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감사했습니다"…110년 만에 대전에서 작별하는 유성시장
2026-05-01 09:48
add remove print link
유성시장, 장대B구역 재개발로 올해 말 철거…상인·단골 모두 아쉬움
1916년 문을 연 대전 유성시장이 재개발 사업으로 올해 말 철거를 앞두고 있다. 11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대전 유성 일대의 생활 중심지로 자리했던 유서 깊은 시장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유성 장대B구역 재개발 정비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유성시장 내 점포들은 이달을 끝으로 모두 영업을 종료한다. 시장 곳곳에는 출입 금지 테이프가 처져 있고 공가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어 한때 북적이던 공간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로 변했다.
60여 년간 순대국밥을 팔아온 가게, 2대에 걸쳐 전집을 운영해온 상인, 20년 넘게 이 시장에서 장을 봐온 단골들의 이야기가 이제 모두 과거의 기억으로 남게 됐다.
유성시장은 단순한 재래시장이 아니었다. 4일과 9일마다 오일장이 열려 인근 지역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저렴한 물가와 정겨운 인심으로 수십 년간 사랑받아온 공간이었다. 노은동은 물론 멀리서도 장을 보러 오는 시민들이 있을 만큼 유성 지역의 상징적인 장터였다. 그 역사가 올해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일찌감치 다른 곳으로 가게를 이전한 상인들은 이전 장소를 안내하는 현수막을 붙여두었고 영업을 완전히 종료한 상인들은 손님들에게 '그동안 성원에 감사하다'는 손 글씨 인사말을 가게 문에 남겨뒀다. 수십 년을 함께한 단골과의 마지막 인사를 그렇게 남긴 셈이다.
오일장은 철거가 시작될 12월 이전인 11월까지는 현 위치에서 그대로 운영될 예정이다. 하지만 점포 대부분이 문을 닫은 상황에서 일부 공중화장실이 폐쇄되고 빈 점포 인근 거리에 쓰레기가 쌓이면서 시장의 마지막 분위기는 그리 말끔하지 않다.
노점상인들과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는 재개발을 앞두고 관리가 손에서 놓인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유성구 관계자는 폐쇄된 화장실 대신 다음 달 초 인근에 새 화장실을 개방할 예정이고 폐기물도 조합 측이 선정한 업체를 통해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재개발 사업 자체는 2006년 초기 논의가 시작된 이후 사업성 문제와 상인 반발 등으로 수차례 지연을 거듭하다 2019년 조합이 설립되면서 본격적으로 궤도에 올랐다. 이번 사업을 통해 유성시장을 포함한 장대동 14-5번지 일대 9만 7213㎡ 부지에는 지하 7층에서 지상 54층 규모의 초고층 아파트 9개 동 총 2700여 세대와 근린생활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유성시장과 오일장은 인근 문화공원과 주차장으로 임시 이전이 계획돼 있다. 하지만 110년 세월이 켜켜이 쌓인 이 자리 자체는 올해 말 철거와 함께 사라진다. 평생을 이곳에서 삶을 일궈온 상인들에게도, 수십 년을 드나든 단골들에게도 유성시장은 그 어떤 새 건물로도 대체되지 않는 공간으로 기억에 남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