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억 풀매수"…17억 빚내 SK하이닉스 올인한 공무원 계좌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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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신고가 행진에 빚투 열풍…개인 순매수 77% 삼성전자·SK하이닉스 쏠려
코스피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그 가운데 빚을 17억원이나 내서 SK하이닉스 주식을 22억원어치 쓸어담은 공무원의 계좌가 공개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공무원이라고 밝힌 A씨는 지난 7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하이닉스 융자 껴서 22억. 풀매수 가자"는 글과 함께 SK하이닉스 주식을 담은 유통융자 계좌 화면을 올렸다. 블라인드는 소속 회사 공식 메일로 인증해야 가입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유통융자는 주식 매수를 위해 증권사에서 돈을 빌리는 투자용 대출이다.
A씨가 보유한 유통융자 1327주의 평균단가는 165만438원이다. 현재가는 약 3000원 낮은 164만7000원으로 평가금액은 매수금액(21억9013만원)보다 약 456만원 적은 21억8556만원이다. 융자금액은 16억9734만원이며 대출일은 2026년 5월 11일, 만기일은 9월 8일이다.

이 같은 반도체주 빚투는 A씨만의 얘기가 아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일 개인투자자는 삼성전자를 2조5730억원, SK하이닉스를 2조336억원 순매수했다. 개인 전체 순매수 규모인 5조9901억원 중 약 77%가 두 종목에 쏠린 셈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자 '포모'(FOMO) 현상도 확산되는 모양새다. 포모는 자신만 흐름을 놓치고 소외된다는 공포를 뜻하는 심리학 용어로 주식 시장에서는 무리한 추격 매수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빚투 규모는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달 29일 기준 36조682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1월 27조4000억원에서 석 달 만에 8조6000억원 이상 불어난 수치다. 신용거래융자에는 통상 연 7~9%의 고금리가 적용된다.
지난 6일 기준 SK하이닉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조2700억원으로 연초 대비 156.8% 늘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437.4% 급증한 수치다. 삼성전자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3조2149억원으로 연초 대비 95.1%, 1년 전 대비 326.7% 증가했다. 과거에는 바이오·이차전지·테마주처럼 기대 수익률이 높은 종목에 빚투 수요가 몰렸지만 최근에는 초대형 반도체주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오늘(8일) 전일 대비 3만2000원(1.93%) 오른 168만6000원에 장을 마쳤다. 52주 최고가는 172만9000원이다. 지난 4일에는 장중 141만원까지 치솟으며 시가총액 1031조원을 기록해 삼성전자에 이어 국내 증시에서 두 번째로 시총 100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달 1일 636조원이었던 시총이 한 달 만에 400조원 가까이 불어났다.
증권가에서는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SK증권은 7일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기존 2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국내 증권사 사상 최초로 300만원을 제시한 것이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AI 추론이 고도화됨에 따라 메모리가 AI 성능과 비용 효율화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격상됐다"며 "메모리 재평가는 여전히 초입 단계"라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도 같은 날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270만원으로 올렸다.
실적 전망도 밝다. SK증권은 2026년 영업이익을 삼성전자 338조원, SK하이닉스 262조원으로 기존 대비 각각 3%, 4% 상향했다. 2027년 영업이익은 삼성전자 494조원, SK하이닉스 376조원으로 각각 18%, 15% 올려 잡았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도 지난달 30일 SK하이닉스의 장기 외화표시 발행자등급을 'BBB'에서 'BBB+'로 한 단계 높였다. 이로써 피치·무디스·S&P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가 모두 SK하이닉스의 신용등급을 동일 수준으로 상향한 상태다.
다만 빚투 열풍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반도체를 제외한 코스피가 4100선 수준에 그친다며 'K자형 양극화' 심화를 지적하고 있다. 고금리 빚을 끌어안고 추격 매수에 나서는 개인투자자들이 주가 변동성에 그대로 노출될 수 있다는 경고도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