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조 성과급 요구' 삼성전자 노조... 취약층 기부 취소 잇따라
2026-05-04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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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부문 6억 성과급 주장 vs DX부문 적자.. 노노 갈등 심화

삼성전자 임직원 12만명 중 7만명 이상이 가입한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조가 연간 영업이익의 15%에 달하는 최대 45조원 규모의 성과급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일부 조합원 사이에서 사회 취약계층을 위한 기부금 약정을 집단으로 취소하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1인당 6억원에 이르는 성과급은 요구하면서 매월 몇만원의 기부는 "아깝다"며 단체로 파기한다는 점에서 도마에 오르고 있다.
매칭 그랜트 기부, 집단 취소 릴레이
4일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반도체) 부문 사내 게시판에선 초기업노조 소속 조합원 주도로 기부금 약정 취소 글이 확산하고 있다. 이미 조합원 100여명이 동일한 게시물을 연달아 올렸으며, 일부는 다른 조합원들의 동참까지 권유하며 '기부 취소 분위기'를 조장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초기업노조는 삼성전자 한 회사 안에서만 활동하는 기존 기업별 노조와 달리, 삼성그룹 계열사 전체를 아우르는 형태로 조직된 산별 노조다. 삼성전자 지부는 현재 전체 임직원의 과반을 확보한 '과반 노조' 지위를 갖고 있으며, 법적으로 사측과의 단체교섭을 단독으로 이끌 수 있는 대표 교섭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기부금 약정 제도는 희귀질환·장애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아동 등 사회 취약계층을 돕기 위해 임직원들이 매월 월급에서 일정 금액을 자발적으로 기부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임직원이 일정 금액을 약정하면 회사가 동일한 금액을 1대1로 매칭해 추가 기부하는 '매칭 그랜트(Matching Grant)' 방식으로 2010년부터 운영 중이다. 개인의 선의에 회사의 사회적 책임이 더해져 기부 효과를 두 배로 끌어올리는 구조다. 
조합원들이 기부를 취소한 표면적 이유는 회사가 '매칭 그랜트' 방식으로 기부하는 돈이 "아깝다"는 것이다. 내가 기부하면 회사도 같은 돈을 내야 하니, 회사에 이득이 된다는 논리인 셈이다.
"나눔의 취지 스스로 무너뜨린 것"
재계에서는 즉각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 재계 관계자는 뉴스1 인터뷰에서 "기부 약정을 취소한 것은 나눔의 취지를 훼손하고 개인과 조직의 윤리적 기준을 스스로 무너뜨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노조가 가진 사회적 책임과 상호 협력의 의미를 훼손하는 행위"라고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역시 뉴스1에 "1인당 6억 원의 성과급은 당당히 요구하면서, 어려운 이웃을 돕는 매월 몇만 원의 기부는 회사 매칭이 아깝다며 단체로 취소하는 것은 노조가 '사적 이익' 앞에선 한 치도 양보하지 않으면서 '사회적 책임'에는 철저히 인색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며 "국내 최대 규모 노조의 품격에 걸맞지 않은 자기중심적 행태"라고 했다.
회사와 임직원이 함께 조성하는 매칭 기부금은 단순한 금전적 지원이 아니라 공익적 가치를 공유하겠다는 공동의 약속이다. 노조원들이 이를 단순히 '돈 문제'로 취급해 파기하고 있다는 것이 재계의 비판 요지다.
45조 성과급에 조합비도 5배 인상
노조의 요구 규모는 천문학적이다. 초기업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은 연간 영업이익의 15%, 최대 45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삼성전자 주주 배당액(약 11조원)의 4배이자, 같은 기간 연구개발비(약 37조원)를 웃도는 규모다. DS부문 임직원 1인당으로 환산하면 약 6억원이다.
여기에 노조는 이달 예고한 총파업 스태프에게 활동비 명목으로 1인당 300만원을 지급하기 위해 쟁의 기간 중 조합비를 기존 월 1만원에서 5만원으로 5배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바로 이 시점에 기부 취소 릴레이까지 겹치면서 비판이 더욱 커지는 양상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DS vs DX... 노조 내 균열 심화
노조 내부도 갈라지고 있다. 초기업노조 전체 조합원 7만4000여명 중 약 80%가 DS부문 소속이다. 이번 파업의 핵심 요구인 '영업이익 15% 성과급 지급' 역시 DS부문에만 해당하는 내용으로, 상대적으로 실적이 저조한 DX부문에 대해선 아무런 요구 조건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DX부문의 경우 DS부문의 반도체 가격 인상 영향으로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6% 급감했고, 연간 적자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노조 요구대로라면 DS부문 임직원이 1인당 6억원에 가까운 성과급을 받는 동안 DX부문 임직원은 성과급은커녕 고강도 사업 재편의 칼바람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더욱이 노조는 DS부문 내 적자 사업부인 파운드리·시스템LSI에 대해서도 DS부문으로서 동일한 대우를 요구하고 있어 DX부문의 반발을 더욱 키우고 있다. DX부문에서는 노조가 과반 노조 유지와 파업 강행을 위해 상대적 소수인 DX부문을 배제한 채 DS부문의 결속만 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노조 탈퇴 러시로 이어졌다. 하루 100건이 안 되던 탈퇴 신청 건수는 지난달 28일 500건을 넘어선 데 이어 29일엔 1000건 이상까지 치솟았다. 사내 게시판과 직장인 커뮤니티에서 탈퇴 인증 릴레이가 이어지며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전체 조합원의 20%에 불과한 DX부문 탈퇴가 이어지더라도 노조가 파업을 강행할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노조는 사측과의 임단협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오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힌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