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피 코앞에서 찬물 쫙....대통령실 정책실장 한마디에 와르르 무너진 코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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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국민배당금' 논란에 장중 5% 급락… 삼성·하이닉스 널뛰기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 뉴스1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 뉴스1

코스피가 12일 8000 목전까지 오르다 대통령실 정책실장의 'AI 국민배당금' 제안에 급격히 무너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한국 증시의 극심한 변동성을 촉발했다"며 "투자자들이 해당 제안이 실제로 어떤 정책을 의미하는지 해석하는 과정에서 혼란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코스피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131.17포인트(1.68%) 오른 7953.41로 출발했다. 장중 한때 7999.67까지 오르며 8000선을 넘봤다. 그러나 오전 10시를 전후해 급격히 하락하면서 한때 5.12% 떨어진 7421.71까지 내려갔다. 결국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79.09포인트(2.29%) 내린 7643.15로 장을 마쳤다.

발단은 전날 페이스북에 올라온 김 실장의 글이었다. 김 실장은 '차원이 다른 나라: AI 시대 한국의 장기 전략'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은 몇몇 기업만의 성과가 아니라 지난 반세기 동안 전 국민이 함께 쌓아온 산업적 기반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따라서 그 과실의 일부는 구조적으로 모든 국민에게 돌아가야 한다. 이것이 설계의 정당성이자 원칙"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원칙에 가칭 '국민배당금'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코스피가 장중 7500선대로 밀린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돼 있다. / 뉴스1
코스피가 장중 7500선대로 밀린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돼 있다. / 뉴스1

글에서 김 실장은 AI 메모리 반도체 기업과 핵심 엔지니어, 자산 보유자들은 AI 시대에 큰 혜택을 얻는 반면 상당수 중산층은 간접 효과만 경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노르웨이가 1990년대 석유 수익을 국부펀드에 적립해 사회 전체에 환원한 사례를 참고 모델로 제시하며, 한국도 AI 인프라 호황으로 발생하는 초과 세수를 원칙에 따라 국민에게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국민배당금은 당장의 현금 지급 정책이 아니라 원칙의 이름"이라며 청년 창업 지원, 농어촌 기본소득, 예술인 지원, 노령연금 강화, AI 전환 교육 계좌 등 구체적인 프로그램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교화해야 할 열린 질문이라고 덧붙였다.

투자자들은 이 발언을 기업 이익에 직접 손을 대는 횡재세 도입으로 해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종목인 만큼 충격이 컸다. 두 종목 모두 강세에서 약세로 급격히 전환됐고, 외국인 순매도 1, 2위를 기록했다. 외국인은 이날 SK하이닉스를 2조7597억원, 삼성전자를 1조1148억원어치 팔아치웠다.

SK하이닉스는 장 초반 3.40% 오른 194만4000원으로 출발해 한때 196만7000원까지 치솟으며 전날 세운 사상 최고가(194만9000원)를 갈아치웠다. 그러나 오전 10시 전후 급격히 주가가 내리기 시작해 한때 4.04% 내린 180만4000원까지 밀렸다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는 등 급등락을 반복했다. 결국 전 거래일보다 2.39% 급락한 183만5000원에 마감했다. 7거래일 만의 하락 마감이다.

삼성전자도 장 초반 29만1500원까지 올라 2018년 액면분할 이후 최고가(28만8500원·5월 11일)를 경신했으나 이후 하락 전환해 한때 6.83% 내린 26만6000원까지 떨어지는 등 종일 널뛰기를 이어갔다. 최종적으로 전 거래일보다 2.28% 내린 27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의 하락 마감은 6거래일 만이다.

이후 김 실장이 "기업 이익에 대한 새로운 횡재세를 도입하자는 것이 아니라, AI 붐으로 늘어난 초과 세수를 활용하자는 의미"라고 해명하면서 코스피는 낙폭을 상당 부분 만회했다. 블룸버그는 해명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역시 급락 후 반등했다고 전했다. 다만 '초과 세수'의 정의가 여전히 불명확하다는 점에서 시장의 불안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 매도를 촉발한 또 다른 배경도 언급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시간외 선물, 특히 그간 급등세를 이어왔던 마이크론 등 AI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차익실현 매물이 확대되면서 한국 반도체주 투자심리가 빠르게 위축됐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이란 군사작전 재개 가능성을 논의했다는 외신 보도를 계기로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물가 및 금리 관련 우려가 재점화된 것도 외국인 매도세를 부추겼다는 진단도 나왔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5조6244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도 1조2102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은 홀로 6조6771억원을 순매수하며 방어에 나섰다. 외국인과 기관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속한 전기·전자 업종에서 각각 6조1535억원과 1조103억원 매도 우위를 기록했고, 개인은 7조1664억원 매수 우위였다.

전날 뉴욕증시는 3대 지수가 강보합으로 마감한 가운데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2.59% 급등하는 등 AI 낙관론이 이어졌다. 국내 증시도 이 흐름을 타고 강세로 출발했지만, 김 실장의 국민배당금 제안 하나가 장세를 뒤집어 놓았다. JP모건이 코스피 기본 목표치를 9000포인트, 강세 시나리오 목표치를 1만 포인트로 상향한 지 하루 만에 벌어진 일이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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