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라칼럼] 수술실에 남겨진 아내, 그리고 ‘관행’이라는 변명
2026-04-28 15:39
add remove print link
마취 의사 12분 만에 퇴근…수술실에 의사 없던 그 시간
관행이라 했던 의료진의 무책임, 한 가정을 무너뜨리다

이 사건이 더 충격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환자에게 전신마취를 한 지 12분 만에, 담당 마취과 의사가 사복으로 갈아입고 그대로 퇴근해버렸다는 점이다. 수술을 맡은 의사 역시 환자가 완전히 회복되기도 전에 수술실을 떠났다고 한다. 환자가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해 위험해지는 그 시간 동안, 수술실에는 의사가 단 한 명도 없었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건 그 이후의 태도다. 문제가 불거지자 해당 의사는 “프리랜서 마취 의사들은 보통 다 그렇게 한다”며, 자신의 행동을 ‘관행’으로 설명했다. 환자의 상태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봐야 할 사람이 자리를 비우고, 밖에서 전화로만 지시를 내렸다는 사실이 과연 관행이라는 말로 정당화될 수 있을까.
우리는 병원에 갈 때, 마취로 의식을 잃은 순간에도 누군가는 끝까지 내 상태를 책임지고 지켜볼 것이라는 믿음을 전제로 한다.

그 결과는 결코 가볍지 않다. 한 사람의 일상은 멈췄고, 한 가정의 삶 역시 한순간에 무너졌다. 환자의 남편은 아내가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어린 자녀들에게 어떻게 전해야 할지조차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는다는 건 누구에게나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그것이 이렇게 허무하게 발생했다는 점에서 그 고통은 더욱 크다.
이 사건이 더 문제적인 이유는, 이런 일이 충분히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수술실에 CCTV가 설치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앞을 아무렇지 않게 걸어 나갈 수 있었다는 사실은 문제의 심각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원래 다 그렇다’는 말로 반복되어 온 무책임은 결국 또 다른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이 사건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가 문제 삼아야 할 것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환자의 생명보다 효율과 편의를 앞세우는 구조다. 생명이 오가는 공간에서 ‘관행’이라는 말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