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샷' 찍던 조종사 때문에 전투기 충돌...현재는 민간 항공사 근무 중
2026-04-22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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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사진 찍으려다 8억대 손해, 전투기 충돌 사건의 전말
공군 조종사의 '셀카'가 부른 참사, 4년간 은폐된 이유는?
공군 조종사가 주력 전투기인 F-15K로 작전 중 개인 기념사진을 촬영하려다 공중 충돌 사고를 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공군은 해당 사실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채 내부 징계와 거액의 변상 조치를 내렸고, 이후 감사원 판단을 거치며 변상액이 대폭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조선일보가 단독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사고는 2021년 12월 24일 대구 제11전투비행단에서 발생했다. 당시 조종장교였던 A소령은 2인승 전투기 2대로 구성된 편대 비행 임무에 참여했다. 임무 전 브리핑에서 그는 인사이동을 앞두고 마지막 비행을 기념하기 위해 비행 장면을 촬영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복귀 과정에서 발생했다. A소령은 요기(편대장기를 따르는 항공기)를 조종하며 개인 휴대전화로 사진을 촬영하기 시작했고, 이를 본 편대장 역시 촬영을 돕기 위해 후방석 탑승자에게 촬영을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A소령은 별도의 교신 없이 기체를 급상승시켜 뒤집는 기동을 실시했다. 자신의 기체를 위쪽에서 촬영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이 같은 돌발 기동은 곧 위험 상황으로 이어졌다. 두 기체 간 거리가 급격히 좁혀졌고, A소령은 충돌을 피하기 위해 급격한 회피 기동을 시도했다. 편대장 역시 고도를 낮추며 대응했지만 결국 두 전투기는 충돌했다. A소령 기체의 왼쪽 꼬리 날개와 편대장기의 왼쪽 날개가 맞부딪히며 양쪽 모두 손상을 입었다. 다행히 두 기체 모두 추락 없이 기지에 착륙해 인명 피해는 없었다.
그러나 피해 규모는 작지 않았다. A소령이 조종한 전투기에서는 6개 부품, 편대장기에서는 45개 부품을 교체해야 했고, 부품 비용만 약 8억7800만 원에 달했다. 공군은 A소령에게 정직 징계를 내렸고, 이후 그는 전역해 민간 항공사 조종사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은 또한 회계직원책임법을 적용해 A소령에게 전액 변상을 명령했다. 해당 법은 공무원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국가 재산에 손해를 입힌 경우 변상 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A소령은 약 8억7871만 원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에 대해 A소령은 감사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그는 자신의 과실은 인정하면서도 조종사는 회계 관계 직원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변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당시 기동이 편대장의 묵인 또는 동의 아래 이루어진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감사원은 판단을 달리했다. 조종사가 전투기를 운용하는 동안은 ‘물품 사용 공무원’에 해당해 회계직원책임법 적용 대상이 된다고 봤다. 또 해당 기동은 사전 승인 없이 이뤄졌고, 다른 조종사들의 진술에서도 돌발적인 행동이었다는 점이 확인된다며 ‘암묵적 동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변상액은 크게 줄였다. 감사원은 당시 비행 중 개인 촬영이 일정 부분 관행처럼 이루어졌고, 사전 브리핑에서도 촬영 계획이 공유됐던 점을 고려했다. 또한 공군이 이러한 관행을 명확히 통제하지 않은 책임도 있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A소령이 사고 이후 기체를 안전하게 복귀시켜 추가 피해를 막은 점, 장기간 성실히 복무한 점 등을 반영해 변상액을 약 8787만 원으로 감경했다.
이번 사건은 군 내부 안전 관리와 기강 문제를 동시에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고가의 첨단 장비를 운용하는 전투기 조종 상황에서 개인 촬영이 관행처럼 허용된 점은 안전 규정 관리의 허점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전투기 운용은 단 한 번의 판단 착오도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고위험 분야”라며 “비행 중 사적 행위를 철저히 금지하고 지휘 체계를 엄격히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한편 공군은 이 사고를 약 4년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사건은 A소령의 감사원 재심 청구 과정에서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뒤늦게 알려졌다. 감사원 역시 기종이나 부대 위치 등 일부 정보에 대해서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사건을 계기로 항공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다시 커지는 가운데, 전투기 조종사라는 직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국에서 조종사가 되기 위해서는 민간 항공과 군 항공으로 나뉘는 두 가지 주요 경로가 있다. 특히 공군 전투기 조종사의 경우 매우 엄격한 선발과정을 거친다.
우선 공군 조종사가 되려면 대한민국 공군 장교로 임관해야 한다. 대표적인 경로는 공군사관학교 진학이다. 공군사관학교에 입학하면 4년간 군사교육과 항공 관련 이론을 함께 배우며, 졸업 후 공군 소위로 임관한다. 이 외에도 일반 대학을 졸업한 뒤 학군사관후보생이나 학사장교 과정을 통해 장교로 입대한 뒤 조종 장학생으로 선발되는 방법도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별도의 선발 시험과 신체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조종사 선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신체 조건이다. 시력, 균형감각, 심폐 기능 등 고도의 기준을 충족해야 하며, 작은 이상만 있어도 탈락할 수 있다. 특히 전투기 조종사는 고속·고기동 환경에서 임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 장교보다 훨씬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 또한 영어 능력과 공간지각 능력, 순간 판단력 등도 중요한 평가 요소다.
장교로 임관한 뒤 조종사로 선발되면 본격적인 비행 교육이 시작된다. 공군은 기본적으로 입문·기초·고등·전환 과정으로 이어지는 단계별 훈련 체계를 운영한다. 먼저 훈련용 항공기를 이용해 비행의 기본을 익히고, 이후 점점 고성능 항공기로 넘어가며 난이도를 높인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가 중도 탈락할 만큼 훈련 강도가 높다. 실제로 조종사 후보생 중 일정 비율만이 최종적으로 전투기 조종사 자격을 획득한다.
전투기 조종사로 선발된 이후에도 교육은 끝나지 않는다. 각 기종에 맞는 전환 훈련을 추가로 받아야 하며, 실전과 같은 환경에서 전술 훈련을 반복한다. 특히 F-15K와 같은 고성능 전투기는 조작이 복잡하고 위험 요소가 많기 때문에 숙련도를 높이기 위한 지속적인 훈련이 필수적이다. 조종사들은 정기적으로 평가를 받으며, 기준에 미달할 경우 비행 임무에서 제외되기도 한다.
민간 항공 조종사가 되는 길도 있다. 이 경우에는 항공대학이나 비행교육원에서 훈련을 받은 뒤 국토교통부에서 발급하는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자가용 조종사(PPL), 사업용 조종사(CPL), 그리고 항공사 입사를 위한 운송용 조종사(ATPL) 자격을 단계적으로 취득한다. 이후 항공사에 입사해 부기장으로 경력을 쌓고, 일정 비행시간을 충족하면 기장으로 승격된다.
민간 조종사는 군 조종사와 달리 비교적 다양한 진입 경로가 있지만, 교육 비용이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달할 정도로 부담이 크다는 점이 특징이다. 반면 군 조종사는 국가가 교육을 지원하는 대신 일정 기간 의무 복무를 해야 한다. 최근에는 군 출신 조종사들이 전역 후 민간 항공사로 진출하는 사례도 많다.
전문가들은 조종사 양성 과정이 길고 까다로운 만큼 높은 책임감과 윤리 의식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항공기는 작은 실수 하나로도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처럼 임무와 무관한 행동이 사고로 이어질 경우, 개인뿐 아니라 국가 자산과 안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조종사는 단순한 기술직이 아니라, 엄격한 규율과 판단력을 요구하는 전문 직군이다. 수년간의 훈련과 검증을 거쳐야만 비행을 맡을 수 있으며, 임무 수행 중에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안전 원칙을 최우선으로 지켜야 한다는 점에서 그 책임의 무게가 남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