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에서 '고유가 지원금' 쓸 수 있나?...막상 현실 보니 '충격적'
2026-04-2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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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11.6%만 사용 가능, 고유가지원금이 '그림의 떡'인 이유
매출 기준 vs 체감 효과, 정책 의도와 현실의 괴리 심화
고유가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정부가 지급한 ‘고유가 피해지원금’이 실제 현장에서 사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정책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원 취지와 달리 정작 주유소에서 쓰기 힘든 구조라는 비판과, 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기준이라는 정부 입장이 맞서고 있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기름값 부담을 덜어주겠다면서 정작 사용 가능한 주유소를 찾기 어렵게 만든 것은 지원이 아니라 혼란을 초래하는 정책”이라며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이름은 고유가 지원이지만 실제 체감은 전혀 다르다”며 정책 설계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천 원내대표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는 주유소는 ‘연 매출 30억 원 이하’로 제한되는데, 이 기준을 충족하는 곳은 전국 기준 약 42%에 그친다. 특히 수도권은 상황이 더 제한적이다. 서울·경기·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전체 비율은 11.6% 수준에 불과하며, 경기도는 8.6%로 더 낮다. 서울은 22%, 전남 순천은 20% 수준으로 나타났다. 인구 밀집 지역일수록 사용 가능한 주유소 비율이 떨어지는 구조다.
이 같은 수치는 실제 이용 과정에서의 불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원금을 받은 소비자가 가까운 주유소에서 바로 사용하지 못하고, 조건에 맞는 곳을 별도로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차량 이용이 잦은 직장인이나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주유소 선택의 제약’ 자체가 체감도를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천 원내대표는 주유소 업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기준 설정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주유소는 유류세 비중이 크고, 원가 구조상 매출액이 높게 잡히는 업종”이라며 “단순 매출 기준으로 영세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결국 실제로는 사용이 어려운 돈을 지급해 놓고 지원 효과를 강조하는 것은 정책 취지와 괴리가 있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반면 행정안전부는 정책의 목적이 단순한 유류비 지원이 아니라 지역 경제 전반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행안부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매출이 큰 대형 주유소까지 사용을 허용할 경우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영세 주유소들이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현행 기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지원금이 특정 업종에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는 데에도 의미를 두고 있다. 행안부는 “지원금이 주유소에만 과도하게 사용될 경우 음식점, 소매점 등 다른 소상공인 업종으로의 소비 확산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며 “지역 골목상권 전반에 소비를 유도하기 위한 설계”라고 밝혔다. 단순히 기름값 보조가 아니라, 지역 내 소비를 촉진하는 ‘지역경제 활성화 수단’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이용자 불편을 줄이기 위한 보완책도 제시됐다. 행안부 관계자는 “사용 가능한 주유소는 포털 지도 서비스나 내비게이션을 통해 사전에 확인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며 “현장에서도 스티커 부착 등을 통해 혼선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안내 방식이 실제 이용 편의성을 얼마나 개선할 수 있을지는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이 정책 목표 설정과 체감 효과 사이의 간극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정책 설계 단계에서는 소상공인 보호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고려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주유소에서 자유롭게 쓸 수 있느냐’가 가장 직관적인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사용 편의성과 정책 목적 사이의 균형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셈이다.
일각에서는 보완 필요성도 제기된다. 매출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보다 지역별 특성이나 업종 구조를 반영한 차등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예를 들어 수도권처럼 대형 주유소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는 별도의 보완 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정책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고유가 피해지원금은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국민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실제 현장에서의 체감도는 아직 엇갈리고 있다. 정책이 의도한 방향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사용 편의성을 높이는 추가 조치와 함께, 소비자와 소상공인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기준 마련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