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도 치료제도 없다…변종 에볼라 확산에 전 세계 비상, 국내 유입 가능성은

작성일

WHO 국제 비상사태 선포…사망자 며칠 새 두 배 증가
백신·치료제 없는 ‘분디부조형’ 확산…국경 폐쇄·입국 제한 잇따라
미국 여행금지 발령·월드컵 변수까지…국내 유입 가능성도 주목

아프리카 중부에서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과 우간다를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이번 유행은 불과 며칠 사이 의심 환자와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까지 선포한 상황이다.

특히 이번에 확인된 바이러스는 승인된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분디부조(Bundibugyo)’ 변종으로 알려져 주변국은 물론 미국과 중동 국가들까지 입국 제한과 여행 경보를 강화하고 있다.

에볼라 확산 관련 BBC 뉴스 보도 화면.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유튜브 ‘BBC News’ 캡쳐
에볼라 확산 관련 BBC 뉴스 보도 화면.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유튜브 ‘BBC News’ 캡쳐

민주콩고 보건부는 19일(이하 현지시간) 기준 에볼라 의심 사례가 513건으로 늘었고 이 가운데 131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이는 아프리카연합(AU) 산하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가 지난 15일민주콩고에서 의심 사례 246건, 사망자 65명이 발생했다고 발표한 지 나흘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현재 민주콩고 내 확진 사례는 33건 수준으로 알려졌지만 진단 설비 부족으로 실제 감염 규모는 공식 통계보다 훨씬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WHO “규모와 속도 우려”…팬데믹은 아니지만 국제 비상사태

WHO는 지난 17일 이번 에볼라 유행을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로 선언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세계보건총회에서 “이번 유행의 규모와 속도가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WHO는 다만 현재 상황이 코로나19처럼 전 세계적 대유행, 즉 팬데믹 기준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WHO가 공개한 초기 자료에 따르면 16일 기준 민주콩고 이투리주에서는 실험실 확진 8건, 의심 사례 246건, 의심 사망 80건이 보고됐다. 발병은 이투리주 부니아, 르왐파라, 몽그왈루 등 최소 3개 보건구역에서 확인됐다. WHO는 지난 5일 민주콩고 몽그왈루 보건구역에서 의료진 사망까지 포함된 원인 불명의 고사망률 질환이 보고되면서 본격 대응에 들어갔다.

에볼라 확산 관련 BBC 뉴스 보도 화면.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유튜브 ‘BBC News’ 캡쳐
에볼라 확산 관련 BBC 뉴스 보도 화면.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유튜브 ‘BBC News’ 캡쳐

문제는 ‘백신 없는 변종’…분디부조형 에볼라 확인

이번에 확산 중인 에볼라 바이러스는 분디부조형으로 확인됐다. 분디부조형은 2007년 우간다 분디부조 지역에서 처음 유행했고 2012년 민주콩고에서도 발생한 적이 있다. 치사율은 30~50% 수준으로 알려져 대표적인 자이르형 에볼라보다 낮지만 현재 승인된 백신과 치료제가 없다는 점에서 방역 당국의 부담이 크다.

자이르형 에볼라의 경우 백신이 개발돼 일부 대응 수단이 마련돼 있지만 분디부조형은 환자 격리, 접촉자 추적, 감염 차단, 증상 완화 치료에 의존해야 한다. WHO는 실험적 백신과 치료제 사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콩고 민주 공화국 / 구글 지도

독감처럼 시작돼 더 위험…“주술적 질병” 오해도 확산 키웠다

에볼라는 초기 증상이 발열, 근육통, 두통, 피로감 등 독감이나 말라리아와 비슷해 조기 발견이 쉽지 않다. 현지에서는 일부 환자들이 병원을 찾기보다 종교 시설이나 전통 치료에 의존하면서 감염 실태 파악이 늦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외신들은 일부 주민들이 이번 질환을 ‘주술적 질병’으로 여긴 점도 초기 대응을 어렵게 만든 요인으로 꼽았다.

특히 확산 지역 일부는 무장 반군 활동과 치안 불안이 이어지는 곳으로 의료진 접근과 환자 이송, 검체 운반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WHO와 국제 구호단체들은 의료진과 응급 장비를 투입하고 있지만, 현장 격리시설과 보호장비 부족 문제도 이어지고 있다.

우간다로 넘어간 감염…주변국 국경·공항 검역 강화

민주콩고와 국경을 맞댄 우간다에서도 확진 사례와 사망자가 보고됐다. 우간다는 주민들에게 악수와 포옹을 피하라고 권고했고, 지역사회 감염 차단을 위해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르완다는 민주콩고와의 육로 국경을 폐쇄했고 부룬디와 탄자니아도 국경 검역과 감시 체계를 강화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역시 공항과 항만 발열 검사를 강화했다. 중동 국가 바레인은 19일(현지시간)부터 민주콩고, 우간다, 남수단에서 출발한 외국인 여행객의 입국을 최소 30일간 금지하기로 했다.

에볼라 확산 관련 BBC 뉴스 보도 화면.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유튜브 ‘BBC News’ 캡쳐
에볼라 확산 관련 BBC 뉴스 보도 화면.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유튜브 ‘BBC News’ 캡쳐

국내 대규모 확산 가능성은 낮아

한국 역시 직접 발병국은 아니지만 해외 유입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다만 전문가들과 방역당국은 에볼라가 코로나19처럼 공기 중으로 쉽게 퍼지는 감염병은 아니라는 점에서 국내 대규모 확산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고 보고 있다.

에볼라는 환자의 혈액과 체액, 오염된 물건, 장례 절차 중 접촉 등을 통해 감염되는 바이러스다. 공기 전파가 아닌 만큼 조기 격리와 접촉자 추적, 검역 체계가 제대로 작동할 경우 확산을 상당 부분 차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질병관리청도 해외 유행 지역 입국자에 대한 검역 강화와 함께 의심 증상 발생 시 즉시 유전자 검사를 진행할 수 있는 대응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의료 체계상 의심 환자를 조기에 선별해 음압격리 병상에서 관리할 수 있다는 점도 방역당국이 국내 확산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 중 하나다.

다만 국제선 이동이 활발한 만큼 해외 발생 감염병의 국내 유입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민주콩고와 우간다 등 발병 지역 방문 뒤 발열·두통·근육통·구토·설사 같은 증상이 나타날 경우 의료기관 방문 전 방역당국 안내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방역당국은 해당 지역 방문자들에게 귀국 후 21일 동안 건강 상태를 주의 깊게 살피고, 이상 증상이 발생하면 즉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미국도 최고 단계 여행경보…월드컵 대표팀은 예외

미국도 대응 수위를 끌어올렸다. 미 국무부는 민주콩고, 우간다, 남수단에 대해 최고 단계인 ‘여행금지’ 경보를 발령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역시 현지 대응 지원에 나선 상태다.

다만 미국은 에볼라 입국 제한 조치에도 민주콩고 축구대표팀의 북중미 월드컵 참가만큼은 허용할 전망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미 국무부 고위 관계자는 19일 “민주콩고 대표팀은 월드컵에 참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콩고 대표팀은 이미 유럽에서 훈련 중이어서 입국 금지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민주콩고에서 직접 응원하러 오는 일반 팬들에게는 예외가 적용되지 않을 전망이다. 민주콩고는 1974년 자이르 시절 이후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게 된다.

유튜브, JTBC News

“감시망 약화가 확산 키웠다”…국제사회 긴장 고조

이번 확산을 두고 국제 보건 감시 체계 약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체 운반과 의료진 교육, 장비 지원 등 초기 감염병 대응 체계가 충분히 작동하지 못하면서 조기 발견과 차단이 늦어졌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번 발병 지역이 주민 이동이 활발한 데다 일부는 무장세력 충돌 지역과도 겹친다는 점이다. 광산 노동자와 피란민 이동도 많아 접촉자 추적과 격리가 쉽지 않은 환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이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 단계는 아니라고 보면서도, 국경을 넘은 감염이 이미 확인된 만큼 초기 차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변종이라는 점에서 WHO와 각국 보건당국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유튜브, BBC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