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만평] 구호는 따뜻하게, 증거인멸은 확실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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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부산시장 후보 보좌진, 압수수색 앞두고 컴퓨터 증거 인멸
망치로 파손된 저장장치, 증거인멸 혐의 재판으로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의 국회의원 재직 당시 보좌진들이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을 앞두고 사무실 컴퓨터를 초기화하고 저장장치를 물리적으로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이들이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한 강제수사 가능성을 인지한 뒤 증거를 없애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고 보고 있다.

11일 합동수사본부가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실에 제출한 공소장 내용에 따르면, 전 후보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진들은 지난해 12월 경찰의 압수수색을 앞두고 부산 지역구 사무실 내 업무용 PC들을 초기화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선임비서관 A씨는 인턴 비서관에게 자신의 업무용 PC를 초기화하라고 지시했고, 이후 사무실 내 다른 PC들까지 포맷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좌관 B씨에게 보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소장에는 A씨가 “압수수색이 나올 수 있으니 수사기관에 책잡힐 일을 만들면 안 된다”는 취지로 말한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필요한 자료는 포맷 전 백업해두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서울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비서관에게 PC 초기화 방법을 문의했고, SSD가 장착됐던 PC는 추가로 포맷해야 한다는 설명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합수본은 단순한 파일 삭제나 초기화를 넘어 저장장치 자체를 훼손한 정황도 확인했다고 판단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A씨는 PC에서 분리한 HDD를 드라이버로 해체한 뒤 망치로 내리쳤고, SSD는 손과 발을 이용해 구부리는 방식으로 파손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파손된 HDD는 주거지 인근 밭에 버리고, SSD는 다음 날 목욕탕 쓰레기통에 폐기한 것으로 합수본은 보고 있다.

합수본은 이 같은 행위에 관여한 전 후보 측 보좌진 4명에게 증거인멸 혐의가 성립한다고 판단해 지난달 이들을 불구속 기소했다. 다만 공소장에는 보좌진들이 PC 초기화나 저장장치 파손 사실을 전 후보에게 보고했는지 여부는 적시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 후보 본인에 대한 뇌물수수 및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은 공소시효 완성 및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된 상태다.

이번 사안은 부산시장 선거 국면과 맞물리며 정치적 파장으로 번지고 있다. 보좌진의 증거인멸 혐의가 재판에서 어떻게 판단될지, 또 해당 행위가 후보 본인과 어느 정도 관련성이 있는지가 향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까지 공개된 공소장 내용만으로는 전 후보가 해당 과정에 직접 관여했는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만큼, 사실관계는 향후 재판 과정에서 추가로 가려질 전망이다.


home 김규연 기자 kky94@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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