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진지 3년 만에 국보로 승격”…실제로 보면 다들 놀라는 의외의 '국내 명소'

2026-04-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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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계곡 암벽에 새겨진 2.8m 거불, '백제의 미소'라 불리는 이유

"알려진 지 3년 만에 국보로 승격됐다"는 말이 과장처럼 들릴 수 있지만, 이 불상의 이력은 실제로 그렇다. 백제 멸망 이후 천수백 년 동안 충남 서산 가야산 계곡 암벽 속에서 지역 주민들만 아는 존재로 남아 있다가 1959년에야 세상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냈고, 공개된 지 불과 3년 뒤인 1962년 12월 20일 국보로 지정됐다.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 본존불입상. / 국가유산청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 본존불입상. / 국가유산청

바로 높이 2.8미터, 충남 서산시 운산면 용현리 암벽에 새겨진 서산 마애여래삼존상에 대한 이야기다.

충청남도 서산시 운산면 가야산 자락. 도심에서 한참을 벗어나 계곡 길을 따라 걸어 들어가면 층암절벽 한가운데 웅장한 불상 셋이 눈앞에 나타난다. 높이 2.8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암벽 불상,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이다. 처음 마주한 이들 대부분이 "사진으로 볼 때와 전혀 다르다"는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단순히 규모 때문만이 아니다. 빛이 드는 각도에 따라 표정이 달라지는 불상의 얼굴, 1,400년 이상을 버텨낸 조각의 섬세함, 그리고 이 자리가 갖는 역사적 맥락이 맞물리면서 발길을 붙드는 것이다.

이 마애불은 1959년경 세상에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백제 멸망 이후 천수백 년 동안 지역 내에서만 존재가 전해지다가, 세상에 알려진 지 불과 3년 만인 1962년 12월 20일 국보로 지정됐다. 그 속도 자체가 이 불상의 가치를 방증한다.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 / 서산시청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 / 서산시청

암벽에 새긴 불상, 왜 이 자리에 만들어졌나

마애불(磨崖佛)이란 자연 암벽을 깎거나 선을 새겨 만든 불상을 일컫는다. 서산 마애여래삼존상은 암벽을 살짝 파고 들어가 불상을 조각하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이 기법은 불상이 자연 암반에 기대듯 자리 잡아 풍화와 비바람으로부터 보호받는 구조를 만들어낸다. 실제로 광배(光背, 불상 뒤의 빛을 상징하는 장식)까지 온전히 남아 있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위치 선정도 우연이 아니었다. 서산 운산면 일대는 백제 후기 중국 불교문화가 태안반도를 거쳐 수도 부여(사비)로 전파되던 핵심 길목이었다. 서해 항구를 끼고 있던 서산은 웅진(공주), 사비(부여)와 중국을 잇는 교통로의 요충지였고, 6세기 당시 불교문화가 크게 융성하던 지역이었다. 서산 마애여래삼존상은 그 활발했던 대중(對中) 문화 교류의 산물로, 당대의 국제적 분위기를 직접 읽을 수 있는 유물이다.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 측면 모습. / 국가유산청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 측면 모습. / 국가유산청

삼존불 구성, 어디에도 없는 독자적 형식

삼존불 형식 자체는 6~7세기 동북아시아에서 흔하게 나타난 보편적 구성이다. 하지만 서산 마애여래삼존상은 그 안에서 독보적인 형식을 취하고 있다.

중앙에는 석가여래 입상이 자리하고, 향해서 왼쪽에는 보주(寶珠)를 손에 쥔 제화갈라보살 입상이, 오른쪽에는 미륵반가사유상이 조각돼 있다. 보주를 든 입상 보살과 반가보살이 한 화면에 함께 새겨진 이 구성은 중국, 일본, 고구려, 신라 어디에서도 확인되지 않는 백제만의 독창적 형식이다. 연구자들은 이 삼존상이 '법화경'에 등장하는 석가, 미륵, 제화갈라보살을 표현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앙의 본존 석가여래 입상은 살이 오른 둥글고 풍만한 얼굴에 반원형 눈썹, 살구씨 모양의 눈, 얕고 넓은 코, 그리고 가볍게 올라간 입꼬리가 특징이다. 옷은 두툼하게 표현돼 신체 윤곽이 드러나지 않으며 앞면에는 U자형 주름이 반복된다. 머리 주변 둥근 광배 중심에는 연꽃이, 그 주위에는 불꽃무늬가 새겨져 있고, 이 광배가 현재까지 생생하게 보존돼 있다.

오른쪽 보살입상은 관(冠)을 쓰고 목걸이만 두른 채 상체를 드러낸 모습이며, 하체에는 발등까지 내려오는 긴 치마를 걸쳤다. 얼굴에는 본존과 마찬가지로 미소가 가득하다. 왼쪽 반가사유상은 두 팔이 크게 손상됐지만 왼 다리 위에 오른 다리를 얹고 왼손으로 발목을 잡은 자세, 오른손 손가락으로 턱을 받치는 모습이 여전히 뚜렷하게 남아 있어 당대 조각 기술의 수준을 실감할 수 있다.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 본존불입상. 백제인의 미소. / 국가유산청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 본존불입상. 백제인의 미소. / 국가유산청

빛에 따라 달라지는 얼굴, '미소'라 불리는 이유

'백제의 미소'라는 수식어는 단순한 문학적 표현이 아니다. 이 불상은 해가 비치는 방향과 시간에 따라 표정이 달라 보이는 시각적 특성을 갖고 있다. 정오 햇살 아래서는 근엄하게, 빛이 비스듬하게 드는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에는 온화하고 포근하게 느껴진다. 조각가가 자연광의 움직임을 계산해 설계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일반적 시각이다.

불상의 전체적인 인상은 귀족적 엄숙함보다 서민적 온화함에 가깝다. 백제의 불상은 크게 두 계열로 나뉘는데, 균형미가 뛰어나고 단아한 귀족 성향과, 온화하면서도 위엄을 잃지 않는 서민 성향이 그것이다. 서산 마애여래삼존상은 후자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중용의 조형미, 쾌활하고 인간적인 표정이 이 불상을 다른 시대, 다른 나라의 불상과 구별되게 만드는 핵심이다.

제작 시기는 본존불의 육중하면서도 당당한 체구, 둥글고 부드러운 윤곽선, 보살상의 세련된 조형 감각을 근거로 6세기 말에서 7세기 초 사이로 추정된다. 곧 백제 후기, 위덕왕~무왕 연간에 해당하는 시기다.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 여래입상과 그의 왼쪽 오른쪽에 위치한 반가상, 보살입상. / 서산시청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 여래입상과 그의 왼쪽 오른쪽에 위치한 반가상, 보살입상. / 서산시청

천수백 년을 지내온 국보, 지금도 무료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은 현재 국유지에 위치하며 서산시가 관리하고 있다. 관람은 무료다. 이용 시간은 9월부터 6월까지 오전 9시~오후 6시, 7~8월 성수기에는 오전 9시~오후 9시로 연장 운영한다. 연중무휴이며 주차장과 화장실이 갖춰져 있다.

위치는 충남 서산시 운산면 마애삼존불길 65-13이다. 서산 마애여래삼존상이 자리한 용현계곡은 서산 아라메길 '천년미소길'의 경유지이기도 해 트레킹과 연계한 방문도 가능하다. 인근에는 백제 시대 대형 사찰 터인 서산 보원사지, 용현자연휴양림, 고풍저수지 등이 있어 하루 코스로 묶기에 적합하다.

국내 불교 조각 유산 가운데 이처럼 보존 상태, 독창성, 역사적 맥락이 동시에 갖춰진 사례는 드물다. 세상에 알려진 지 3년 만에 국보 반열에 오른 서산 마애여래삼존상은, 지금도 가야산 계곡 암벽 위에서 1400년 전 백제인이 새긴 그 미소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 위치. / 구글 지도

마애삼존불 근처 맛집 3곳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을 찾는 방문객이라면 인근 식당도 함께 챙겨두는 것이 좋다. 용현계곡 일대에는 토종 식재료를 활용한 토속 음식점들이 자리해 있어 관람 전후 끼니를 해결하기에 어렵지 않다.

첫 번째로 눈에 띄는 곳은 푸른산장가든이다. 이 집의 주력 메뉴는 토종닭백숙과 토종오리백숙으로, 직접 키운 재료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토종닭볶음탕도 꾸준히 찾는 이들이 있으며, 해물파전·도토리전·김치전·도토리묵 등 토속적인 부식 메뉴도 함께 운영한다. 메뉴 가격은 변동이 있을 수 있어 방문 전 확인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고목나무가든이다. 산채된장비빔밥과 더덕구이가 대표 메뉴로 꼽히며, 닭백숙·닭볶음탕, 메밀막국수, 잔치국수, 콩국수, 영양굴밥 등 계절에 따라 다양한 메뉴를 선택할 수 있다. 산 재료를 활용한 소박한 한 끼를 원하는 방문객에게 맞는 곳이다.

세 번째는 용현집이다. 서산 지역 향토 음식인 서산어죽을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이 지역을 찾는 이들이 한 번쯤 챙겨보는 메뉴다. 김치전, 수제돈가스, 도토리묵도 운영하며, 여름철에는 토종닭백숙도 선보인다. 어죽은 민물고기를 푹 끓여 쌀을 넣고 죽처럼 만든 충청 지역 향토식으로, 서산 일대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 중 하나다.

세 곳 모두 용현계곡 인근에 위치해 있어 마애삼존불 관람 동선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주말이나 나들이 성수기에는 대기가 생길 수 있어 사전 예약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실용적이다.


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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