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불 껐더니… 카카오·하이닉스 하청까지 번진 ‘성과급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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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요구 확산
산업계 덮친 ‘성과급 전쟁’
삼성전자발 ‘성과급 전쟁’이 산업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가 극적인 잠정 합의에 도달하며 총파업 위기를 넘겼지만 ‘영업이익 N% 성과급’ 요구는 다른 대기업과 하청업체로 빠르게 확산하는 분위기다. 카카오에서는 창사 이래 첫 본사 파업 가능성이 커졌고 SK하이닉스 하청노조도 원청을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하고 나섰다. 노란봉투법 시행까지 맞물리면서 재계 전반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카카오 창사 첫 본사 파업 가능성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카카오지회는 20일 경기 성남 판교역 광장에서 열린 결의대회에서 카카오 본사와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등 5개 법인의 파업 찬반투표가 모두 가결됐다고 밝혔다.
카카오 본사는 오는 27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 2차 조정을 앞두고 있다. 여기서도 합의에 실패할 경우 카카오는 창사 이후 처음으로 본사 파업 사태를 맞게 된다.

이미 카카오페이와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등 일부 계열사는 노동위원회 조정이 결렬되면서 쟁의권까지 확보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본사까지 파업 수순에 들어갈 경우 그룹 전체로 갈등이 확산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노사 갈등 핵심은 성과급 체계다. 카카오는 지난해 사상 최대 수준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직원들에게는 연봉의 3~9% 수준 성과급만 지급했다. 노조는 경영진과 직원 간 보상 격차가 지나치게 크다고 반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노조가 지난해 영업이익의 13~15% 수준을 성과급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임원들에게만 150% 수준 단기 성과급이 집중됐다”며 “일반 직원 성과급 재원은 줄어들었다”고 주장했다.
최근 카카오 내부 구조조정과 조직 개편도 갈등에 불을 붙였다. 카카오 노조는 최근 AXZ 대표 퇴사와 계열사 매각 과정 등을 문제 삼으며 경영진 책임론까지 꺼내든 상태다.
SK하이닉스 하청도 “원청처럼 달라”
이번 성과급 갈등은 대기업 정규직 노사 갈등을 넘어 하청 구조 문제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SK하이닉스 청주캠퍼스에서 반도체와 부품 물류를 담당하는 2차 하청업체 피앤에스로지스 노조는 최근 원청인 SK하이닉스를 상대로 단체교섭 요구서를 제출했다. SK하이닉스가 역대 최대 수준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직원들에게 수억 원대 성과급을 지급한 반면 하청 노동자들은 수백만 원 수준 상생장려금만 받았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노조는 지난주 내용증명까지 보내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고의로 교섭을 거부하고 있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한 절차라는 해석이 나온다. 향후 단체교섭 응낙 가처분 소송 등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특히 올해부터 시행된 노란봉투법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이후 하청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길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산업계에서는 원청 사용자 책임 범위가 확대될 경우 비슷한 요구가 다른 대기업 협력업체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등 조선업계 하청노조들도 이미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요구에 나선 상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영업이익 20% 수준 성과급을 요구하며 준법투쟁을 이어가고 있고 현대차 노조는 순이익 30%, LG유플러스 노조는 영업이익 30% 성과급 지급을 주장하고 있다.
재계 “365일 교섭·파업 리스크”
재계에서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성과급은 회사 실적과 경영 판단에 따라 지급 기준이 달라지는 영역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이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빠르게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는 영업이익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고정할 경우 투자 여력과 경영 유연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일단 총파업 위기를 넘기며 한숨 돌렸지만 이번 사태는 산업 전반의 신뢰 문제로도 번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증시와 투자심리까지 흔든 것은 삼성전자가 단순한 개별 기업을 넘어 한국 제조업과 수출 경쟁력의 상징적 축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생산 차질 우려가 한 기업의 손익 문제를 넘어 국가 산업 전반의 불안으로 해석될 수 있었던 만큼 조기 봉합 필요성도 컸다.

특히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하청노조의 원청 교섭 요구가 현실화하면서 재계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요구가 ‘새 기준’처럼 자리 잡을 경우 기업들이 상시 교섭과 파업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노동계에서는 실적이 급증한 상황에서 현장 노동자 보상은 제한적이었다는 문제의식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삼성전자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산업계 전체를 둘러싼 성과급 논쟁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