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가습기에 락스 넣어 환자 폐렴 걸렸는데도 '실수'라는 병원

2026-04-28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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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병원 가습기에 락스 투입, 환자 폐손상 의심
병원 책임 회피 vs 피해 환자 폐섬유화 위험

경기도 광주시의 한 복지부 지정 재활병원에서 환자가 사용하는 가습기에 멸균 증류수 대신 독성 물질인 락스가 투입되는 전대미문의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기관 절개 수술을 받고 집중 관리를 받던 60대 환자가 심각한 폐 손상을 입은 것으로 의심되는 가운데, 병원 측이 관리 시스템의 부재를 인정하기보다 실무진 개인의 실수로 치부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어 피해 가족과 대중의 공분을 사고 있다.

사건은 지난 1월, 뇌출혈로 쓰러져 재활 치료 중이던 60대 환자 B씨가 광주시의 한 재활병원으로 전원하며 시작되었다. 당시 B씨는 스스로 거동이 불가능한 상태였으며, 목에 구멍을 뚫는 기관 절개 수술을 받아 호흡기 감염 예방과 습도 조절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었다. 의료진은 환자의 호흡기 관리를 위해 병실에 가습기를 설치했고, 간호사들은 주기적으로 멸균 증류수를 보충하며 가습 상태를 유지해 왔다.

유튜브 'JTBC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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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입원 열흘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다. 현장에 있던 간병인이 가습기 주변에서 지독한 락스 냄새가 나고 증류수의 색깔이 이상하다는 점을 발견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확인 결과 가습기 내부에는 실제로 락스가 가득 차 있었으며, 이 가습기는 최소 30시간 이상 작동하며 독성 기체를 환자의 호흡기로 직접 뿜어낸 것으로 드러났다.

초기 조사 결과, 야간 근무 중이던 간호사가 락스를 증류수로 착각해 가습기에 채워 넣은 것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퇴사한 전임 간병인이 락스를 증류수 통에 담아 보관해 둔 것을 해당 간호사가 내용물을 확인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한 것이다. 의료기관 내에서 위험물질인 세정제와 인체에 직접 들어가는 증류수가 같은 용기에 담겨 혼용되었다는 점은 병원 내 물품 관리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고 이후 피해 환자 B씨의 상태는 급격히 악화되었다. 입원 당시 폐에 아무런 이상이 없었던 B씨는 사고 직후 폐렴 진단을 받았다. 주치의는 환자가 열이 없는 상태임에도 폐에 심각한 염증이 관찰되는 점을 들어, 세균 감염이 아닌 독성 화학 물질 흡입에 의한 '화학적 폐렴'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현재 B씨는 강력한 항생제 투여에도 반응하지 않는 원인 불명의 고열이 지속되어 다른 종합병원 응급실로 긴급 이송된 상태다.

유튜브 'JTBC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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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토록 심각함에도 병원의 대응은 유가족의 가슴에 두 번 대못을 박았다. 초기에는 과실을 인정하는 듯했던 병원은 본격적인 합의 과정에 들어서자 태도를 돌변했다. 병원 관계자는 유가족에게 "병원은 비영리 단체이므로 보험 처리를 기다려야 한다"며 직접적인 배상을 거부했다. 특히 병원 차원의 관리 소홀을 지적하는 가족들에게 "야간 간호사 한 명의 실수이지 병원 전체의 시스템 문제는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여기에 핵심 증거물인 락스 용기를 임의로 폐기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증거 인멸 의혹까지 불거졌다. 병원 측은 "사고 후 2주간 보관했으나 용기 내부의 액체가 연두색으로 변색되는 등 상태 변화가 심해 위험하다고 판단해 폐기했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해명을 내놓았다. 또한 "당시 간호사가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실내 조명이 어두워 냄새와 색깔을 구분하지 못했다"는 변명으로 일관하며 실무자 감싸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 사고는 과거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렸던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가습기를 통해 분무 된 락스 성분은 미세한 입자 형태로 폐 깊숙한 곳까지 도달하여 폐포를 직접 파괴한다. 이는 단순한 염증을 넘어 폐 조직이 딱딱하게 굳는 폐 섬유화나 영구적인 호흡기 기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는 치명적인 공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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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일반적인 건강한 성인보다 면역력이 취약하고 기관 절개 수술로 인해 외부 오염에 무방비로 노출된 재활 환자에게 30시간 동안 락스 기체를 흡입하게 한 행위는 과실을 넘어선 범죄적 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병원이라는 공간은 환자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위험물질 관리 규정이 그 어느 곳보다 엄격해야 한다. 락스 같은 강력한 세정제를 일반 증류수 용기에 담아 방치한 점, 그리고 이를 의료인이 확인 없이 환자 기기에 투입한 점은 병원 내 안전 관리 망이 완전히 붕괴되었음을 의미한다.

현재 피해 가족은 병원 측의 무책임한 태도에 맞서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유가족 측은 "병원은 여전히 락스를 넣은 간호사가 누구인지조차 알려주지 않고 있으며, 개인의 실수라는 말로 거대한 관리 부실을 덮으려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번 사건은 의료기관 내 물품 관리 규정 강화와 사고 발생 시 병원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함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환자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병원이 책임을 회피하는 사이, 고통받는 환자와 가족들의 시간은 오늘도 눈물 속에 흐르고 있다.

유튜브, JTBC News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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