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 스님 “자꾸 그냥 주니까, 거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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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이 아닌 자비, 거리 아이에게 돈을 주지 않는 이유
구걸 구조가 만드는 악순환, 진정한 도움의 방식은?
법륜 스님이 인도 거리에서 구걸하는 아이에게 돈을 주지 않는 이유를 솔직하게 밝히며 ‘자비’와 ‘동정’의 차이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지난 19일 첫 방송된 SBS 예능 프로그램 법륜로드: 스님과 손님에서는 법륜스님과 함께 인도 콜카타를 찾은 방송인 노홍철, 배우 이상윤, 이주빈, 이기택의 모습이 공개됐다.
출연진은 현지 숙소로 이동하던 중 거리 곳곳에 노숙인들이 누워 있는 풍경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특히 화려한 5성급 호텔 바로 맞은편 골목에 노숙인들이 생활하는 모습은 극명한 빈부 격차를 보여주며 출연진을 놀라게 했다.

이들은 이후 길거리 음식점을 둘러보며 현지 문화를 체험했다. 호텔 조식 가격이 약 3만원 수준인 반면 거리 음식은 1000원 안팎이라는 사실에도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그러던 중 출연진은 한 어린 소녀가 다가와 손을 내밀며 구걸하는 상황과 마주했다. 소녀는 손으로 입을 가리키며 배고픔을 호소하는 듯한 행동을 보였고, 근처 상인들은 아이를 말리며 제지했다.
이 과정에서 법륜 스님 역시 아이에게 다가오지 말라는 손짓을 해 눈길을 끌었다.
버스로 이동한 뒤 노홍철은 “아이가 손을 내밀었는데 주변 사람들이 하지 말라고 하더라”며 당시 상황을 언급했다.
이주빈은 “뭐라도 주고 싶었다”며 “스님이 손짓하니까 아이가 더 다가오지 않더라. 눈을 보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 복잡한 심경을 털어놨다.

이에 대해 법륜스님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을 밝혔다. 그는 “나도 처음에는 줬다가 안 줬다가 고민이 많았다”며 “인도 시골에 가보면 아무리 가난해도 손 벌리는 아이들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가난해서 거지가 되는 게 아니라 주기 때문에 거지가 되는구나 하는 걸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법륜스님의 발언은 단순히 ‘도와주지 말라’는 의미보다는 반복적인 구걸 구조가 아이들의 삶 자체를 거리 생존에 의존하게 만들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일부 국가에서는 관광객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어린이 구걸 조직이나 거리 착취 문제가 사회 문제로 지적되기도 한다. 어린아이들이 학교 대신 거리에서 돈을 구하도록 강요받거나, 관광객의 동정을 이용하는 구조 속에 놓이는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방송 후반부 인터뷰에서 이주빈은 자신의 감정을 다시 돌아봤다. 그는 “그 친구에게는 구걸이 생존일 수도 있고 습관일 수도 있는데 내가 너무 불쌍하게만 봤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느낀 동정이나 자비도 결국은 내 만족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주고 싶다는 마음조차 내 욕심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법륜스님은 이날 인도 사회의 특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이곳은 빈부가 극단적으로 공존하지만 그것이 단순한 대립만으로 존재하는 건 아니다”라며 “서로 섞여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우리 젊은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살펴보는 것도 수행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법륜 스님은 평소에도 무조건적인 시혜보다는 구조적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차례 해왔다. 단순한 일회성 도움보다 자립과 교육, 지속 가능한 지원 체계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해온 것이다.

방송 이후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반응이 이어졌다. “처음엔 냉정하다고 생각했지만 의미를 듣고 이해됐다”, “동정과 자비의 차이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아이를 돕는 방식에도 고민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는 반응이 나왔다.
반면 “현장에서 외면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아이를 보면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이번 방송은 단순한 여행 예능을 넘어 빈곤과 자비, 도움의 방식에 대해 시청자들에게 여러 질문을 던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