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소년이 온다'의 그곳, 28년 묵은 허물 벗는다"… 5·18 구묘지, 200억 투입 'K-민주주의 성지'로 대개조
작성일
add remove print link
광주시-5월 단체, 3년 끈 60여 차례 마라톤 숙의 끝에 '완전한 합의' 도출
2029년 전 세계인 품는 '시민친화형 민주 테마파크'로 재탄생

최근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뼈아픈 창작 모티브가 되었으며, 1987년 6월 항쟁의 불씨를 당긴 이한열 열사가 영면에 든 역사적 공간. 바로 광주 북구 망월동에 자리한 '5·18 구묘지(제3묘역)'다. 오랫동안 슬픔과 분노의 상징으로 침묵하던 이 거룩한 땅이, 28년 만에 세계인이 찾는 'K-민주주의의 산교육장'이자 시민들의 따뜻한 안식처로 화려하게 깨어난다.
광주광역시(시장 강기정)는 지난 6일 시청에서 5·18 민주화 공법단체 및 광주·전남추모연대 등 5월 관련 단체 대표들, 민족민주열사묘역 성역화사업 추진협의체 위원들과 역사적인 차담회를 열고, 5·18 구묘지를 '시민친화형 민주공원'으로 전면 탈바꿈시키는 조성사업에 대한 최종 사회적 합의안을 극적으로 도출해 냈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는 결코 쉽게 얻어진 결과물이 아니다. 광주시는 구묘지 성역화와 민주공원 조성을 위해 지난 2023년 3월 관련 단체들과 민관 합동 추진협의체를 전격 구성했다. 이후 무려 15차례의 굵직한 협의체 회의와 50여 회가 넘는 단체별 개별 설명회 등, 장장 3년여에 걸친 피 말리는 마라톤 숙의와 진통 끝에 흩어졌던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대타협을 이뤄낸 것이다. 특히, 광주시가 중앙정부와 국회를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5·18 사적지 지정 이후 28년 만에 총사업비 200억 원 전액을 '국비'로 따내는 쾌거를 거두며 사업 추진에 강력한 날개를 달았다.
이날 확정된 청사진을 들여다보면, 5·18 구묘지는 엄숙하기만 한 과거의 묘역에서 벗어나 추모와 휴식이 공존하는 혁신적인 복합 문화 공간으로 환골탈태한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웅장한 추모 인프라의 확충이다. 대규모 군중이 운집해 야외 추모 행사를 열 수 있는 탁 트인 '행사마당'과 경건한 의미를 담은 '박석마당'이 새롭게 조성된다.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각종 내부 추모 행사를 진행할 수 있는 최신식 '다목적 행사 공간'도 들어선다. 또한, 5월의 진실을 후대에 생생하게 증언할 첨단 전시 공간인 '역사관'과 흩어져 있던 열사들의 넋을 한곳에 정중히 모실 '민족민주열사 유영봉안소'가 웅장한 자태로 신축될 예정이다.
방문객들의 편의와 안전을 대폭 끌어올리는 공간 구조 재편도 병행된다. 그동안 보행자들에게 위험을 초래했던 차량 주 진입로를 안전하게 이설하고, 인접한 국립5·18민주묘지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보행자 전용 '진입 마당'을 조성해 참배객들의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인다. 아울러 미관을 해치던 낡은 도시공사 사무소와 매점, 재래식 화장실 등 낙후된 시설들을 과감히 철거하는 대신, 세련된 디자인의 방문자센터와 쾌적한 카페테리아 등 현대적인 편의시설을 촘촘하게 배치해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공원으로 꾸밀 계획이다.
합의안이라는 든든한 동력을 확보한 광주시는 향후 행정 절차에 최고 속도를 낼 방침이다. 곧바로 건축 기본계획 수립과 개발제한구역 및 공원 조성계획 변경 등 굵직한 행정 절차에 착수하며, 첨단 기법을 도입한 역사관 콘텐츠 개발과 정밀한 기본·실시설계를 거쳐 오는 2029년 완벽한 모습으로 공원을 준공한다는 확고한 타임라인을 제시했다.
이날 합의 현장을 지휘한 강기정 광주시장은 상기된 표정으로 “5·18 구묘지를 대한민국 광주정신이 가장 뜨겁게 살아 숨 쉬는 '빛의 혁명 발원지'로 재창조하는 이 역사적인 사업을, 5월 단체들과의 깊은 숙의와 완전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본격적으로 첫삽을 뜨게 되어 너무나도 감개무량하다”고 벅찬 소회를 밝혔다.
이어 강 시장은 “이제 5·18 구묘지는 어둡고 슬픈 과거의 무덤이 아니라, 미래 세대가 민주주의의 숭고한 가치를 배우고 전 세계 민주화 운동가들이 찾아오는 'K-민주주의의 글로벌 순례지'이자 인류가 영원히 보존해야 할 소중한 평화의 자산으로 우뚝 서게 될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1980년의 피 끓는 오월을 기억하는 아픈 땅 망월동. 3년의 치열한 논의 끝에 새로운 옷을 입게 될 이곳이, 과연 2029년 어떤 벅찬 감동으로 우리 곁에 다시 돌아올지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 시민들의 이목이 광주를 향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