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문의 폭주, 12월부터 기다렸다… 드디어 출하 시작한 당도 끝판왕 ‘씨없는 국산 과일’
2026-04-26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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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시장 판도 뒤흔들 역대급 수확량 예고
포도 품종 중 가장 이르게 소비자들을 만나는 ‘델라웨어’가 올해 순조로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전 산내 지역을 중심으로 수확이 시작된 가운데, 올해는 기상 여건이 좋아 품질이 우수한 편이며 생산량도 예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농가 현장에서는 국제 정세로 급등한 난방비 부담과 소비 위축이라는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날씨 도움에 당도·색택 합격점… 생산량 10% 증가
지난 22일 대전 동구 대별동의 시설하우스 단지는 수확기에 접어든 ‘델라웨어’ 포도의 향기로 가득했다. 천장에 주렁주렁 매달린 자줏빛 포도 알갱이들은 올해 생육 여건이 좋았음을 증명하듯 고운 빛깔을 자랑했다.
이곳에서 약 9,917㎡ 규모로 포도 농사를 짓는 송일구 씨(44)는 올해 작황이 무난한 편이라고 전했다. 송 씨는 “올해 초 포도가 자라는 시기에 햇빛이 충분히 들어 당도가 잘 올랐다”며 “낮과 밤의 온도 차이가 적당하게 유지되어 색이 예쁘게 들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델라웨어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약 10%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대전 산내농협에 따르면 이 지역의 5년 평균 출하량은 259톤 수준이다. 지난해에는 236톤에 머물렀으나, 올해는 작황 호조에 힘입어 평년 수준인 260톤가량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송경영 산내농협 조합장은 “산내농협은 전국 델라웨어 출하량의 약 90%를 맡고 있는 산지”라며 “지난 15일 첫 출하를 시작으로 7월 상순까지 고품질 포도를 전국의 소비자에게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샤인머스캣에서 델라웨어로… 농가 '품종 유턴' 현상
올해 농촌 현장에서 눈에 띄는 현상은 품종의 회귀다. 몇 년 전 전국적인 ‘샤인머스캣’ 유행에 밀려 재배 면적이 줄어들었던 델라웨어가 다시 농민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산내농협 관계자는 이러한 흐름의 원인을 샤인머스캣 시세 하락에서 찾았다. 최근 몇 년 사이 샤인머스캣 재배 면적이 급격히 늘어나며 가격이 예전보다 떨어졌기 때문이다. 수년 전 델라웨어를 포기하고 샤인머스캣으로 품종을 바꿨던 농가들이 수익성이 나빠지자 다시 안정적인 델라웨어 재배로 돌아오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러한 현상 때문에 델라웨어 생산량은 앞으로 2~3년간 해마다 5~10%씩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때 유행에 밀려 줄어들던 품종이 다시 산지의 주력 상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동 전쟁 여파에 기름값 부담… 농가 수익성 비상

송경영 조합장은 “난방을 일찍 시작하는 농가는 12월부터 보일러를 가동한다”며 “하우스 가온은 한 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어 유류비가 올라도 계속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생산 비용이 크게 오른 만큼 올해 시장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 유지되지 않으면 농사를 짓고도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시장 가격은 '신중'… 품질 관리가 경쟁력
소비 시장의 반응은 조심스럽다. 서울 가락시장의 경매사들은 공급량 증가와 소비 침체라는 두 가지 상황을 살피고 있다.
중앙청과 강근진 경매사는 “초반 가격대는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약간 낮은 상황”이라며 “가격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출하량이 늘어나면서 가격이 안정되면 소비가 늘어날 수도 있다”고 보았다.
경기 침체로 인한 가계의 과일 소비 위축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농협가락공판장 서동균 경매사는 “전반적으로 과일 소비 시장이 가라앉아 있다”며 “수확 때까지 상품성을 철저히 관리해 질 좋은 포도를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5월 가락시장에서 델라웨어 2kg 상품 한 상자의 평균 가격은 4만 285원이었다. 평년 가격인 3만 8,453원보다 조금 높게 거래된 셈이다. 올해 농가들은 고물가 상황을 고려해 최소한 지난해 수준의 시세가 유지되기를 바라고 있다.
올해 델라웨어 포도는 좋은 기상 조건 덕분에 우수한 품질을 갖췄다. 유류비 상승과 시장 위축이라는 벽이 있지만, 농가들의 노력과 산내농협의 출하 시스템을 통해 이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다.
가정의 달 5월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쏟아지는 델라웨어. 작은 알갱이 속에 담긴 진한 달콤함이 농민들의 시름을 덜어주고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결과가 기다려진다. 농민들의 의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가격 형성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