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죽어 있어요” 오늘 아침 올라온 사진... 네티즌 추측이 모두 틀린 이유
2026-05-0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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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괭이인 것 같아요” 추측이 틀렸을 가능성이 높은 이유

1일 오전 6시 11분. 카메라 애호가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SLR클럽에 짧은 게시글 하나가 올라왔다. 닉네임 '70원볼펜'이 올린 제목은 단 한 줄이었다. "고래가 죽어 있는 것 같아요." 그가 올린 사진엔 해변에 고래로 보이는 동물의 사체가 놓인 모습을 담고 있다. 올린 지 두 시간도 안 돼 게시물의 조회 수는 삽시간에 3000을 넘어섰다. "신고해야 하지 않을까", "해경에 연락해야 한다", "보호종이니 신고하는 게 맞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댓글 가운데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가 있었다. 바로 '상괭이'였다. 여러 네티즌이 사체를 상괭이로 추정했다. 상괭이 사체를 신고한 경험이 있다는 이도 댓글을 남겼다. 일견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그러나 사진을 자세히 보면 의문이 생긴다. 상괭이라고 보기엔 체색이 좀 이상하다.
'웃는 고래' 상괭이는 어떤 동물인가
상괭이는 한반도 연안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소형 고래류다. 쇠돌고래과에 속하며 성체 기준 몸길이는 1.5m에서 최대 2m 안팎이다. 입꼬리가 올라간 특유의 생김새 덕에 '웃는 고래'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해 관리 중인 종이기도 하다.
상괭이의 가장 두드러진 외형 특징 두 가지는 등지느러미가 없다는 점, 그리고 몸 전체가 회색이라는 점이다. 영어 이름 핀리스 포포이스(Finless Porpoise)는 등지느러미 없는 돌고래라는 뜻이다. 갓 태어났을 때는 검은색이지만 성장하면서 회백색을 띠게 된다. 배 쪽이 등보다 약간 연한 회색인 정도이며, 흑과 백이 뚜렷하게 갈리는 패턴은 상괭이에선 나타나지 않는다.
그런데 SLR클럽에 올라온 사진 속 사체의 색깔은 상괭이와는 다르다. 배 전체가 선명하고 넓은 흰색이며, 머리와 등, 꼬리 쪽은 짙은 검은색이다. 사후 변색과 부패가 어느 정도 진행됐음에도 흑백의 경계가 뚜렷하게 드러나 있다. 상괭이의 전신 회색 패턴과는 분명히 다른 모습이다.
까치돌고래일 가능성이 있는 이유
사체의 체색 패턴은 까치돌고래의 특징과 가깝다. 역시 쇠돌고래과인 까치돌고래는 까치돌고래속의 유일한 종이다. 이름부터가 외모에서 왔다. 흑백 깃털로 유명한 조류 까치를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몸통 대부분은 짙은 검은색이지만, 옆구리와 배 부분에 넓고 선명한 흰색 영역이 자리 잡고 있다. 이 흰색 구역은 배 중앙에서 옆구리까지 넓게 퍼지는 형태를 취하며, 꼬리지느러미 뒷면도 흰색을 띤다. 사진 속 사체에서 보이는 배 쪽의 광범위한 흰색과 머리·등의 검은색은 이 패턴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
까치돌고래는 북태평양 냉수대가 주 서식지다. 일본 열도 주변 해역과 오호츠크해, 베링해까지 분포한다. 한반도에선 동해에서 드물게 발견된다. 한국 바다에서 관찰되는 고래류 목록에 공식적으로 포함돼 있다. 쇠돌고래 중 가장 빠른 종으로도 알려져 있다. 발견 빈도가 낮아 상괭이에 비해 일반인에게는 생소하지만 동해와 인접한 해변에서 좌초됐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다만 이 같은 분석은 어디까지나 공개된 사진의 외형적 특징, 그중에서도 체색만을 근거로 한 것이다. 사후 부패나 변색, 촬영 환경과 조명에 따라 실제 색깔과 사진 속 색깔 사이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 또한 사체가 모로 누운 자세여서 전체적인 형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정확한 종 판별은 현장 전문가의 직접 확인과 부검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왜 '상괭이'로 먼저 보는가
커뮤니티 네티즌이 사체를 상괭이로 본 것은 근거 없는 반응이 아니다. 상괭이는 한반도 연안에서 가장 자주 발견되는 소형 고래류다. 서해와 남해를 중심으로 출몰하며, 어민의 그물에 혼획돼 해변에 좌초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혼획·좌초·표류된 상괭이는 4000여 마리에 달하며, 연평균 800마리 이상의 폐사체가 발견되고 있다. 뉴스와 보호 캠페인을 통해 대중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소형 고래류이기도 하다. '해변에서 발견된 소형 고래류 사체=상괭이'라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형성된 배경이다.
반면 까치돌고래는 동해 중심의 냉수대 서식 종이어서 서해나 남해 연안에서는 발견 사례가 거의 없다. 동해에서도 드물게 목격되는 종이라 일반인에게는 낯선 이름이다.
사체를 발견했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종을 정확히 알지 못하더라도 신고해야 한다는 댓글들의 방향은 옳다. 상괭이든 까치돌고래든 한반도 해역에서 발견되는 고래류는 모두 법적 보호 대상이거나 허가 없이 채집·유통할 수 없는 해양동물이다. 해양보호생물을 무단으로 채집하거나 유통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신고는 119나 해양경찰청(122)으로 하면 된다.
현장에서 사체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도 삼가야 한다. 내부에 부패 가스가 차 있을 경우 폭발적으로 터질 수 있다. 전문가가 현장을 확인하고 부검을 거쳐야만 정확한 종 판별과 사인 규명이 가능하다. 해양수산부는 부검을 통해 고래류의 사망 원인과 이동 경로, 연령별 생태 특성을 파악하고 보호 정책의 근거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한 마리의 사체가 남기는 데이터가 살아 있는 개체를 지키는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