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보는 어종인데”…삼겹살보다 더 기름지다는 '전설의 생선'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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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고급 어종 홍살치, 국내서 거의 못 먹는 이유는?
한 입 먹는 순간 헛웃음이 터져 나올 정도로 압도적인 지방질을 자랑하는 생선이 나타났다. 수산물 전문 유튜버 김지민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 '입질의추억TV jiminTV'를 통해 삼겹살보다 기름진 역대급 ‘기름폭탄’ 생선으로 불리는 홍살치를 소개하며 미식가들 사이에서 전설급으로 통하는 이 어종의 실체를 공개했다.

일본에선 금태 뺨치는 '빨간 고기' 끝판왕
홍살치는 농어목이 아닌 손뱅이목 양볼락과에 속하는 어종으로 쏨뱅이와 사촌 격이며 볼락, 열기, 우럭 등과도 계보가 이어진다. 일본에서는 정식 명칭인 ‘키치지’보다 ‘킨키’라는 이름으로 더 대중적으로 통용된다. 국내에서는 거의 볼 수 없어 일본에서 공수해야 하는 귀한 몸값을 자랑하며, 일본에서도 금태(눈볼대), 금눈돔과 함께 ‘빨간 고기 TOP 3’로 꼽히는 고급 어종이다.

이 생선은 주로 수심 100m 이하의 깊은 암반에 서식하며 캄차카반도와 쿠릴열도를 포함한 러시아의 찬 해역부터 일본 북해도, 혼슈 북부 쪽에 주로 분포한다. 국내 유통량은 매우 미미해 부산 공동시장에서 어쩌다 잡어 박스에 섞여 들어오는 수준이며 이번 영상에서 소개된 30cm 이상의 특상급 개체는 매우 드물다. 가격은 수입 업체나 시기에 따라 변동이 있으나, 마리당 원물 가격만 4만~5만 원에 달하며 식당에서 요리로 제공될 경우 10만 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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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보다 기름지다고? 입안에 터지는 고소한 풍미
요리법으로는 신선할 경우 회로도 먹지만 일본식 간장 조림인 ‘니츠케’와 소금구이가 가장 대표적이다. 조리 시 나타나는 특징은 단연 압도적인 기름기다. 구웠을 때 껍질에서 건새우와 같은 고소한 풍미가 나며 안쪽 지방층에서는 메로와 유사한 진한 감칠맛이 느껴진다. 살은 매우 포슬포슬하며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식감을 가졌다.


영상 속 시식평에 따르면 홍살치는 금태와 70~80% 정도 유사한 맛을 지녔지만 껍질이 두꺼워 바삭하면서도 쫀득한 매력이 더 강하다. 구이를 할 때는 생선 기름에 담갔다 튀긴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즙이 풍부하며 조림으로 만들었을 때는 달큰한 양념과 기름진 살이 조화를 이뤄 밥도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껍질의 지방 풍미가 워낙 강해 레몬즙이나 파채, 생강채 등을 곁들이면 느끼함을 잡고 더 깊은 맛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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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의 보석 홍살치, 왜 미식가들은 이 생선에 열광하는가
홍살치는 생물학적으로 쏨뱅이목 양볼락과 홍살치속에 속하는 심해어다. 학명은 Sebastolobus macrochir로, 주로 북태평양의 수심 150m에서 1200m 사이의 극한 환경에서 서식한다. 현재 국내 수산물 시장에서 홍살치는 희소성과 독보적인 맛을 바탕으로 하이엔드 식재료의 대명사로 자리를 잡았다. 이 생선이 미식계에서 전설로 통하게 된 원인은 혹독한 심해 환경을 견디기 위한 생존 전략에서 기인한다.

홍살치가 서식하는 북태평양의 심해는 수온이 매우 낮고 먹이가 부족한 환경이다. 이 어종은 낮은 수온에서 체온을 유지하고 에너지를 저장하기 위해 몸속에 엄청난 양의 불포화 지방을 축적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일반적인 흰살생선의 지방 함량이 5% 내외인 것에 비해 홍살치는 제철 기준 지방 함량이 20%를 상회하기도 한다. 이는 육류인 삼겹살이나 한우 등심에 육박하는 수치로 열을 가했을 때 지방이 녹아내리며 내는 고소함은 다른 어종이 흉내 낼 수 없는 영역에 있다.
홍살치의 진가는 단순히 지방의 양에만 있지 않다. 심해 바닥에 서식하는 거미불가사리와 작은 갑각류를 주 먹잇감으로 삼는 식성 덕분에 살코기 자체에서 은은한 단맛과 감칠맛이 배어 나온다. 특히 홍살치의 껍질은 일반 어종보다 두껍고 콜라겐이 풍부해 구이 시 껍질에서 터져 나오는 풍미가 건새우나 랍스터 껍질을 구웠을 때의 향과 유사한 특징을 보인다. 살 조직은 수분감이 많아 매우 부드러우며, 근육 섬유가 가늘어 입안에 넣었을 때 저항 없이 녹아내리는 식감을 구현한다.
유통 측면에서 홍살치는 현재에도 여전히 고가에 거래되는 귀한 식재료다. 국내 연안에서는 상업적 어획이 거의 불가능해 일본 홋카이도나 아오모리 현에서 항공 직송으로 들어오는 물량이 대부분이다. 특히 일본에서는 낚시로 한 마리씩 잡아 올린 ‘이뽄즈리(一本釣り)’ 홍살치를 최상품으로 치며 상처 하나 없는 완벽한 외형과 선도를 유지한 개체는 경매가 자체가 수만 엔을 호가한다.
조리 과학의 관점에서 볼 때 홍살치는 지방의 융점이 낮아 조리 기술이 매우 중요하다. 너무 높은 온도에서 급격히 익히면 귀한 지방이 모두 빠져나갈 수 있어 일본의 고급 요리점에서는 숯불에서 장시간 복사열을 이용해 천천히 구워내는 방식을 선호한다. 이렇게 조리된 홍살치는 껍질은 과자처럼 바삭하고 속살은 육즙을 가득 머금은 상태가 돼 최상의 맛을 낸다.
최근 한국의 미식 트렌드가 ‘희소성’과 ‘원물 본연의 맛’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흐르면서 홍살치는 금태를 잇는 차세대 최상위 식재료로 각광받고 있다. 공급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품귀 현상이 지속되고 있으나, 그 압도적인 풍미를 경험한 미식가들 사이에서 홍살치는 죽기 전에 꼭 맛봐야 할 ‘심해의 왕자’로 불리며 그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