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화물선, 호르무즈 인근서 공격받아 폭발 후 침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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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선에 탑승한 승무원 14명 전원, 오만 해안경비대에 구조

인도 국적의 목조 화물선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 오만 해역에서 공격을 받아 침몰했다. 승무원 14명 전원은 구조됐으나, 배후는 아직 특정되지 않았다. 사건 다음 날에는 인근 해역에서 선박 나포 사태까지 발생하며 중동 해상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호르무즈 인근 해역에서 공격받은 인도 국적 목조 화물선 '하지 알리'호. 자료사진. / 유튜브 'Social India News'
호르무즈 인근 해역에서 공격받은 인도 국적 목조 화물선 '하지 알리'호. 자료사진. / 유튜브 'Social India News'

'하지 알리'호, 새벽 공격에 불길 휩싸여 침몰

인도 해운부는 15일(이하 현지 시각) 지난 13일 오전 오만 해안에서 인도 국적 목조 화물선 '하지 알리'호가 공격을 받아 불길에 휩싸인 채 가라앉았다고 밝혔다.

하지 알리호는 가축을 싣고 소말리아에서 출발해 아랍에미리트(UAE) 샤르자 항구로 향하던 중이었다. 승무원 14명 전원은 오만 해안경비대에 의해 구조됐다.

인도 정부는 공격의 성격이나 배후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영국의 해양 위험 관리 그룹 뱅가드는 드론이나 미사일 공격에 따른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인도 외교부는 즉각 성명을 내고 "오만 해안에서 인도 국적 선박이 공격받은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상선과 민간 선원들이 계속해서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상선을 표적으로 삼아 무고한 민간 선원들을 위험에 빠뜨리거나 항해·상업의 자유를 저해하는 행위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 날에는 선박 나포…이란 영해로 이동

'하지 알리'호 침몰 사건 다음 날인 14일에는 UAE 푸자이라 항에서 북동쪽으로 약 70km 떨어진 오만만 해상에 정박 중이던 선박이 나포돼 이란 영해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영국 당국이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이란 당국 대변인은 "미국이 국제 조약을 위반했기 때문에 미국 관련 유조선을 호르무즈 해협에서 나포할 법적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란은 최근 미국·이스라엘과 연계된 선박을 제외하고 중국 등 일부 선박에 한해 통행료를 받고 해협 통과를 허용하는 반면, 나머지 선박은 공격하거나 나포하는 방식으로 호르무즈 해협 통항 통제권을 사실상 공식화하려 시도하고 있다.

수일 사이 선박 침몰과 나포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이 해역의 안전 문제가 다시 국제사회의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트럼프 "시진핑, 호르무즈 다시 열리길 원해"

미·중 정상회담이 열린 14일(한국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회담 후 "시진핑 주석은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리기를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시 주석이 이란과의 합의를 위해 도움을 제공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고 전했다. 미국과 이란 갈등 속에서 중국이 중재 역할에 나설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실제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 강화 시도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이 발언은 향후 협상 구도를 가늠하는 신호로 읽힌다.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해상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 / 자료사진. / AustralianCamera-shutterstock.com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해상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 / 자료사진. / AustralianCamera-shutterstock.com

호르무즈 해협이 어떤 곳인가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해상 통로로, 사우디아라비아·이라크·이란·UAE·쿠웨이트 등 중동 주요 산유국들의 원유가 외부로 나가는 유일한 출구다. 가장 좁은 구간의 폭은 약 33km이며, 실제 선박이 통항하는 항로는 양방향 합쳐 6km 남짓에 불과하다. 전 세계 해상 원유 교역량의 약 20%가 이 해협을 통과한다는 점에서 '세계의 에너지 목줄'로 불린다.

한국과의 연관성도 직접적이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약 70%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경유한다. 이 해협이 봉쇄되거나 통항이 제한될 경우, 국내 유가 상승으로 직결되고, 운송비 인상이 연쇄적으로 소비재 물가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이란은 왜 해협 통제에 나서나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북쪽 연안을 따라 긴 해안선을 보유하고 있어 지리적으로 해협 통항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미국·이스라엘과의 갈등이 고조될 때마다 이란은 해협 봉쇄 카드를 공개적으로 언급해왔다. 실제로 유조선을 나포하거나 드론·미사일로 공격하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발생해왔고, 그때마다 국제 유가가 단기 급등하는 패턴이 나타났다.

이란이 최근 중국 선박에는 통행료를 받고 통과를 허용하는 반면 미국·이스라엘 연계 선박을 선별적으로 나포·공격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은, 해협 통제를 외교·경제적 협상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반복되는 공격…국제 해상 안전 체계 시험대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상 공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 이후 이 해역에서 유조선 피격, 나포, 드론 공격 사례가 수차례 확인됐다. 영국이 운영하는 해양 위험 관리 민간 그룹 뱅가드가 이번 사건에서도 드론 또는 미사일에 의한 폭발로 추정한 것은, 기존에 반복된 공격 수법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선박 피격과 나포가 연속으로 발생한 이틀 동안, 미·중 정상은 베이징에서 회담을 갖고 이란 문제를 논의했다. 해상 긴장이 고조된 시점과 외교적 움직임이 맞물리면서, 향후 이란을 둘러싼 국제 협상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주시가 필요한 상황이다.

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