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2차 협상 또 무산… 트럼프 "취소 10분 만에 더 나은 제안 받아"
2026-04-26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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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그치 파키스탄 떠나자 미국도 방문 취소… 호르무즈·핵 이견 여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각) 스티브 윗코프 중동특사와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로 구성된 미국 협상단의 파키스탄 방문 일정을 전격 취소했다. 전날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해 파키스탄 측 관계자들을 만나던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미국 협상단의 도착을 기다리지 않고 파키스탄을 떠난 직후 나온 결정이었다. 이로써 이번 주말로 기대됐던 미·이란 2차 종전 협상은 사실상 무산됐고, 휴전 기간 내 합의 도달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로 가서 이란 측과 만나려던 우리 대표단의 방문 일정을 방금 취소했다"며 "이동하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낭비되고 할 일도 많다"고 밝혔다. 이어 "그들의 '지도부' 내부는 엄청난 내분과 혼란에 휩싸여 있으며, 그들 자신을 포함해 그 누구도 누가 실권을 쥐고 있는지 모른다"며 이란 지도부의 균열을 거듭 지적했다. 미국 매체들은 이번 협상 무산이 양측의 핵심 쟁점인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과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입장차가 여전히 크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라그치, 파키스탄서 미국 빼고 중재자만 만나
아라그치 장관은 24일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해 셰바즈 샤리프 총리, 아심 무니르 군 총사령관, 이스하크 다르 외무장관을 잇달아 만나 이란 측의 종전 입장과 요구 사항을 전달했다. 그러나 그는 미국 협상단과는 어떠한 접촉도 갖지 않았다. 이란 외무부 대변인 에스마일 바가에이는 전날 X에 "이란과 미국 사이에 예정된 회담은 없다. 이란의 입장은 파키스탄 측에 전달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CNBC와 악시오스 등에 따르면, 이란은 처음부터 파키스탄에서 미국과 직접 대면할 의사가 없다는 공식 입장을 견지해왔다.
아라그치 장관은 파키스탄 측에 이란의 입장이 담긴 문서를 전달했으나, 그 내용이 미국이 기대한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아라그치 장관은 파키스탄을 떠나면서 X에 "이란의 종전을 위한 실행 가능한 틀에 관해 이란의 입장을 공유했다"며 "미국이 외교에 진심으로 진지한지 아직 지켜봐야 한다"고 남겼다. 이 발언은 대화 분위기가 완전히 무르익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이란 공식 매체 IRNA에 따르면 아라그치 장관은 이슬라마바드를 떠난 뒤 오만 무스카트에 도착해 오만 당국자들과 면담을 이어갔다.
트럼프 “10분 만에 이란의 '더 나은 제안' 도착”
이번 협상 무산 과정에서 주목되는 대목은 트럼프 대통령이 파키스탄행 취소를 발표한 직후 이란 측으로부터 개선된 제안을 받았다고 밝힌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에어포스원 탑승에 앞서 기자들에게 "흥미롭게도 내가 취소하자마자 10분도 안 돼 훨씬 더 나은 새로운 문서를 받았다"며 "많은 것을 제안했지만 충분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협상 무산이 이란과의 전쟁 재개를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우리는 아직 그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는 압박을 지속하면서도 대화 통로를 완전히 닫지는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를 주고받으려고 18시간이나 비행기를 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모든 카드는 우리가 갖고 있고, 이란은 아무 카드도 없다. 대화하고 싶다면 전화만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군사 작전과 해상 봉쇄를 통해 확보한 협상력 우위를 부각하는 동시에 대화 가능성을 닫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해석됐다. CNN은 이 발언이 이란 내부 균열에 대한 압박과 동시에 어떤 형식으로든 접촉은 지속하겠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협상 최대 난제로
미·이란 협상의 최대 걸림돌로는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과 이란의 핵 프로그램 문제가 꼽힌다. 미국은 지난 13일부터 이란 항구를 오가는 모든 선박을 차단하는 해상 봉쇄를 시행하고 있으며, 미 중부사령부에 따르면 이 봉쇄는 이란 해안 전역에 걸쳐 적용되고, 허가 없이 봉쇄 구역에 진입하거나 이탈하는 모든 선박은 차단·나포 대상이 된다. 이에 맞서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군사적 통제를 선언하고 미국의 봉쇄가 지속되는 한 해협을 봉쇄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천명했다.
이와 관련해 유로뉴스는 IRGC가 이란 외교 라인과 상충되는 독자적 결정을 내리면서, 협상 결과를 불투명하게 만드는 이란 내부 균열이 표면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도 "IRGC가 이란 외교부 장관 아라그치 같은 정치적 협상 주체들 대신 이란의 의사결정을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란의 협상 제안에 러시아가 미국의 대이란 추가 공격을 억제하기 위한 보장을 제공하고, 이란과 오만이 호르무즈 해협을 공동으로 관리하는 방안이 담긴 것으로 보도했다.
핵 문제에서도 양측의 간격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1차 협상을 이끈 JD 밴스 부통령은 "이란이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겠다는 명확한 확약이 필요하고, 핵무기를 신속하게 달성할 수 있는 수단에 접근하지 않겠다는 보장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그 모든 합의는 복잡하지 않다. 매우 간단하다. 이란은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반면 이란은 핵 프로그램의 전면 포기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복수의 현지 소식통이 전했다.
세 번의 좌절, 간접 협상으로 명맥 유지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은 이번 주말까지 세 차례 연속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지난 11, 12일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1차 협상이 결렬된 데 이어, 21일로 예상됐던 2차 협상도 이란 측이 불참 입장을 고수하면서 불발됐다. 이번 주말 협상 역시 아라그치 장관이 미국 측과의 직접 대면을 거부한 채 파키스탄을 떠나면서 무산됐다. 이란 의회 부의장 알리 니크자드는 이란 국영 TV에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파키스탄에서도, 오만에서도 미국 측과 어떠한 회담도 하지 않는다. 국민들은 아라그치 장관이 핵 문제에 관해 미국과 협상하고 있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협상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란 국영 통신 IRNA는 아라그치 장관이 오만 일정을 마친 뒤 러시아로 향하기 전 다시 파키스탄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알자지라와 CNN은 파키스탄이 미·이란 양측과 군사·안보적 신뢰 관계를 동시에 유지하는 유일한 중재자로서 간접 협상의 연결 고리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이날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파키스탄은 정직하고 성실한 중재자로서 지속 가능한 평화와 지역 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2차 협상 가능성, 이번 주 이후로 넘어가
현 시점에서 미·이란 2차 대면 협상의 재개 시점은 불투명하다. 아라그치 장관이 오만, 러시아 순방 이후 파키스탄을 재방문할 것이라는 이란 국영 매체 보도가 나오면서 이번 주 안에 협상 논의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완전히 배제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란 측이 미국과의 직접 회담에 공식적으로 응하지 않겠다는 기조를 유지하는 한 협상 진전은 파키스탄을 통한 간접 접촉의 성과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샤리프 총리와의 통화에서 미국이 '적대 행위와 운영 압박'을 멈추지 않는 한 진전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으며, 이란 항구에 대한 봉쇄 해제가 대화 재개의 선결 조건임을 거듭 강조했다. 린지 그레이엄 미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파키스탄행 취소 결정을 지지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확고한 통제권을 확립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필요 시 군사적 개입도 불사해야 한다는 강경론을 피력했다.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가운데 협상 재개를 위한 외교적 공간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국제 외교가에서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