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 올리긴 좀 그런데…” 요즘 2030이 숨어서 소통한다는 ‘의외의 어플’
2026-04-26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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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함 대신 진정성, SNS 트렌드가 바뀌다
요즘 젊은 층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용 지도가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

불특정 다수에게 완벽한 일상을 뽐내던 시대가 저물고, 정말 가까운 지인 몇 명과만 소소한 순간을 나누는 ‘좁고 깊은 소통’이 대세로 자리를 잡았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정성껏 사진을 보정하고 글을 다듬던 피로감에서 벗어나, 가공하지 않은 날것의 일상을 공유하려는 움직임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초단시간 영상 공유 앱인 ‘셋로그’가 2030 세대의 새로운 아지트로 부상했다.
네이버 데이터랩의 조사 자료를 보면 셋로그라는 단어의 검색량은 지난해 11월 10000건 수준이었으나 올해 3월에는 80000건을 훌쩍 넘어섰다. 앱스토어 무료 앱 순위에서도 1위를 기록하며 세간의 관심을 증명했다. 화려한 필터나 연출 없이 2초에서 3초 남짓한 짧은 영상으로 안부를 묻는 이 방식이 왜 젊은이들을 사로잡았는지 그 속사정을 살폈다.
보여주기 식 삶에 지친 청년들... ‘안전지대’를 찾아서
셋로그의 운영 방식은 복잡하지 않다. 친한 친구나 가족끼리 전용 방을 만들면 정해진 시간마다 알림이 울린다. 이용자들은 그 순간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2초 정도 짧게 찍어 올린다. 같은 방에 있는 사람들끼리만 영상을 볼 수 있고 댓글을 달거나 반응을 보낼 수 있다. 하루가 지나면 이 파편 같은 영상들이 자동으로 하나로 합쳐져 그날의 브이로그가 완성된다.
이용자들이 꼽는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부담감의 해소’다. 인스타그램처럼 팔로워가 수백 수천 명인 공간에서는 게시물 하나를 올릴 때도 남들의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셋로그는 내가 허락한 소수의 인원만 볼 수 있는 폐쇄적인 구조다. 직장인 신모 씨는 동생과 함께 이 앱을 쓰며 심리적인 편안함을 느낀다고 전했다. 팔로워가 늘어날수록 게시물을 올리는 행위 자체가 큰 짐처럼 느껴졌는데, 이곳은 꾸밈없이 소통할 수 있는 대피소 같다는 설명이다.
멀리 있어도 곁에 있는 듯... 관계 유지의 효율성
지역적으로 멀리 떨어져 사는 지인들과 관계를 이어가는 데도 이 앱은 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
셋로그가 주는 가장 큰 재미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일하는 친구들의 일상을 실시간으로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서로 직업이 다르면 생활 시간대가 맞지 않아 연락이 끊기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 앱에서는 촌각을 다투며 기사를 쓰는 기자 친구, 출동을 기다리며 대기 중인 소방관 친구, 순찰차 안에서 짧은 휴식을 취하는 경찰관 친구가 한 방에 모여 각자의 3초를 공유한다.
기사 마감에 쫓기며 거칠게 자판을 두드리는 기자의 손가락, 방화복을 옆에 두고 땀을 닦는 소방관의 뒷모습, 무전기 소리가 들리는 경찰관의 현장감 넘치는 영상은 굳이 긴 설명이 없어도 서로의 치열한 하루를 짐작하게 만든다. 이용자들은 "서로 사는 세계는 다르지만, 정해진 시간에 올라오는 3초 영상을 보며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느낀다"고 말한다. 이런 소통은 거창한 대화보다 더 깊은 유대감을 만들어낸다.
한 번 영상을 찍으면 내가 참여한 여러 그룹에 동시에 올릴 수 있는 기능이 있어 시간도 절약된다. 일일이 연락하지 않아도 친구가 오늘 점심에 무엇을 먹었는지, 퇴근길 하늘은 어땠는지 짧은 영상으로 확인하며 관계의 끈을 놓지 않는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관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려는 젊은 세대의 특징이 반영된 결과다.
특히 시점별로 영상을 모아 하루를 마무리하는 연출은 이용자들에게 성취감을 주기도 한다. 따로 편집 공력을 들이지 않아도 잠들기 전 내가 보낸 하루가 영상 일기로 남는다는 점이 매력으로 다가온다. 이는 완벽하게 연출된 영상보다 소소하고 진실한 기록을 선호하는 요즘의 감성과 맞닿아 있다.
타인과의 비교가 만든 피로감... 닫힌 소통으로 돌아가는 모습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남과 끊임없이 비교해야 하는 기존 SNS 환경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풀이했다. 특히 젊은 세대가 불특정 다수에게 과도하게 노출되는 상황에 지쳐 있다고 짚었다. 타인의 화려한 삶과 자신의 일상을 비교하며 생기는 자괴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만 모이는 창구를 선택했다는 뜻이다.

단순한 텍스트나 사진보다 현장감이 넘치는 짧은 영상이 ‘취향 공동체’를 끈끈하게 만드는 매개체가 된다는 설명이다. 시각적인 자극은 주되 긴 영상처럼 시청의 부담을 주지 않는 3초라는 시간이 소통의 최적점으로 작용했다.
이런 흐름은 대중문화 전반에서도 확인된다. 가수 악동뮤지션의 신곡 ‘소문의 낙원’ 챌린지가 2030 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거창한 춤 실력을 뽐내기보다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가볍게 녹여내는 방식이 젊은 층의 호응을 얻고 있다. 잘난 체하는 문화보다는 서로 공감하고 위로하는 소통 방식이 주류로 올라섰음을 시사한다.
디지털 원주민들이 선택한 ‘저전력 소통’
결국 셋로그의 인기는 디지털 환경에서 태어난 세대들이 자신들만의 생존 방식을 찾아낸 결과다. 너무 많은 정보와 연결 속에 던져진 이들이 스스로 연결의 범위를 좁히고 소통의 강도를 조절하기 시작했다. 에너지를 많이 써야 하는 ‘고전력 소통’ 대신, 짧고 가벼운 ‘저전력 소통’을 통해 정서적 허기를 채우는 셈이다.
앞으로도 이런 폐쇄적이고 즉각적인 소통 방식은 더 강화될 전망이다. 남의 눈을 의식한 가식적인 기록보다는 나를 진심으로 아껴주는 사람들과 나누는 ‘진짜 일상’이 더 귀한 대접을 받는 시대가 왔다. 스마트폰 화면 속 화려한 인플루언서의 삶을 구경하는 일보다, 내 친구의 3초짜리 하품 영상에 웃음 짓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지금의 SNS 트렌드를 가장 확실하게 대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