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라도 내 인생 살겠다”…요즘 가장 많이 이혼하는 ‘이 세대’ 부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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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이혼은 29년 만에 최저
30년 이상 함께 산 부부 이혼 비중 역대 최고
“이제라도 내 인생을 살겠다”는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됐다. 전체 이혼 건수는 줄어드는 가운데 60세 이상 부부의 ‘황혼 이혼’은 오히려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는 통계가 나왔다.

14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이혼 건수는 8만 8130건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3021건 줄어든 수치다. 이혼 건수는 6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고 1996년 7만 9895건 이후 29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왔다.
전체 이혼이 줄어든 배경에는 혼인 감소 영향이 자리한 것으로 분석된다. 인구 감소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결혼 건수가 줄어든 흐름이 몇 년 시차를 두고 최근 이혼 통계에도 반영되고 있다는 게 국가데이터처 설명이다.
하지만 고령층 부부 상황은 달랐다. 남녀 모두 60세 이상인 이혼은 지난해 1만 3743건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943건 늘어난 수치로 1990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았다. 전체 이혼 가운데 60세 이상 부부 이혼이 차지하는 비중도 15.6%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60세 이상 이혼 비중은 최근 몇 년 사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2022년 13.4%였던 비중은 2023년 13.0%로 잠시 낮아졌지만 2024년 14.0%, 지난해 15.6%까지 다시 상승했다. 이제 이혼 부부 6쌍 가운데 1쌍 이상은 60세 이상 부부인 셈이다.
30년 넘게 함께 살고도 결국 갈라섰다
혼인 지속기간 통계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됐다. 지난해 이혼 부부 가운데 혼인 기간이 30년 이상인 경우가 전체의 17.7%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 역시 역대 최대 수준이다. 이어 5~9년이 17.3%, 4년 이하가 16.3%로 뒤를 이었다.
혼인 지속기간은 단순히 법적 혼인 기간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결혼생활을 시작한 시점부터 사실상 이혼이나 별거 상태에 이르기까지 함께 산 기간을 뜻한다. 오랜 세월 함께 살아온 부부의 이혼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는 점에서 황혼 이혼 증가세가 통계 전반에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평균 이혼 연령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평균 이혼 연령은 남성 51.0세, 여성 47.7세로 각각 전년보다 0.6세 상승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남성은 4.1세, 여성은 4.4세 높아졌다. 이혼 자체가 더 이상 젊은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황혼 이혼 증가 배경으로 기대수명 증가와 여성 경제력 확대, 사회 분위기 변화를 꼽고 있다. 과거에는 자녀나 주변 시선을 의식해 갈등이 있어도 참고 사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노년에도 각자의 삶과 행복을 선택하려는 분위기가 강해졌다는 분석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과거에는 결혼 기간이 긴 부부가 참고 사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이혼을 선택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재산분할 등을 통해 경제적 기반을 확보할 수 있게 됐고 자녀들도 부모의 이혼을 예전만큼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9월 이혼 가장 많았다…협의이혼이 대부분
월별로 보면 지난해 이혼 건수가 가장 많았던 시기는 9월이었다. 9월 이혼 건수는 7957건으로 가장 많았고 12월 7837건, 7월 7823건 순으로 나타났다.
이혼 유형별로는 협의이혼이 대부분이었다. 지난해 전체 이혼 8만 8130건 가운데 협의이혼은 6만 8128건으로 집계됐다. 재판이혼은 1만 9978건이었다.
전반적인 이혼 건수는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황혼 이혼만큼은 오히려 빠르게 늘고 있다. 통계가 보여주는 부부 관계 풍경도 과거와는 달라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