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차량 추격 생중계하다 사망사고…유튜버 법정구속

2026-05-07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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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공익 아닌 사적 제재”
유튜버 징역 1년6개월 선고

음주운전 의심 차량을 추격하며 생방송을 진행하다 사망사고에 연루된 유튜버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음주운전 근절이라는 명분이 있었다고 해도 위험한 추격과 차량 포위 행위는 공익활동이 아닌 사적 제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음주운전 헌터’ 유튜버에게 쫓기던 운전자가 추돌사고를 낸 뒤 화재가 발생한 현장. / 광주 광산소방서 제공.
‘음주운전 헌터’ 유튜버에게 쫓기던 운전자가 추돌사고를 낸 뒤 화재가 발생한 현장. / 광주 광산소방서 제공.

7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광주지법 형사9단독 전희숙 판사는 이날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협박) 등 혐의로 기소된 40대 유튜버 최 모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구독자 11명에게도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벌금형이 각각 선고됐다.

최 씨는 ‘담양오리’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음주운전 의심 차량을 추적하는 콘텐츠를 제작해왔다. 그는 구독자들과 함께 광주 도심 유흥가 일대를 돌며 음주운전 의심 신고부터 경찰 단속 과정까지 유튜브 라이브 방송으로 송출했다. 이른바 ‘참교육’ 콘텐츠 형식으로 영상을 제작했고 후원금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가 된 사고는 2024년 9월 광주 광산구 첨단지구 일대에서 발생했다. 당시 최 씨는 SUV를 몰던 30대 운전자 A 씨를 음주운전 의심 차량으로 보고 경찰에 신고한 뒤 추격 장면을 유튜브로 생중계했다. 이후 최 씨의 구독자들이 운전하거나 탑승한 차량 2대가 합류하면서 차량 3대가 약 2.5㎞ 구간을 뒤쫓은 것으로 조사됐다.

추격 도중 최 씨는 A 씨에게 “음주운전을 했냐”고 묻기도 했다. 유튜버를 알아본 A 씨는 차량을 몰고 달아나다 갓길에 주차된 대형 화물차를 들이받았다. 사고 직후 SUV에는 불이 붙었고 A 씨는 끝내 숨졌다. 당시 사고 전후 일부 상황은 유튜브 생방송을 통해 송출됐다.

검찰은 최 씨 일행이 차량 여러 대로 앞뒤와 좌우를 에워싸며 위협적으로 추격했고 교통상 심각한 위험을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또 음주운전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운전자까지 무리하게 뒤쫓거나 차량에서 내리지 못하게 한 사례도 있었다고 봤다. 실제 최 씨는 2023년 말 음주 사실이 없는 운전자를 차량에서 나오지 못하게 감금한 혐의와 모텔 주차장까지 따라가 음주 의심 운전자를 차 안에 머물게 한 혐의도 함께 재판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동종 범죄로 이미 수사를 받거나 약식명령을 받은 상태였음에도 위험성을 알고 범행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켠 상태에서 신분 노출과 위험한 포위 추격 주행을 주도해 죄책이 무겁다”며 “유족 측이 합의를 거부하고 엄벌을 탄원한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최 씨 측은 “사회적 정의 실현과 음주운전 예방을 위한 행동이었다”며 선처를 요청했다. 또 교통 사망사고와 방송 사이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 씨는 선고 직후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해달라”며 추가 합의 의사를 밝혔지만 재판부는 도주 우려 등을 이유로 곧바로 법정구속했다.

끊이지 않는 유튜버 사적 제재 논란

이번 사건은 최근 몇 년 사이 반복적으로 논란이 된 유튜버들의 ‘사적 제재 콘텐츠’와도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범죄 의심 상황을 개인이 직접 추적하거나 현장을 생중계하는 콘텐츠가 늘면서 공익성과 위험성을 둘러싼 논쟁도 계속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음주운전 의심 차량 추적 방송 등 이른바 ‘참교육 콘텐츠’가 유튜브와 SNS에서 빠르게 확산돼 왔다. 일부 운영자는 범죄 예방과 공익 목적을 내세우지만 자극적인 장면 연출과 실시간 추격, 당사자 신상 노출이 조회 수 경쟁으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됐다.

과거 성범죄자 신상을 공개했던 ‘디지털 교도소’ 논란도 비슷한 사례로 꼽힌다. 운영진은 공익 목적을 주장했지만 허위 정보와 무분별한 신상 공개 문제가 불거졌고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면서 사회적 파장이 컸다. 이후에도 사기 의심 인물이나 범죄 전과자 정보를 공개하는 채널과 계정이 계속 등장하며 사적 제재 논란은 반복되고 있다.

법적 판단이 내려지기 전 특정인을 범죄자로 단정하거나 개인이 직접 추격과 압박에 나서는 방식은 또 다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경찰 신고를 넘어 현장을 통제하려 하거나 신상을 공개하는 과정에서 무고한 피해자가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사건 역시 음주운전 의심 차량을 여러 대가 뒤쫓는 과정에서 사망사고로 이어지면서 사적 제재 콘텐츠의 위험성을 보여준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home 정혁진 기자 hyjin2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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