꾸준히 찾는 덕분에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대를 유지하는 집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곳일수록 화려한 바이럴보다는 입소문으로 살아남는다.
3000원 김치찌개가 가능한 곳, 이대 앞 ‘청년밥상문간’
가장 먼저 소개하고 싶은 곳은 이대 정문 근처 ‘청년밥상문간’ 이다. 이곳의 가장 강력한 포인트는 단연 가격이다. 기본 김치찌개가 3000원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처음 들으면 한 번쯤 다시 묻게 된다. 서울에서, 그것도 대학가에서, 따뜻한 찌개 한 그릇이 3000원이라는 건 요즘 기준으로 거의 보기 어려운 가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집이 단순히 가격만 저렴해서 기억에 남는 건 아니다. 기본 김치찌개 만으로도 충분히 식사가 가능하지만, 여기에 두부, 어묵, 스팸 같은 추가 토핑을 더하면 만족감이 훨씬 올라간다. 토핑은 보통 1000원에서 2000원 사이라서, 결국 5000원에서 6000원 정도면 제법 든든한 한 끼가 완성된다. 학생 입장에서는 가장 이상적인 구조다. 기본 가격은 낮고, 그날 배고픈 정도에 따라 조금씩 더하는 방식이어서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김치찌개라는 메뉴 자체가 주는 안정감이 있다. 서울의 대학가에서 하루를 오래 보내다 보면, 결국 다시 찾게 되는 건 유행하는 음식보다도 따뜻하고 익숙한 한식인 경우가 많다. 이 집은 바로 그 지점을 정확히 건드린다. 저렴하지만 허기만 달래는 식사가 아니라, 정말 “한 끼를 먹었다”는 느낌을 주는 곳에 가깝다.

신촌에서 6000원 설렁탕이 가능한 ‘독립문 설렁탕’
두 번째로 추천할 곳은 신촌 쪽에서 찾을 수 있는 ‘독립문 설렁탕’이다. 이곳은 6000원으로 설렁탕을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학생들에게 특히 반응이 좋다. 요즘 서울에서 국밥 한 그릇 가격도 점점 올라가는 분위기를 생각하면, 6000원 설렁탕은 그 자체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설렁탕은 유학생이나 자취생들에게 특히 고마운 메뉴이기도 하다. 자극적인 음식이나 배달 음식에 지쳤을 때, 부담 없이 속을 달래면서도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신촌처럼 이동량이 많은 지역에서는 특히 이런 국물 메뉴의 가치가 더 크게 느껴진다. 수업이 끝난 뒤, 혹은 하루 종일 돌아다닌 뒤에 먹는 뜨거운 설렁탕 한 그릇은 가격 이상의 만족감을 준다.
외국인인 내 입장에서도 이런 집들은 서울 생활을 훨씬 덜 부담스럽게 만들어줬다. ‘한국은 밥값이 비싸다’는 인상이 생기기 쉬운 도시에서, 이런 식당들은 아직도 학생 친화적인 서울의 모습을 보여주는 몇 안 되는 공간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친구들에게 이곳을 소개하면 다들 한 번쯤 놀랐다. “신촌에서 이 가격이 된다고?”라는 반응이 꼭 따라왔다.

단백질 챙기고 싶을 때 떠오르는 신촌의 선택지, ‘꼬숑 돈까스’
신촌에서 빠지지 않는 또 하나의 가성비 식당은 ‘꼬숑 돈까스’다. 이곳은 메뉴 가격대가 대체로 5000원에서 9000원 사이에 형성돼 있어, “오늘은 조금 더 든든하게 먹고 싶다”는 날 찾기 좋다. 특히 돈까스는 학생들에게 늘 안정적인 인기 메뉴다. 비교적 호불호가 적고, 포만감이 확실하며, 무엇보다 고기가 들어간 한 끼라는 점에서 만족감이 크다.

내 주변 친구들 사이에서도 이곳은 “단백질 챙기고 싶을 때 가는 집” 같은 이미지가 있었다. 요즘처럼 식비를 아껴야 하는 시기에, 만 원도 안 되는 가격으로 고기 메뉴를 먹을 수 있다는 건 확실한 장점이다. 단순히 양만 많은 집이 아니라, 학생들이 반복해서 찾는 데는 이유가 있다. 돈까스라는 메뉴 자체가 가진 익숙함 위에 가격 경쟁력까지 더해져 있으니, 자연스럽게 재방문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신촌 일대는 유동 인구가 많고 식당도 수없이 많지만, 이상하게도 정말 자주 가게 되는 집은 몇 곳으로 줄어든다. 그런 의미에서 꼬숑 돈까스는 화려한 신메뉴보다 “오늘 뭐 먹지?” 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현실적인 선택지에 가깝다. 그리고 바로 그런 집이 학생들에겐 더 중요하다.

서울에서 ‘싸고 맛있는 집’은 여전히 존재한다
많은 사람들이 서울에서 1만 원 이하로 제대로 먹는 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체감 물가는 계속 오르고 있고, 대학가라고 해서 무조건 싸다는 공식도 이제는 예전만큼 강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학생들이 버티는 동네에는 학생들을 위한 가격이 남아 있는 곳들이 있다. 그리고 그런 집일수록 거창한 광고보다도 실제로 다녀간 사람들의 추천으로 이어진다.
흥미로운 점은, 외국인인 내가 이런 식당들을 찾아 한국 친구들에게 소개했을 때 오히려 그들이 더 놀랐다는 점이다. 보통은 한국 사람이 외국인에게 맛집을 알려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오래 서울을 돌아다니며 학생 생활을 해본 사람이 더 빨리 발견하게 되는 종류의 식당이 있다. 친구들이 “네가 나보다 한국을 더 잘 안다”고 농담처럼 말했던 이유도 아마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결국 좋은 학생 맛집의 기준은 단순하다. 저렴하면서도 맛있고, 재방문하고 싶은 곳이어야 한다. 이대 앞 청년밥상문간, 신촌의 독립문 설렁탕, 그리고 꼬숑 돈까스는 바로 그 조건을 충족하는 집들이다. 물가가 빠르게 오르는 서울에서 이런 곳들이 아직 남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반갑다. 그리고 어쩌면 진짜 서울의 맛은, 화려한 핫플보다 이런 조용한 학생 맛집들에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