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원짜리 한 장으로 버티던 점심값… 마지막 '가성비 피난처' 햄버거마저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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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리아· 버거킹·맥도날드 가격 인상
지갑 사정이 팍팍한 시기마다 서민들의 든든한 대안이 되었던 버거 가격마저 일제히 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고환율 현상의 장기화와 더불어 수입 원자재 비용, 물류비 등 전방위적인 운영 부담이 한계치까지 누적되면서 시장을 이끄는 주요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잇따라 가격 올리기에 나선 결과다.
롯데리아 등 주요 브랜드의 연쇄적인 가격 인상 행렬
외식 업계에 따르면 롯데GRS가 운영하는 롯데리아는 오는 28일을 기점으로 단품 버거류 22종의 판매 가격을 평균 2.9% 상향 조정한다. 이는 지난해 4월에 65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3.3% 올린 이후 약 1년 2개월 만에 단행된 조치다. 이번 결정으로 제품별 가격은 적게는 100원에서 많게는 300원까지 오르게 된다. 이에 따라 브랜드를 대표하는 메뉴인 리아 불고기와 리아 새우는 단품 기준으로 각각 100원씩 올라 앞으로는 5100원을 지불해야 구매할 수 있다.
롯데GRS 측은 이러한 가격 조정의 배경으로 국내외 정세의 불안정함이 초래한 환율 변동성 가중과 글로벌 물류 수급 불균형의 장기화로 인해 대외적인 물류 수수료 등 제반 비용의 부담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졌다는 점을 꼽았다. 가맹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가맹사업자 단체와 오랜 시간 협의를 거쳐 내린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소비자가 체감하는 타격을 최소화하고자 국내 최저임금 상승이나 배달 플랫폼 수수료 인상 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은 최소한의 인상률을 적용했다고 덧붙였다.
버거 업계의 가격 인상 움직임은 올해 초부터 쉴 새 없이 이어져 왔다. 한국맥도날드는 지난 2월을 기해 햄버거와 음료, 사이드 메뉴 등 총 35개 품목의 가격을 100원에서 400원가량 올렸으며, 전체 평균 인상률은 2.4%를 기록했다. 같은 달 버거킹 역시 와퍼를 포함한 49개 메뉴의 가격을 100~200원씩 상향했다.
이어 3월에는 맘스터치가 43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2.8% 인상하면서 간판 메뉴인 싸이버거 단품 가격이 기존 4900원에서 5200원으로 300원 뛰었다. KFC코리아도 동일한 시기에 치킨과 버거 등 23종의 가격 조정을 감행해 오리지널 치킨은 300원, 기타 치킨 메뉴는 200원씩 값을 올렸다.
일반 외식 '만 원 돌파'가 부른 버거 시장의 역대급 호황
이처럼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버거는 여전히 다른 외식 품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한 끼로 통한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의 4월 조사에 따르면, 서울 지역의 칼국수 1인분 평균 가격은 1만 38원으로 집계되며 두 달 연속으로 1만 원 선을 넘겼다. 서민들이 자주 찾는 냉면은 1만 2615원, 비빔밥은 1만 1692원까지 치솟아 이미 만 원 한 장으로는 구경조차 하기 힘든 음취가 됐다. 이제는 김밥이나 자장면 같은 극일부 품목을 제외하면 점심값으로 1만 원 이하의 메뉴를 찾는 것 자체가 사치라는 하소연이 나오는 이유다.

이러한 타 외식 품목의 가격 폭등은 오히려 버거 프랜차이즈에 반사이익을 안겨주며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견인하는 원동력이 됐다. 한국맥도날드는 지난해 매출 1조 4310억 원, 영업이익 732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매출은 14.5%, 영업이익은 무려 523% 증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지난 2024년 8년 만에 흑자로 돌아선 이후 완연한 수익성 개선 흐름을 굳힌 결과다.
롯데GRS 역시 지난해 매출 1조 1189억 원, 영업이익 510억 원을 거두며 8년 만에 매출 1조 원 고지를 다시 밟았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각각 12.4%, 30.6%씩 동반 성장했다. 버거킹을 운영하는 BKR은 매출 8922억 원, 영업이익 429억 원으로 창사 이래 가장 높은 실적을 기록했으며, 맘스터치 또한 연결 기준 매출 4790억 원, 영업이익 897억 원으로 역대 최고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심화로 인한 국제 물류비용의 상승과 대두, 밀가루 같은 원자재 가격의 변동성이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하면 하반기 외식 업계가 마주할 원가 부담은 지금보다 훨씬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고환율 기조가 꺾이지 않는 상황에서 글로벌 수급 체인까지 흔들린다면 추가적인 가격 인상 압박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버거는 대중에게 '싸고 빠르게 먹는 음식'이라는 낙인이 강하게 찍혀 있어 가격 저항선이 매우 민감한 품목이다. 그러나 현재의 비용 상승 흐름은 개별 기업의 마케팅이나 비용 절감 노력만으로 흡수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 결국 1만 원 이하로 배를 채울 수 있었던 마지막 보루가 무너지면서, 고물가 시대 속 서민들의 실질적인 생활비 부담과 외식 시장의 소비 위축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