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참패 뒤 “내 실수로 경기 망쳤다”...한글 사과문 올린 일본인 축구선수

2026-04-22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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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실수가 부른 0-3 완패, 카즈의 한글 사과문
책임을 외면하지 않은 외국인 선수의 성숙함

두 번의 치명적 실수는 경기 흐름을 완전히 바꿨고, 선수는 경기 다음 날 가장 먼저 한글 사과문부터 올렸다. 부천FC 일본인 미드필더 카즈가 FC서울전 0-3 완패 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국어로 고개를 숙이면서 축구 팬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단순한 실책 장면을 넘어, 패배를 온전히 자신 탓으로 돌리며 “경기를 망쳐버렸다”고 적은 대목이 강한 여운을 남겼다. 승격팀 부천에는 뼈아픈 밤이었고, 카즈에게는 프로 무대의 무게를 절감한 경기였다.

“진심으로 죄송하다” 한글 사과문 올린 일본인 카즈 / 카즈 인스타그램
“진심으로 죄송하다” 한글 사과문 올린 일본인 카즈 / 카즈 인스타그램

22일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카즈는 이날 SNS에 한글 사과문을 올리고 부천 선수단과 팬, 코칭스태프, 트레이너, 구단 관계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부천 팀 동료, 팬 분들, 코칭스태프, 트레이너, 클럽과 관련된 모든 분들이 오늘 경기를 위해 시간을 쓰며 최선을 다해 준비해 주셨는데, 나의 두 번 실수로 경기를 망쳐버렸다”며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의 책임을 깊이 반성하고, 반드시 그라운드에서 만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패배 직후 감정을 숨기지 않고, 그것도 한국어로 직접 사과의 뜻을 전했다는 점에서 팬들의 반응도 빠르게 이어졌다.

두 번의 실수, 그리고 한 경기의 붕괴

부천은 지난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하나은행 K리그1 2026 9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0-3으로 완패했다. 이날 패배로 부천은 2승 4무 3패, 승점 10에 머물며 리그 7위로 내려앉았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승격팀 부천은 서울의 공세를 막기 위해 초반부터 강하게 맞섰고, 전방 압박과 적극적인 수비로 분위기를 흔들려 했다. 그러나 이 선택은 시간이 갈수록 부담으로 돌아왔다. 전반 15분 핵심 수비수 백동규가 경고를 받았고, 전반 중반에는 성 신까지 옐로카드를 받으면서 수비는 점점 소극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었다.

이 와중에 카즈의 실수가 치명적으로 겹쳤다. 전반 31분 그는 핸드볼 파울로 페널티킥을 내줬고, 서울의 클리말라가 이를 침착하게 마무리하며 선제골을 터뜨렸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전반 추가시간 8분, 부천이 코너킥 상황 뒤 다시 공격을 이어가려던 순간 카즈가 중심을 잃고 미끄러졌고, 서울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황도윤의 전진 패스를 받은 문선민이 골키퍼와 마주한 뒤 침착한 칩슛으로 추가골을 넣었다. 한 선수가 같은 전반에 두 차례 실점 장면의 직접적 빌미를 제공한 셈이었고, 부천으로서는 가장 버티기 어려운 방식의 붕괴였다.

지난해 11월 30일 오후 경기 부천시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프로축구 K리그2 플레이오프(PO) 부천FC와 성남FC의 경기에서 부천 카즈가 돌파를 하고 있다 / 뉴스1
지난해 11월 30일 오후 경기 부천시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프로축구 K리그2 플레이오프(PO) 부천FC와 성남FC의 경기에서 부천 카즈가 돌파를 하고 있다 / 뉴스1

벤치에서 자책한 카즈, 다음 날 한글로 고개 숙였다

카즈는 결국 하프타임에 교체됐다. 이미 경기 흐름이 서울 쪽으로 크게 기운 상황이었고, 심리적으로도 흔들린 모습이 역력했다. 실제로 그는 벤치로 물러난 뒤 크게 자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장에서 일어난 두 장면이 얼마나 무겁게 남았는지는, 다음 날 올라온 사과문이 보여줬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언어였다. 외국인 선수들이 통상 짧은 영어 메시지나 구단을 통한 입장을 전하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카즈는 한글로 자신의 감정을 직접 풀어냈다. 결과보다 책임을 먼저 언급했고, 변명보다 사과가 앞섰다.

그의 메시지가 더 크게 주목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수는 축구에서 언제든 나올 수 있지만, 공개적으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팬들 앞에 한국어로 사과문을 올리는 장면은 흔치 않다. 더구나 팀이 0-3으로 무너진 경기 직후였기에, “내 두 번 실수로 경기를 망쳐버렸다”는 표현은 더욱 묵직하게 다가왔다. 승격팀 부천이 시즌 초반 순위 싸움에서 버텨야 하는 시점이라는 점까지 감안하면, 카즈의 심적 부담이 얼마나 컸는지도 짐작할 수 있다. 팬들 사이에서도 비판과 안타까움이 동시에 엇갈렸지만, 적어도 책임을 피하지 않았다는 점만큼은 분명한 인상을 남겼다.

카즈 인스타그램 사과글 / 카즈 인스타그램
카즈 인스타그램 사과글 / 카즈 인스타그램

감독은 선수를 감쌌고, 서울은 완승으로 반등했다

경기 후 이영민 부천 감독은 카즈를 공개적으로 감쌌다. 스포티비뉴스에 따르면 이 감독은 “저의 전술적인 부분이 미흡하다 보니 운동장에서 선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많이 부족하다. 선수들로 하여금 잘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카즈의 하프타임 교체 역시 질책성 조치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카즈가 실책을 범했지만 경기장에 있는 모든 선수들이 완벽하지 못하다”며 “심리적으로 흔들릴 것 같아서 교체했다. 질책의 이유로 교체한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패배의 책임을 감독 자신에게 돌리며 선수를 보호한 셈이다.

부천은 후반 들어 윤빛가람, 김상준, 갈레고, 가브리엘 등을 차례로 투입하며 반등을 시도했지만, 오히려 뒷공간을 계속 허용했다. 결국 후반 24분 세트피스 혼전 상황에서 황도윤에게 쐐기골까지 내주며 0-3 완패가 확정됐다. 반면 서울은 지난 라운드 대전하나시티즌전 0-1 패배로 개막 후 첫 패배를 당한 아픔을 빠르게 털어냈다. 승점 22를 쌓은 서울은 2위 울산HD와의 격차도 벌리며 선두권 경쟁의 주도권을 다시 잡았다. 김기동 서울 감독은 경기 후 “누구 하나 빠짐없이 열정을 갖고 끝까지 집중력을 보였다”며 선수들의 경기력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지난 3월 15일 오후 경기 부천시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6 부천 FC와 울산 HD의경기, 전반 부천 이영민 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 뉴스1
지난 3월 15일 오후 경기 부천시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6 부천 FC와 울산 HD의경기, 전반 부천 이영민 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 뉴스1

사과문보다 중요한 건 다음 경기의 답이었다

결국 이 경기에서 가장 오래 남는 장면은 스코어 0-3만이 아닐 수 있다. 한 외국인 선수가 패배 직후 스스로 가장 아픈 부분을 정면으로 꺼내 들고, 한국어로 팬들에게 사과했다는 사실 역시 적지 않은 울림을 준다. 물론 사과문만으로 실점이 지워지지는 않는다. 축구는 결과의 스포츠이고, 승격팀 부천은 지금 당장 승점이 더 절실한 위치에 있다. 그래서 더 중요한 것은 카즈가 말한 “그라운드에서의 만회”가 실제로 이어지느냐다. 부천은 다가오는 주말 홈에서 김천 상무를 상대한다. 이영민 감독도 올 시즌 아직 홈 승리가 없다는 점을 언급하며 반등 의지를 내비쳤다.

이번 서울전은 부천에 여러 의미를 남겼다. 수비에서의 작은 흔들림이 얼마나 빠르게 참패로 번질 수 있는지 보여준 경기였고, 동시에 한 선수의 실수와 책임감이 얼마나 큰 화제를 부를 수 있는지도 증명한 경기였다. 카즈의 한글 사과문은 그 자체로 진심을 보여주는 장면이었지만, 팬들이 진짜 보고 싶은 것은 다음 경기에서의 달라진 모습일 가능성이 크다. 깊이 숙인 고개가 다시 올라오는 순간은 결국 경기장 안에서 만들어진다. 0-3 참패 뒤 올라온 한 장의 한글 사과문은 그래서 끝이 아니라, 부천과 카즈 모두에게 다시 시작해야 할 이유를 더 또렷하게 남긴 장면이 됐다.


이하 카즈 인스타그램 글 전문.

부천FC 팀 동료들, 팬분들, 코칭스태프, 늦은 시간까지 컨디션 관리를 해주시는 트레이너분들, 그리고 이 클럽에 관련된 모든 분들께서 오늘 경기를 위해 시간을 쓰며 최선을 다해 준비해 주셨는데, 저의 두 번의 실수로 경기를 망쳐버렸습니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오늘의 책임을 깊이 반성하고, 반드시 그라운드에서 만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항상 응원해 주시는 서포터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home 김희은 기자 1127khe@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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