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산층 기준, 생각보다 이렇게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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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700만원 버는데도 중산층? 통계로 본 한국의 '중산층' 기준

많은 한국인이 스스로를 중산층이라 생각하지만, 막상 통계 기준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그림이 나온다. '내가 중산층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사람마다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은행 ATM 기기를 사용하고 있는 한국인 AI 생성 이미지 / 위키트리
은행 ATM 기기를 사용하고 있는 한국인 AI 생성 이미지 / 위키트리

KDI(한국개발연구원)가 한국인 3,000명을 설문한 결과, 월 700만 원 이상 버는 고소득 가구의 76%가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답했다. 심지어 소득 상위 10% 안에 드는 사람 10명 중 7명도 같은 대답을 했다. 객관적으로는 이미 상위층인데, 정작 본인들은 그렇게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인식의 차이가 '중산층 기준'을 완전히 다르게 이해하는 데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통계 기준으로 본 한국의 중산층, 실제로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일까.

소득 상위 10% 중 무려 71%가..."월 700만원 버는데 나는 중산층" 답변

2024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약 3,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스스로를 '상층'이라고 답한 사람은 전체의 2.9%에 불과했다. 월 소득이 700만 원을 넘는 고소득 가구 가운데서도 자신을 상층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11.3%에 그쳤다. 76.4%는 중산층, 12.2%는 하층이라고 답했다.

소득 상위 10% 혹은 자산 상위 10%에 속하는 사람 중에서도 각각 71.1%, 78.4%가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KDI 연구진은 이를 두고 "객관적 계층과 주관적 계층 의식 간의 괴리가 확연히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현금 다발을 들고 있는 한국 중년 남성 AI 생성 이미지 / 위키트리
현금 다발을 들고 있는 한국 중년 남성 AI 생성 이미지 / 위키트리

통계 기준으로 본 중산층, 기준이 두 가지다

중산층을 가르는 기준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통계청 기준으로, 중위소득의 50~150% 구간에 해당하는 가구를 중산층으로 본다. 또 하나는 OECD 기준으로, 중위소득의 75~200% 구간을 중산층으로 정의한다. 같은 '중산층'이라는 말이지만 기준에 따라 범위가 달라진다.

2025년 보건복지부가 고시한 기준 중위소득을 대입해 계산하면 다음과 같다.

1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은 월 239만 원이다. 통계청 기준으로는 월 120만~359만 원이 중산층 구간이고, OECD 기준으로는 월 179만~478만 원이 해당된다.

4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은 월 609만 원이다. 통계청 기준 중산층은 월 305만~914만 원, OECD 기준으로는 월 457만~1,219만 원이 된다.

기준에 따라 중산층의 상단이 크게 달라진다는 점이 핵심이다. OECD 기준을 적용하면 4인 가구 월소득 1,200만 원대까지도 중산층 범주에 들어간다. 즉, 스스로를 '겨우 중산층'이라 여기는 사람이 실제로는 통계 기준 상위층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렇듯 숫자로만 봐도 한국인이 머릿속에 그리는 중산층의 기준은, 실제 통계 기준보다 훨씬 높은 곳에 설정돼 있다.

체감 중산층 기준은 왜 이렇게 높을까

사람들이 체감하는 중산층 기준은 의식주가 안정적이며 최소한의 여유 자산을 가진 '여유있는 삶'을 가진 계층으로 통용되는데, 이는 통계적 중위소득 기준과는 사실 괴리가 크다.

KDI 연구진은 실제로는 상층이면서도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증가하는 이유로 '소득 여건 악화' 가능성을 제시했다. 지난 10년(2011~2021년)간 소득 하위 80%에 해당하는 1~4분위의 소득 점유율은 증가했지만, 소득 상위 20%인 5분위의 점유율은 44.3%에서 40.0%로 줄었다. 절대 소득은 높아도 상대적 박탈감이 '나는 중산층'이라는 인식을 강화한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자산 기준 중산층은?

소득 외에 자산으로 중산층을 가늠해볼 수도 있다. 2024년 3월 말 기준 가구의 평균 자산은 5억 4,022만 원, 부채는 9,128만 원으로 순자산은 4억 4,894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 '평균'은 고소득층이 끌어올린 수치인 만큼 체감과 다를 수 있다.

자산 기준으로 보면, 가구 순자산 중간값을 기준으로 상위 29~58% 범위에 해당하는 약 1억 7천만 원에서 4억 5천만 원 사이가 자산 기준 중산층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은행에서 입금 중인 한국 여성 AI 생성 이미지 / 위키트리
은행에서 입금 중인 한국 여성 AI 생성 이미지 / 위키트리

KDI가 밝힌 '중산층 위기론'의 진짜 정체

사실 통계만 놓고 보면 중산층은 줄지 않았다. KDI 연구에 따르면 객관적 기준으로 본 중산층 비율은 지난 10년간 오히려 꾸준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왜 '중산층이 무너진다'는 말은 계속 나오는 걸까?

KDI는 그 원인을 이렇게 설명한다. 지난 10년간 소득 상위 20%의 소득 점유율은 44.3%에서 40.0%로 줄어들었다. 쉽게 말해, 고소득층의 절대 소득은 높아졌지만 전체 파이에서 자기 몫이 예전보다 줄었다는 느낌을 받게 된 것이다. 이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되면서 스스로를 '중산층'이라 부르고, 그 불만이 사회적 목소리로 커졌다는 분석이다.

연구진은 "소득 상위 10% 혹은 자산 상위 10%에 속하는 사람 중에서도 각각 71.1%, 78.4%가 자신을 여전히 중산층으로 판단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상위 10% 안에 드는 사람 10명 중 7~8명이 '나는 중산층'이라고 느끼는 셈이다.

결국 '중산층 위기론'은 중산층이 실제로 줄어서 생긴 말이 아닐 수 있다. 고소득층이 스스로를 중산층으로 여기며 내는 목소리가 마치 전체 중산층의 위기처럼 포장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KDI의 결론이다.

내가 중산층인지 아닌지를 따질 때, 막연한 체감보다 소득 기준이 어디에 해당하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