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시, ‘2026 방문의 해’ 맞이 김문정 작가 특별 기획전 개최… ‘관계와 비움’의 미학 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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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과 한지죽을 매개로 불교 연기(緣起) 사상을 조형 언어로 승화

나주시천연염색문화재단과 한국천연염색박물관은 김문정 작가를 초청하여 개인전 ‘잇고, 비우고, 스미다’를 오는 27일까지 한국천연염색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한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인간과 세계를 서로 연결되고 스며드는 거대한 ‘관계’의 흐름 속에서 바라보는 김문정 작가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조명한다. 작가는 세상 모든 것이 서로 의존하여 존재한다는 불교의 연기(緣起) 사상을 바탕으로, 이를 캔버스 위에서 시각적인 조형 언어로 풀어낸다.
작품의 핵심 소재는 ‘실’과 ‘한지죽’이다. 실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인연의 선을 상징하며, 한지죽은 스미고 겹쳐지며 굳어지는 과정을 통해 복잡하게 얽힌 관계의 형상을 물리적으로 구현해 낸다. 거친 마대천과 부드러운 한지 위에 실과 한지죽이 엉겨 붙은 흔적들은, 각기 다른 존재들이 서로 기대어 살아가는 우리네 삶의 모습과 깊은 관계의 의미를 은유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화려하고 인위적인 색채를 과감히 덜어냈다. 대신 한지 본연의 소박한 빛깔과 투박한 질감을 그대로 살려 ‘비움’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집중했다. 캔버스 위 여백은 단순히 비어 있는 공간이 아니라, 관람객 스스로가 자신의 삶과 맺고 있는 수많은 관계를 조용히 성찰하고 사유할 수 있는 넉넉한 공간으로 기능한다.
김 작가는 붓 대신 손끝의 감각에 오롯이 의지한 채 실을 잇고 한지죽을 쌓아 올리는 수행과도 같은 고된 작업 과정을 통해, 시간의 켜와 관계의 깊이를 작품 속에 고스란히 녹여냈다.
김문정 작가는 “모든 물성은 결국 보이지 않는 섭리 속에 얽혀 있다”며, “이번 전시가 관람객들로 하여금 팽팽함과 느슨함이 공존하는 우리 삶의 복잡한 관계망을 돌아보고, 타인과의 적당한 거리와 스스로의 자리를 다시금 생각해보는 의미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화와 미술학을 전공한 김문정 작가는 2024년 독일 룩셈부르크 예술상을 수상하는 등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중견 예술가다. 최근에는 저서 『불교와 미술』을 출간하며 이론적 연구와 창작을 병행하고 있으며,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