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팔아서 메모리에 투자해줬더니... 메모리 너희들만 돈잔치하느냐”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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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DX부문 직원들 사이에서 터져 나오는 불만

4월 23일 경기 평택시 고덕동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뉴스1 (공동취재)
4월 23일 경기 평택시 고덕동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뉴스1 (공동취재)

삼성전자 총파업을 사흘 앞두고 가전·스마트폰 등 완제품 사업을 담당하는 DX(디바이스경험)부문 직원들 사이에서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이하 초기업노조)를 향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번 파업의 핵심인 성과급 협상이 사실상 반도체(DS)부문 중심으로만 진행되고 있다는 박탈감이 쌓인 결과로 보인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와 사내 게시판에 DX부문 소속으로 추정되는 직원들의 불만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한 직원은 "스마트폰 팔아서 번 돈으로 메모리에 투자해줬더니 지금은 스마트폰 사업부를 배제하고 메모리 사업부끼리만 돈잔치 하려는 것"이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 직원은 "반도체 쪽 라인에 조합원이 많아 수적으로 노조를 장악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 스마트폰 라인은 직원 상당수가 해외 공장 소속이라 수를 채우기 어렵다"고 했다. 실제로 현재 초기업노조 조합원의 약 80%가 DS부문 직원으로 구성돼 있다.

자신이 DS부문 직원이라고 밝힌 직원은 노조 전략 자체를 정면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처음부터 삼성전자 전사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요구했다면 회사가 반대할 명분도 없었고 DX부문과의 갈등도 없었을 텐데, DS부문에만 혜택이 집중되는 방식을 밀어붙이다 결국 욕은 욕대로 먹고 돈도 못 받는 상황이 됐다고 그는 주장했다. 혜택을 받아야 할 DS부문 직원 스스로도 노조의 협상 방식에 회의적 시각을 드러낸 셈이다.

이 같은 불만의 근저에는 두 부문 간 극명한 실적 격차가 있다. 올해 1분기 DS부문 영업이익은 53조 원에 달한 데 반해 DX부문은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6% 급감했고 연간 적자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노조 요구대로 DS부문 영업이익의 15%가 성과급으로 지급될 경우 DS부문 직원 1인당 막대한 성과급을 받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반면 성과급 논의 자체가 없는 DX부문 직원들로서는 같은 회사 동료와의 격차가 수억 원 단위로 벌어지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처지가 됐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툴로 만든 사진.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툴로 만든 사진.

여기에 노조가 파업 기간 스태프 활동비 지급을 위해 조합비를 월 1만 원에서 5만 원으로 올리기로 한 것도 기름을 부었다. DX부문 직원들 입장에서는 자신들과 무관한 DS부문 성과급 투쟁을 위해 조합비를 5배나 더 내야 하는 구조인 셈이다.

내부 불만은 이미 조직적인 균열로 이어졌다. DX부문 기반의 삼성전자노조동행(동행노조)은 지난 4일 초기업노조, 전국삼성전자노조(전삼노)와 함께 구성했던 공동투쟁본부에서 탈퇴했다. 동행노조 조합원의 약 70%가 DX 소속이다. 동행노조는 전체 조합원 이익을 위한 협상을 요청했으나 두 노조로부터 특별한 반응이 없었다고 밝혔다.

초기업노조 이탈은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 한 달 사이 DX부문 조합원 약 4000명이 탈퇴를 신청했다. 이는 DX부문 전체 조합원(약 8500~9000명)의 절반 수준에 달하는 규모다. 탈퇴 신청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처리가 지연되자 사내에서는 "파업 동력 유지를 위해 탈퇴 처리를 의도적으로 늦추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노조 측은 업무량 급증에 따른 행정 지연이라고 해명했다. 일부 DX부문 조합원들은 단순 탈퇴를 넘어 현 집행부의 대표성을 문제 삼으며 임금협상 체결과 파업 금지를 구하는 가처분 신청 절차에도 들어갔다.

노조 내부의 균열이 총파업 동력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 직원 200여 명이 참여한 사내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약 60%가 적자 상태인 시스템LSI·파운드리 사업부에 성과급을 지급해선 안 된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 교섭 장기화로 수개월간 약 200명이 경쟁사로 이직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탈퇴 행렬이 계속될 경우 노조의 법적 지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18일 오전 기준 초기업노조 조합원 수는 7만1625명이다. 과반 지위 유지 기준인 약 6만4000명과의 격차가 점점 좁혀지고 있다. 과반 지위를 잃으면 사측과의 교섭 주도권은 물론 법적 근로자 대표 지위도 함께 상실할 수 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