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시간을 한 접시에…‘세계테마기행’ 스페인 식문명 여정 시작

2026-04-27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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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테마기행' 4월 27일 방송 정보

대서양과 지중해를 동시에 품은 이베리아 반도는 오래전부터 수많은 문명이 스쳐 지나간 자리다. 로마의 흔적과 이슬람 문화가 겹겹이 쌓이며 만들어낸 독특한 풍경은 이제 ‘맛’이라는 또 다른 언어로 풀린다. EBS1 ‘세계테마기행’이 새롭게 선보이는 4부작 ‘맛으로 읽는 스페인·포르투갈’은 이베리아의 시간을 음식으로 따라가는 여정이다. 단순한 미식 기행을 넘어, 한 접시 안에 담긴 역사와 사람들의 삶을 차분히 들여다본다.

'세계테마기행'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세계테마기행'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오는 27일 방송되는 1부 ‘거대한 시간을 먹다’는 스페인 세비야에서 출발한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으로 향했던 항구 도시이자, 대항해시대의 중심이었던 이곳은 다양한 식문화가 교차하며 지금의 스페인 음식 문화를 만들어낸 출발점이기도 하다. 스페인 요리 연구가 안재석은 현지 친구 호세의 가족과 함께 식탁에 앉으며 여행의 문을 연다. 관광객의 시선에서는 쉽게 닿기 어려운 ‘비밀 시장’으로 향해 단돈 1유로로 가꿀 수 있는 텃밭 문화를 살펴보고, 집에서는 귀한 손님에게만 내놓는다는 자고새 요리를 함께 만들며 오래된 식문화의 결을 따라간다.

이후 여정은 바다로 이어진다. 로마 시대의 흔적이 남아 있는 도시 로타에서는 바다 위에 돌로 쌓은 독특한 구조물이 눈에 들어온다. ‘코랄레스 데 페스카’라 불리는 이 전통 어획 시설은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방식으로, 무려 2000년 넘게 이어져 내려온 생활의 지혜다. 하루 두 번, 물때에 맞춰 바다로 향하는 어부들은 오랜 규칙을 지켜가며 작업을 이어간다. 작업 시작은 연장자의 판단에 따르고, 수확물은 공평하게 나누며, 돌담은 스스로 보수한다. 무엇보다 잡은 것은 내장까지 남김없이 먹는다는 원칙 역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자연과 공존해온 방식이자, 세대를 건너온 생활의 질서가 그대로 남아 있는 현장이다.

북부 내륙 라구나 데 두에로에서는 또 다른 ‘시간의 음식’이 등장한다. 스페인을 대표하는 요리 토르티야가 이곳에서는 전혀 다른 규모로 펼쳐진다. 일 년에 단 하루, 무려 260kg에 달하는 거대한 토르티야를 만드는 작업이 시작된다. 직접 제작한 대형 프라이팬과 전용 화구, 그리고 6시간이 넘는 조리 과정까지 더해지며 하나의 축제처럼 이어지는 장면이다. 왕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부터 전쟁 속에서 탄생했다는 설까지 다양한 기원을 지닌 토르티야가 이곳에서는 공동체를 이어주는 상징으로 다시 태어난다. 왜 사람들은 이렇게 거대한 음식을 만들고 나누는지, 그 이유를 따라가다 보면 음식이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기억과 시간을 담는 방식이라는 사실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세계테마기행’은 이번 여정에서 화려한 미식이나 관광지의 풍경에 머무르지 않는다. 한 도시의 식탁, 한 어부의 손길, 그리고 한 번의 축제를 위해 쌓아온 시간까지, 음식 뒤에 숨어 있는 이야기에 시선을 맞춘다. 눈앞의 한 끼가 어디서 시작됐는지, 누가 어떤 방식으로 이어왔는지를 차분히 짚어가는 흐름이다.

이베리아 반도의 긴 시간과 사람들이 만들어낸 맛의 기록을 따라가는 ‘맛으로 읽는 스페인·포르투갈’ 1부 ‘거대한 시간을 먹다’는 27일 오후 8시 40분 방송된다.

※ 해당 글은 아무 대가 없이 작성됐음을 밝힙니다.


home 정혁진 기자 hyjin2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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