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콘 멈추고 의료소모품 사라졌다…‘추적60분’이 쫓은 호르무즈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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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건설·농어촌까지 번진 중동 전쟁 충격…공급망 흔들린 현장 추적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중동발 공급망 충격이 국내 의료·건설·농어촌 현장까지 번지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70일째 이어지고 있다. 멀리 떨어진 중동의 전쟁은 이제 국제 뉴스에만 머물지 않는다. 원유와 석유화학 원료 수급이 흔들리면서 국내 병원과 건설 현장, 농어촌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 KBS1 ‘추적60분’은 8일 방송되는 1455회 ‘호르무즈 후폭풍 - 전쟁, 민생을 집어삼키다’에서 전쟁 장기화가 바꿔놓은 한국의 일상과 산업 현장을 따라간다.
한국은 사용 원유의 약 7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CSIS는 이번 전쟁으로 비전투국 가운데 한국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봤다. 전쟁이 두 달을 넘기면서 그 우려는 의료 소모품 부족, 건설 자재 차질, 농어촌 비용 상승 같은 현실적인 문제로 드러나고 있다.

단장증후군 환아를 키우는 허문영 씨 가족에게 공급망 불안은 생명과 맞닿아 있다. 허 씨의 아들은 미숙아로 태어난 뒤 괴사성 장염을 겪었고, 장 대부분을 절제했다. 매일 밤 영양 주사인 TPN을 맞아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어 주사 연결에 필요한 포트와 의료 소모품 하나하나가 필수품이다.
전쟁 이후 석유화학제품을 원료로 하는 의료 소모품 수급이 흔들리면서 허 씨 집의 수납장도 빠르게 비어가고 있다. 허 씨는 제작진에게 작은 연결 포트 하나만 없어도 주사를 맞힐 수 없다며, 하루라도 주사를 맞지 못하면 아이의 생명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불안은 돌봄 가정에만 머물지 않는다. 규모가 작은 동네 병원들도 의료 제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료기기 전문 온라인몰과 유통 경로를 통해 재고를 찾고 있지만, 품절과 배송 지연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현장에서는 필요한 물품을 미리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인천 영종도와 신도를 잇는 신도평화대교도 전쟁 여파를 피해 가지 못했다. 당초 인천시는 올해 5월 말 개통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해 왔다. 그러나 원유 수급 불안으로 아스콘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서 공정률이 90%를 넘긴 상태에서 공사가 멈췄다.
아스콘 생산업체도 예년과 다른 봄을 보내고 있다. 도로 공사가 늘어나는 시기라면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를 섞는 플랜트 시설이 분주하게 돌아가야 하지만, 올해는 원료 확보부터 쉽지 않다. 원유 부족으로 정유시설 가동에 차질이 생기면서 아스콘 핵심 원료인 아스팔트 수급에도 부담이 커졌다.

여수 석유화학 산업단지 역시 중동발 충격의 한복판에 있다. 원유와 석유화학 원료에 기대온 산업 구조가 흔들리면서 생산 현장에서는 원가 부담과 수급 불안을 동시에 감당하고 있다. 전쟁은 특정 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원료를 공유하는 산업 전반의 비용 문제로 번지고 있다.
바다에서도 변화가 시작됐다. 기름값 부담이 커진 데다 어망 원재료로 쓰이는 나프타 가격까지 오르면서 어민들의 조업 비용이 뛰었다. 어망값 상승을 견디지 못한 일부 어민들은 조업을 줄이고 있고, 그 여파는 수산물 가격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시장 상인들의 부담도 커졌다. 수산물을 담는 스티로폼 상자와 진공 포장재 가격이 함께 오르면서 판매 단계의 비용까지 늘었다. 전쟁이 원유 가격을 흔들고, 원유 가격이 어망과 포장재 가격을 밀어 올리며, 결국 소비자 밥상까지 영향을 주는 구조다.
모내기를 앞둔 농촌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고현서 씨는 올해 직접 모종을 키우는 대신 모를 사기로 했다. 모종을 키우려면 비닐하우스를 고쳐야 하지만, 지난해 150만 원이면 가능했던 보수 공사 비용이 두 배로 뛰었다. 그마저도 비닐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공사를 언제 시작할 수 있을지 알기 어렵다.

비료 수급도 농민들의 걱정거리다. 비료의 주요 원료인 요소의 약 4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어오는 만큼, 해협 불안은 곧 농자재 수급 불안으로 이어진다. 생산공장은 상반기 필요 원료를 확보해둔 상태지만, 불안 심리가 커지면서 비료를 미리 구하려는 농민 수요가 늘고 있다.
방송은 이번 전쟁을 통해 한국 사회의 공급망과 에너지 구조가 안고 있던 취약성이 드러났다고 짚는다. 산업연구원 빙현지 연구원은 값싸고 편리한 중동산 원재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반복되는 위기를 끊을 수 있다고 말한다.
전쟁은 피해만 남긴 것은 아니다. 대체 원료를 찾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려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중동 의존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한 논의가 산업 현장에서 시작된 것이다. ‘추적60분’은 전쟁 이후 한국 사회가 마주한 위기의 현주소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를 함께 살펴본다.
KBS1 ‘추적60분 - 호르무즈 후폭풍, 전쟁 민생을 집어삼키다’는 8일 오후 10시 방송된다.
※ 해당 글은 아무 대가 없이 작성됐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