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조림에 '이 가루' 조금 넣어보세요…밥 한 공기가 순식간에 사라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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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린내 잡는 '블랙커피 가루' 한 꼬집의 효과
커피·케첩·식초로 생선요리 맛 살리는 법
가정에서 고등어나 갈치 같은 생선을 조리할 때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은 특유의 냄새와 국물 맛이다. 마늘, 생강, 맛술을 넣어도 비린내가 남거나 양념이 겉도는 경우가 있다. 주방에 있는 익숙한 재료도 넣는 양과 조리 타이밍을 조절하면 생선조림과 찌개의 풍미를 한결 살릴 수 있다.

블랙커피 가루로 비린내 잡는다
생선조림에 의외로 활용하기 좋은 재료 중 하나는 블랙커피 가루다. 육류의 누린내를 줄일 때 커피 가루를 쓰듯, 생선 요리에도 소량 활용하면 비린내를 누그러뜨리고 국물 맛을 담백하게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생선 요리에서 올라오는 기름진 비린내는 신선도가 떨어질 때 생기는 트리메틸아민 성분 및 생선 지방이 공기와 열에 닿아 산화하면서 발생하는 냄새와 관련이 있다. 이때 인스턴트 블랙커피 가루를 아주 조금 넣으면 커피 고유의 강한 로스팅 향 성분이 비린내를 가두고 상쇄하는 '마스킹 효과'를 낸다. 국물이 끓어오르는 동안 커피의 휘발성 향 성분이 냄새 분자를 차단하고, 외부로 퍼지는 어취를 줄여주는 원리다.
커피 특유의 쌉싸름한 향은 고춧가루·간장·고추장 베이스의 양념과도 잘 어우러진다. 매운 양념은 배합에 따라 날카로운 매운맛만 도드라질 수 있는데, 여기에 커피 가루가 소량 들어가면 국물의 무게감이 살아난다. 인공 조미료를 많이 넣지 않아도 오래 끓인 듯한 깊은 맛을 더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고추장과 고춧가루가 중심이 되는 진한 양념조림에서는 커피의 구운 향이 뒷맛을 잡아 국물의 빈 느낌을 채워준다.

다만 양 조절이 중요하다. 설탕이나 크림이 섞이지 않은 순수 블랙커피 가루를 사용해야 한다. 양념장에 섞을 때는 티스푼 기준 3분의 1 정도, 한 꼬집 수준이면 충분하다. 많이 넣으면 생선조림의 붉은빛이 탁한 갈색이나 어두운색으로 변할 수 있고, 칼칼한 맛보다 쓴맛이 앞설 수 있다. 커피는 맛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비린내를 줄이고 감칠맛을 뒤에서 받치는 재료로 써야 한다. 고등어, 꽁치, 삼치처럼 지방이 많아 비린내가 강하게 올라오는 등푸른생선 조림에 쓰기 좋다.
양파와 대파는 한 번 구워서 넣는다
국물 맛은 양념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조림이나 찌개에 자주 들어가는 양파와 대파를 어떻게 넣느냐에 따라 풍미가 달라진다. 썬 채소를 바로 냄비에 넣기보다 한 번 구워 넣으면 국물 맛이 더 깊어진다.

방법은 어렵지 않다. 기름을 두르지 않은 마른 프라이팬이나 석쇠를 강한 불로 달군 뒤, 적당한 크기로 썬 양파와 대파를 올린다. 겉면이 살짝 거뭇거뭇해질 정도로 빠르게 굽는다. 이 과정에서 채소 표면의 수분이 날아가고 내부의 당분과 아미노산이 반응하면서 구수한 향과 단맛이 응축된다. 식품 화학에서 말하는 마이야르 반응과 캐러멜화 반응을 조리 과정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구운 양파와 대파를 생선찌개나 조림 국물이 끓을 때 넣으면 구운 향과 감칠맛이 국물에 퍼진다. 생선의 남은 비린내를 덮어주는 효과도 있다. 생채소를 넣었을 때의 맑고 가벼운 단맛과 달리, 구운 채소의 단맛은 국물에 농도를 더하고 양념이 생선 살에 배어드는 것을 돕는다. 무나 감자처럼 조림에 자주 쓰는 채소와 함께 넣으면 맛의 바탕이 더 안정된다. 양파는 익으면서 단맛을 내고, 대파는 구운 향을 더해 매운 양념의 거친 맛을 부드럽게 잡아준다.

주의할 점도 있다. 채소 전체를 숯처럼 까맣게 태우면 안 된다. 표면 일부가 갈색과 검은색의 경계에 이르는 정도가 적당하다. 너무 태우면 국물에서 탄 맛과 쓴맛이 올라와 전체 맛을 해친다. 겉면에만 빠르게 구운 향을 입힌다는 생각으로 조리해야 한다. 구운 채소 자체에서 단맛이 나오므로 설탕이나 올리고당은 평소보다 조금 줄이고, 끓이는 중간에 맛을 보며 조절하는 편이 좋다. 당류를 기존 분량대로 모두 넣으면 국물이 예상보다 달아질 수 있다.
토마토케첩으로 양념 뒷맛 정리
매콤한 생선조림 양념장에는 토마토케첩도 활용할 수 있다. 케첩은 양식 소스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고추장과 고춧가루를 중심으로 한 한식 양념에도 무리 없이 섞인다. 핵심은 토마토가 지닌 산미와 단맛이 양념에 깊이를 더하는 조화에 있다.
토마토에는 글루탐산이 들어 있다. 고추장 양념장에 토마토케첩을 반 스푼에서 한 스푼가량 섞으면 케첩의 성분이 생선의 아미노산, 간장의 짠맛과 어우러진다. 고추장 특유의 무겁고 텁텁한 뒷맛은 토마토의 산미와 은은한 단맛이 부드럽게 잡아준다. 매운맛과 짠맛이 중심인 양념에 한층 조화로운 맛을 더하는 방식이다.

케첩을 넣는다고 해서 생선조림이 토마토 스튜나 파스타 맛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한국식 매운 양념의 매콤함과 짭짤함이 바탕을 이루는 상태에서, 케첩이 겉도는 맛을 줄이고 뒷맛을 길고 부드럽게 이어준다. 케첩에 들어 있는 미량의 식초 성분과 당분은 양념이 생선 살 틈으로 스며드는 과정에도 보탬이 된다. 매운맛이 강한 조림에서는 끝맛을 조금 순하게 정리하는 데도 쓸 수 있다. 아이들이 먹기에 다소 매운 생선조림도 케첩을 소량 넣으면 자극적인 끝맛이 누그러진다.
다만 케첩 역시 많이 넣으면 조화가 무너진다. 토마토 특유의 시큼한 맛과 향이 한식 양념을 덮을 수 있고, 국물이 지나치게 달거나 시어질 수 있다. 전체 양념장에 아주 일부만 더한다는 감각이 필요하다. 국물이 넉넉한 찌개보다 자작하게 졸아드는 조림에 더 잘 맞고, 갈치나 고등어처럼 무를 두껍게 깔고 만드는 요리에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케첩은 처음부터 많이 넣기보다 반 스푼 정도로 시작해 양념의 맛을 보며 조절하는 편이 낫다.
불 끄기 직전 식초로 깔끔한 마무리
생선조림이나 찌개가 거의 다 끓었을 때 식초를 소량 넣는 방법도 있다. 조리가 끝나기 약 10초 전 식초를 3~4방울 정도 떨어뜨리고 한 번 가볍게 섞은 뒤 곧바로 불을 끄는 방식이다. 목적은 새콤한 맛을 내는 것이 아니라 생선 특유의 비린내를 잡고 양념의 뒷맛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데 있다.
식초의 주성분인 아세트산은 알칼리성을 띠는 생선 비린내 성분(트리메틸아민)과 만나면 이를 중화하여 냄새를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흔히 식초가 단백질을 응고시켜 생선 살을 단단하게 만든다고 알려졌지만, 이는 조리 전이나 조리 초기에 넣었을 때의 효과다. 이미 살이 다 익은 조리 막바지에 넣는 식초는 형태를 잡아주기보다 잔여 잡내를 날리는 효과를 낸다.
불을 끄기 직전에 넣은 소량의 식초는 국물 전체를 시게 만들기보다 자칫 텁텁하거나 무거워질 수 있는 양념 맛의 윤곽을 또렷하게 잡아준다. 짠맛과 매운맛이 중심인 국물에 아주 미미한 산미가 더해지면 맛이 한결 산뜻하게 정리된다. 생선의 지방 성분이 입안에 오래 남는 경우에도 마지막에 더해진 산미가 뒷맛을 가볍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타이밍을 지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식초의 아세트산은 열에 의해 쉽게 증발하므로, 처음부터 넣고 오래 끓이면 산미가 날아가 의도한 풍미 개선 효과를 보기 어렵다. 따라서 불을 끄기 직전 순간적으로 넣어야 효과적이다. 2배나 3배 농축 식초는 양 조절이 까다로우므로 일반 사과식초나 현미식초를 쓰는 편이 적절하며, 넣은 뒤에는 오래 젓지 말고 한 번만 가볍게 섞어 마무리한다.
흰살생선에는 마요네즈나 버터를 소량 쓴다
생선조림을 만들다 보면 국물과 양념이 생선 살에 붙지 않고 겉도는 경우가 있다. 갈치, 코다리, 가자미, 대구, 조기처럼 지방이 적은 흰살생선을 조리할 때 자주 나타난다. 국물에 적당한 점도와 지방감이 부족해 양념이 표면에 머물지 못하는 것이다.

이럴 때는 마요네즈나 버터를 소량 넣어 국물의 질감을 보완할 수 있다. 조림 국물이 자작하게 졸아들 무렵 마요네즈 반 스푼이나 버터 반 조각을 넣고 고루 풀어준다. 물 성분의 육수와 양념이 마요네즈의 난황이나 버터의 유지방 성분과 섞이면서 걸쭉한 상태로 바뀐다. 조리에서 말하는 유화 현상이다.
유화가 일어나면 양념장의 점도가 올라가 생선 살 표면과 틈새에 양념이 더 잘 붙는다. 부족했던 지방 맛이 보완되면서 국물의 질감도 부드러워진다. 마요네즈의 달걀노른자에 들어 있는 레시틴 성분은 물과 기름이 섞이도록 돕는 유화제 역할을 한다. 버터는 유지방의 고소한 맛을 더해 흰살생선의 담백한 맛을 채운다. 국물이 너무 묽어 생선과 겉돌 때도 소량의 지방 성분이 양념을 하나로 묶어준다.
다만 마요네즈와 버터는 제한적으로 써야 한다. 많이 넣으면 국물 표면에 기름층이 생기고 맛이 느끼해진다. 매콤하고 칼칼한 조림의 맛을 가릴 수 있으므로 국물 농도를 살짝 잡는 정도로만 넣어야 한다. 이미 지방이 많은 고등어나 꽁치에는 잘 맞지 않을 수 있다. 지방 함량이 낮은 흰살생선 조림에 선택적으로 쓰는 편이 좋다. 생선 자체의 맛이 담백할수록 마요네즈나 버터의 효과가 잘 드러난다.

생선조림과 찌개는 재료를 많이 넣는다고 맛이 깊어지는 음식이 아니다. 냄새를 잡는 재료, 단맛을 내는 채소, 양념의 뒷맛을 정리하는 성분, 마지막 풍미를 잡아주는 산미가 서로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 각 재료의 역할을 나누어 생각하면 조리 과정도 한결 분명해진다.
블랙커피 가루는 비린내를 줄이고, 구운 양파와 대파는 국물에 깊은 맛을 더한다. 토마토케첩은 양념의 텁텁한 맛을 덜고, 식초는 마지막 남은 잡내를 날린다. 마요네즈와 버터는 흰살생선 조림의 부족한 질감을 채운다. 중요한 것은 모두 소량만 쓰는 것이다. 재료가 튀지 않고 양념 뒤에서 맛을 받쳐줄 때 생선조림과 찌개의 맛이 자연스럽게 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