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무효 조치에도 가자행…한국인 활동가 탑승 선박 나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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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체포됐던 활동가도 다시 탑승
이스라엘군, 가자 향하던 구호선 저지
가자지구행 선박에 올랐다가 이스라엘군에 붙잡혔던 한국인 활동가가 다시 항해에 나선 가운데 또 다른 한국인 활동가가 탑승한 구호선단도 나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와 AFP 등 외신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향하던 국제 구호선단 일부가 이스라엘군에 의해 해상에서 저지됐으며 이 과정에서 한국인 활동가가 탑승한 선박도 나포된 것으로 전해졌다고 19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항해 한국본부(KFFP)는 김동현 활동가가 탑승한 ‘키리아코스 X’호가 한국시간 기준 18일 오후 5시 28분께 키프로스 인근 해역에서 이스라엘 해군에 의해 나포됐다고 밝혔다. 단체 측은 김동현 활동가가 다른 해외 활동가들과 함께 이스라엘 함정에 구금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KFFP에 따르면 글로벌수무드함대(GSF) 소속 모니카호는 같은날 오후 4시 14분께 이스라엘 측 보트 3대를 처음 발견했다. 이후 오후 4시 50분께 GSF 생중계 화면에서 키리아코스 X호 영상 송출이 끊겼고 오후 6시 28분 마지막 위치 신호가 확인됐다. 산단위기대응센터는 오후 6시 37분께 선박 나포 사실을 최종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동현 활동가는 국제 구호선단 ‘자유함대연합(FFC)’ 소속 선박인 키리아코스 X호에 탑승해 지난 8일 그리스에서 출항했다. 이번 항해는 별다른 사전 예고 없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여러 차례 있었던 가자지구행 선단 출항 때와 달리 참가자 명단이나 이동 일정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던 만큼 외교부의 별도 여권 무효 조치나 출국 제한 조치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무효’ 뒤에도 다시 가자행
같은 선단에는 활동명 ‘해초’로 알려진 김아현 활동가와 한국계 미국인 활동가 ‘승준’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지난 2일 이탈리아에서 출항한 ‘리나 알 나불시’호에 탑승해 가자지구로 향하던 중이었다.
KFFP는 전날 오후 9시 50분께 리나 알 나불시호 역시 키리아코스 X호가 나포된 지점 인근에서 선체 일부가 손상된 상태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다만 김아현 활동가와 승준 활동가는 아직 이스라엘군에 억류되지는 않은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아현 활동가는 지난해 10월 한국인 최초로 가자지구행 국제 구호선단에 참여해 이스라엘군에 체포된 뒤 추방된 바 있다. 당시 그는 가자지구 해상 봉쇄에 반대하는 국제 활동가들과 함께 항해하던 중 선박이 나포돼 현지 교도소에 구금됐고 이틀 만에 풀려났다.
외교부는 이후 김아현 활동가의 여권을 무효화했다. 가자지구가 한국 정부가 지정한 여행경보 4단계인 여행금지 지역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정부 허가 없이 해당 지역을 방문할 경우 여권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하지만 김아현 활동가는 여권 무효 조치 이후에도 다시 가자지구행 선박에 탑승했다. 이번 항해 역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를 뚫고 현지에 구호 물자를 전달하겠다는 취지로 진행된 국제 민간 구호선단 활동의 일환으로 알려졌다.

“민간 선박 공격은 국제법 위반”
KFFP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 이스라엘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스라엘 정부를 강하게 규탄했다. 단체는 공해상에서 민간 선박을 나포하고 활동가들을 억류한 것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단체 측은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봉쇄하고 식량과 물, 의료 지원과 구호 물자 반입까지 막고 있다”며 “봉쇄선을 비폭력 방식으로 넘으려 한 평화 활동가들을 나포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한국 정부를 향해서는 억류된 활동가들에 대한 영사 보호 제공과 조속한 석방 지원에 즉각 나설 것을 촉구했다. 아직 억류되지 않은 김아현 활동가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국가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여권 효력을 복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키프로스 서쪽 공해상에서 가자지구로 향하던 수십 척 규모의 국제 구호선단을 차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선단 측은 이스라엘 특공대원들이 선박 위로 올라타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KFFP는 나포된 활동가들이 이스라엘 아슈도드 항구로 이송된 뒤 현지 정부기관의 조사와 취조 절차를 받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단체 측 설명에 따르면 한국시간 전날 오후 11시 기준 모두 23척의 구호선이 나포된 상태다.
외교부는 이스라엘 등 관련국 당국과 소통하며 한국인 탑승자의 소재와 안전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한 영사 조력을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가자지구는 현재 한국 정부가 지정한 여행경보 4단계 여행금지 지역이다. 정부 허가 없이 해당 지역을 방문하거나 체류할 경우 여권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